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의 ‘OK 캐쉬백 서비스’는 가맹점에서 물건을 살 때 캐쉬백 카드를 보여주면 사용금액의 일정 비율을 포인트로 적립해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하거나 현금으로 되돌려받는 제도다.현재 하루 평균 5,200여명이 구매 후 자신의 포인트를 사용하고, 하루에 75만명 이상이 캐쉬백 포인트를 적립하고 있다. 이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서비스다. SK(주)가 지난 1999년 선보여 대박을 터뜨린 이 서비스는 한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그 주인공은 현재 SK(주) 캐쉬백 쿠폰팀을 이끄는 김용갑 부장(37).당시 과장 2년차였던 김부장은 복합네트워크추진팀의 일원이었다. 이 팀은 애초에 전국의 SK주유소망과 주변의 편의시설과 위락시설을 하나로 묶는 신규사업을 추진할 목적으로 신설됐다. 그러나 제대로 사업을 펼쳐보기도 전에 IMF 경제위기를 맞게 됐다. 비용 부담을 이유로 기존 사업을 사이버상에서 구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 그 때 여직원 1명과 지역정보 콘텐츠 커뮤니티 구축을 맡고 있던 박사장도 회사 방침에 따라야만 했다. 다리품을 팔아 애써 모아놓은 주유소 인근의 상점과 각종 편의시설 정보를 사이버상에서만 실현해야 하는 안타까움이 컸다. “이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업팀 자체가 해체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었죠.”이런 와중에 위기 타개책으로 아이디어를 낸 것이 지금 캐쉬백 서비스의 전신이다. 기존 마일리지 서비스는 해당 영업점에서만 적립 및 사용이 가능해 포인트를 적립하는 시간과 사용 방법에 제한을 받아왔다. 이는 마일리지 서비스가 확산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 때 적립 장소와 사용 범위의 한계를 없앤 통합 마일리지 제도인 ‘OK 캐쉬백’ 서비스를 그가 탄생시킨 것이다. 처음 기획안을 냈을 땐 반대 의견도 많았다. 가맹점이 되면 손님한테 일정금액을 적립시켜줘야 하고 SK(주)에 수수료까지 줘야 하는데, 어느 업체가 양쪽으로 밑지는 일을 하겠냐는 것이 중론이었다. 이들을 설득하며 김부장은 단기적으로 보면 손해 보는 것 같지만 조금만 멀리 내다보면 결국 단골손님을 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몇몇 윗사람들의 이해를 구해 끝내 최고경영자에게까지 품의서가 올라갔고 ‘가맹점 3,000개를 모은다’는 조건으로 결재가 떨어졌다.가맹점 확보 위해 동분서주이렇게 해서 1999년 3월 신문광고를 시작으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록지 않았다. 가맹 대상 업체들을 설득하는 게 큰 문제였다. 아예 사업 개념을 설명하지도 못한 채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그는 ‘밑바닥부터 시작해 보자’는 결심으로 중소 업체들부터 공략해 보기로 했다. ‘그래도 명색이 대기업 과장인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각오로 이삿짐센터에서 동네 슈퍼마켓까지 문이 열린 곳은 다 들어가보았다.전력투구하던 그에게 가장 큰 무기는 3,700개에 이르는 SK주유소의 고객들이었다. 가맹점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잠재 고객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하나둘 제휴를 이끌어냈다. 수도 없이 승강이를 벌인 끝에 가맹점으로 만드는 쾌거를 올리면서 사업이 추진력을 갖게 됐다. 대상 고객 또한 900만 엔크린 보너스 카드 회원뿐 아니라 1,400만명의 011 회원, 400만명의 017 회원으로 넓혔다. 가맹점도 크라운베이커리, 버거킹, KFC, 신세계 이마트, 종로서적 등 전국 5만여개를 확보해 1년 반 만에 초대형 통합 마일리지 서비스로 키웠다. 현재 누적 포인트만 1,500여억원에 이르고 있고 월평균 80억원을 웃도는 포인트 적립액을 기록하고 있다. 이로 인해 회사는 수수료 수익으로 월 20억원 정도를 올린다.카드사들과 잇따라 손잡을 수 있었던 것도 김부장의 집요한 매달리기의 결과였다. 신용카드 사용시 캐쉬백 카드를 추가로 제공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지난해 5월 외환카드를 시작으로 한미은행 카드, 삼성카드와 제휴를 맺었다. 올 1월에는 LG카드까지 합류시켰다.덕분에 회사에서 일등공신 대접을 받았다. 입사 동기들보다 3년이나 앞서 부장으로 특진하는가 하면 그것도 모자라 3년 선배인 부장들도 오르기 힘든 팀장 자리를 맡기까지 했다.김부장은 대학에서 마케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화학을 전공했다. 신입사원이던 그가 배치된 곳은 기술개발부문의 연구기획팀. 연구원이아니라 시장조사 등을 통해 잘 팔릴 만한 제품 아이디어를 찾아 개발부서에 알려주고 특허기술 등을 소개해 주는 ‘스태프’였다. 당시 태양전지를 활용해 페달을 밟지 않아도 저절로 불이 들어오는 자전거 라이트를 발명했다. 이 제품은 국내 태양전지 응용제품 실용신안 1호로 지정될 만큼 주목을 끌었다. 그후에도 그의 아이디어 개발은 계속됐다.지금도 그의 아이디어 개발은 멈추지 않고 있다. 생필품에 쿠폰을 붙여 알뜰 주부들의 포인트 적립을 유도했다. 지난해 9월 서울우유, 유한킴벌리, 삼양식품 등 5개사 16개 제품에 쿠폰을 넣은 결과 현재 하루 쿠폰 회수율이 14만매를 웃돌고 있다.캐쉬백 사업 성공의 주역으로 입소문이 나자 여기저기서 그를 모셔가려는 손짓을 해온 게 사실이다. 한 벤처기업에선 전문경영인으로 와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이런 유혹을 모두 물리친 데는 그만의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제가 혼자서 회사에 큰 기여를 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10년 넘게 회사와 동료들이 저를 성공하도록 키웠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