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 센터ㆍ법인영업본부의 유기적 협조가 주효
이번 ‘2001 하반기 베스트 리서치팀 애널리스트’ 조사에서 가장 약진한 증권사는 현대증권이다. 삼성증권이 1위 자리를 굳히는 가운데, 대우증권의 ‘위축’을 딛고 현대증권이 사실상 2위 증권사로 부상했다. 삼성증권의 실적이 ‘젊은 피의 수혈’이라고 할 정도로 과감하게 외부인력을 스카우트해온 덕분이란 점에 비춰볼 때 현대가 자체 인력만으로 2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증권업계에서는 현대의 이같은 약진이 리서치팀과 법인영업본부의 유기적인 협조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대개의 대형 증권사들에서 리서치팀과 법인영업팀간의 알력이 심한 현실과 달리 현대증권의 두 부서는 유기적인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특히 정태욱 이사(리서치 센터)와 공현무 이사(법인영업본부)의 보이지 않는 협력이 큰 몫을 했다. 정이사와 공이사는 고려대 선후배 사이로 모건스탠리, SG, 자딘플레밍 등 외국 증권사에서 쌓은 경험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증권인으로 꼽힌다. 이들이 두 조직의 헤드를 맡으면서 오해와 갈등의 소지를 사전에 막았다는 게 현대증권 안팎의 평가다.시너지 효과로 ‘삼성’ 넘봐정태욱 이사는 지난 99년 현대증권이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때 SG 증권사에서 영입됐다. 이익치 전 회장이 미국 메릴린치 증권사를 모델로 리서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대거 조직을 확장했던 것. 정이사는 이후 현대그룹 계열사라는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어 투자자의 이익을 우선하는 증권사 리서치가 돼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재벌 구조조정 문제나 현대 관계사 관련 자료 발표에서도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공정성을 유지, 펀드매니저들의 호평을 받았다. 정이사는 특히 1년 반이라는 길지 않은 기간에 조사부서 성격에 머물던 기존의 리서치팀을 성장시켜 첨단산업 및 기술에 대한 분석은 물론, 기존 메이저 증권사 리서치도 쉽게 손대지 못했던 계량분석을 제공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정이사가 창안한 계량분석팀은 ‘숫자로 시장을 보려는 시도’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는 우선 개별회사의 수익은 측정이 가능하지만 전체 상장기업의 주가추이를 어떻게 전망할 것이냐 하는 데 착안했다. 각 연구원이 개별적으로 맡은 기업의 수익 측정을 한 뒤 이것을 취합해 시장을 예측하는 분석틀을 만든 것이다.정이사는 또 코스닥시장이 한창 팽창하던 시기에 ‘스몰캡팀’을 신설했다. 스몰캡팀은 각 업종 중에서 시가총액 1,000억원 이하인 기업들을 따로 떼내 별도로 분석하는 팀이다. 코스닥기업 수가 워낙 단기간에 폭증하다 보니 전체를 다 볼 수 없어 시가총액 기준으로 분류, 좀더 효율적인 접근을 하겠다는 전략이었다.리서치 센터는 또 지난 2000년부터 국·영문판으로 매달 발간하고 있는 를 통해 업계에 큰 족적을 남기고 있다. 리서치 센터가 담당하고 있는 170여 대표종목에 대한 최근 2년 실적 정리 및 향후 3년간 실적 전망을 일목요연하게 찾아볼 수 있는 일종의 투자 지침서이다.정이사는 기술정보팀을 신설, 업계 최초로 IT현업 전문가들을 애널리스트로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조병문 수석연구원은 “단순히 주가 측면보다는 기술검증을 위해 현업 전문가를 영입한 것”이라며 “이들은 종목을 추천하지 않고 해당 업종의 분석 및 산업의 미래 전망 등에 주력했다”고 말했다.그런데 리서치 센터의 중심인 정태욱 이사가 최근 과로로 쓰러져 리서치 센터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리서치 센터 조문선씨는 “정이사님이 조직구축 초기부터 너무 무리했다”면서 “하루빨리 일어나서 업무에 복귀하셨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현대증권 법인영업팀은 고객관리·정보제공 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공이사의 철학과도 일치한다. 공이사는 평소 직원들에게 ‘약정실적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고객우선주의 정신으로 고객(펀드매니저)의 요구에 얼마나 부응했는지를 평가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그래서 그는 법인영업직원들이 투자설명회와 기업탐방 등을 얼마나 자주 주선했는지, 또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줬는지 등을 정기적으로 파악, 그대로 인사고과에 반영했다. 공이사는 또 미국식 소팀제로 법인영업본부를 운영, 팀끼리 선의의 경쟁을 하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각 소팀의 팀장들과 만나 지난해 같은 기간과 지난달의 실적을 비교하는 ‘account review’를 가졌다. 물론 이때도 약정의 많고 적음보다는 질적인 면을 중점적으로 따졌다.이와 함께 리서치 센터와 정례 모임을 통해 서로에게 필요한 것과 기대하는 사항 들에 대한 의견교환과 협력체제를 구축했다. 이같은 협조체제와 직원들 개개인의 역량이 현대증권의 약진을 가져왔다는 게 증권업계 안팎의 중론이다.INTERVIEW공현무 법인영업본부장“정도 정신·성실성으로 승부한다”“묵묵히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제대로 평가받을 날이 오리라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현대증권 법인영업본부장인 공현무 이사(41)는 마치 신입사원처럼 하루를 시작한다. 모건스탠리 등 외국 증권사에서 지금까지 법인영업이라는 한우물을 판 공이사는 “외국 증권사에서 법인영업의 원칙을 배웠다”며 “이때 습득한 정도(正道) 정신과 성실성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고 말했다. 공이사도 정태욱 이사와 마찬가지로 이익치 전 회장이 영입한 사람이다. 2000년 2월 모건스탠리에서 법인영업본부장으로 옮겨와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공이사는 팀의 ‘역동성’을 강조한다. 개인의 컬러도 중요하지만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법인영업조직을 소팀제로 나누고, 평가도 소팀 단위로 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공이사는 “삼성증권의 명성은 다소 부풀려 진 부분이 없지 않다”며 “현대증권의 법인영업팀이 업계 1위를 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미 대우증권은 경쟁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나타냈다고 하겠다.공이사는 “법인영업팀이 업계 2위로 도약한 건 사실상 지금까지 열심히 해준 직원들의 덕”이라며 ‘영업사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또 “늦게 출발한 리서치 센터가 약진한 데 자극과 도전을 함께 받고 있다”며 “법인영업부문도 하루 빨리 업계 1위로 올라서기 위해 몇 곱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약력 : 61년 부산생. 동아고·고려대 경영대·경영대학원 졸. ING베어링, 모건스탠리 법인영업팀장. 현대증권 법인영업본부장.©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