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철강소재 분야에서 가장 저평가된 우량종목으로 풍산을 꼽고 있다. 업종 평균 PER가 6∼7배지만, 풍산은 3∼4배 수준이다. 지난해 경기침체로 같은 업종 내 다른 업체들의 실적이 악화됐지만 풍산은 예년 수준을 유지하는 저력을 보여 주었다. 풍산이 2002년 증시를 달굴 종목으로 꼽히는 이유는 이처럼 실적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점 때문이다. 경기반등의 국면에선 철강, 화학 등 소재산업이 먼저 조명을 받는다는 점도 풍산의 주가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다.풍산이 과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이유는 동파이프와 탄피 제조업체로만 알려져 있어서다. 이 때문에 건설경기와 전기동(구리) 가격에 연동돼 주가가 움직였다. 지난해 세계적인 IT 경기 불황과 반도체 경기 하락으로 전기동 가격은 폭락했고, 풍산의 주가 역시 동반 하락했다.그러나 풍산은 이미 전기동 가격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양기인 한화증권 연구위원은 “풍산은 전기동 가격 변동에 수익구조가 좌우되지 않는다. 부가가치가 높은 전기전자용 동판대, 주화용 소전, 담수화용 합금판 그리고 반도체용 리드프레임 등의 매출비중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풍산의 주가가 떨어졌지만, 실적만큼은 예년의 수준을 유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지난해 실적을 유지하는 데에는 주화용 소전 산업부분의 매출이 크게 기여했다. 지난해 유로화 통합이 새로운 동전 수요를 촉발시켰고, 세계 동전시장의 40%를 차지하는 풍산의 매출증가로 이어졌다.풍산의 주가상승에서 걸림돌이 되었던 주식유통물량이 줄어들어 또 다른 주가상승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유진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말 200만 주를 회사가 직접 매입했고, 50만 주를 추가로 매입해 소각할 예정”이라며 “풍산의 2세 경영인인 류진 회장은 해외 투자설명회를 적극적으로 개최하는 등 주가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PMX 올 1·4분기 흑자 예상풍산은 그러나 한 가지 약점이 있다. 미국에 설립한 풍산의 자회사 PMX(풍산 지분 95%)가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내면서 지분평가손을 입은 것이다. 미국 내수경기의 침체와 주화용 소전의 주문이 감소해 PMX는 1,456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예측한다. PMX가 풍산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이에 풍산 관계자는 “지난해 PMX의 인력을 줄이고 차입금을 갚아 나가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올 1·4분기에는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유진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도 “PMX의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며 “3월쯤 PMX의 흑자전환이 확정되면 풍산의 주가가 본격적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유진 애널리스트는 풍산의 목표주가를 1만2,000원, 양기인 한화증권 연구위원은 1만 4,500원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