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16년 동안 1,000건의 아이디어를 제안한 ‘제안왕’.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상용생산관리부 이재영 반장(42)이 그 주인공이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간 그가 제안한 아이디어로 회사는 7억3,400만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봤다. 제안 하나만으로도 회사에 훌륭한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그의 제안활동은 지난 1985년 2월 현대자동차 자재과에 입사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입사 후 처음 한 달간 자재창고를 청소하면서 현장의 부조리한 점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망가지거나 너무 많이 입고되어 관리조차 어려운 자재를 보면서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이때부터 시작한 제안활동이 16년간 이어진 것이다. 그는 현장의 문제를 볼 때마다 메모했다가 퇴근 뒤에 밤늦도록 고민, 제안용지에 대안을 기록해 제출하는 일을 계속했다. “당시 제안내용을 고민하다가 밤을 꼬박 세우고 출근한 일도 많았어요. 이틀에 한 번씩은 반드시 제안을 쓰기로 다짐하고 지금껏 지켜오고 있습니다.”처음에는 ‘특이한 사람’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회사 일만으로도 피곤하기 마련인데, 퇴근 뒤 밤을 세우며 제안서를 작성하는 그를 동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마음에 두지 않았다. “스스로 변하는 사람, 늘 성실한 사람만이 결국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그는 무척 부지런하다. 또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늘 애쓴다. 그는 IMF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6시10분(정상출근 8시)에 출근한다. 그리고 부서에서 가장 늦게 퇴근한다. 처음엔 동료들이 그렇게 일찍 출근해 도대체 뭘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할 일이 있어서…”며 머리만 긁적였다고 한다. 한번은 밤늦은 시간에 불꺼진 공장에서 혼자 일하다가 경비원에게 도둑으로 몰려 경비실에 끌려가 고초를 치른적도 있다. 일화는 동료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일화다.이런 부지런함은 제안실적뿐 아니라 다른 활동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올리는 원동력이 된다. 지난 2000년부터 시작한 ‘전사 우수반’ 평가에서는 총 5차례 중 4차례나 반장으로 있던 그의 반이 우수반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 정부에서 수상하는 ‘품질명장’에 등극하는 영예도 안았다.그렇다고 해서 그가 일밖에 모르는 ‘일벌레’는 결코 아니다. 그는 공장에서 동료들이 가장 많이 따르는 마음씨 좋은 반장이기도 하다. ‘털보아저씨’라는 애칭도 그렇게 해서 생겨났다. ‘바보가 아닌가’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착하다는 게 동료들의 이야기다. 동료인 양용모씨는 “몇 년 동안 그를 욕하는 사람을 본 일이 없다”며 “자기 일을 제쳐두고 남의 일부터 챙기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역시 같은 공장의 이우영씨는 “그는 자신이 도움을 주고도 ‘도움을 줘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할 정도로 겸손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