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과 ‘윈-윈’ 전략구사 … 의료전달체계 확립 한 몫

인천광역시 송림동 목재단지에 위치한 인천의료원은 여느 종합병원과는 좀 색다르다. 이곳엔 동네 의원들이 자기 환자를 데려와 입원시키고 수술도 한다. 인천의료원은 대신 각종 검사, 수술에 필요한 장비를 빌려준다. 그리고 진료비 수입은 서로 나눠갖는다.클리닉(동네 의원)과 제너럴 호스피털(대형 종합병원)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했던 호스피털(중·소형 병원)들이 개방병원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활로를 찾고 있다. 그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인천의료원이다. 인천의료원은 공공의료기관으로 개방병원 제도를 도입해 경영난을 해결하고 있다.개방병원(Open hospital 또는 Attending system)은 의약분업 이후 환자들이 동네의원과 대형 병원으로 몰리면서 100병상 이상 500병상 이하 중·소형 병원들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등장했다. 외래환자의 감소와 함께 전문의사들의 개업 붐으로 진료 공백까지 겹쳐 도산하는 병원들이 늘어난 것도 직접적인 이유다.이미 미국 등 해외에선 일반화된 개방병원 제도는 병원과 동네 의원간 계약을 맺고 병원의 입원실, 수술실, CT/MRI 등 각종 검사장비를 동네 의원들이 자유롭게 이용한다. 그리고 이때 발생하는 의료수가(진료수입)는 병원과 나눠갖는 의료 형태를 말한다.개방병원으로 공공과 수익 모두 잡아개방병원의 장점은 병원에겐 점차 가동률이 떨어지는 입원·수술실을 충분히 활용해 수입을 올릴 수 있고, 의약분업으로 빠져나간 전문의사 자리를 대신해 동네 의원 의사들이 메워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동네 의원 입장에선 투자비가 만만치 않은 CT/MRI 같은 값비싼 장비를 사용할 수 있어 초기투자 없이 개방병원을 통해 수입을 올릴 수 있다.인천의료원은 개방병원 시범병원으로 지정돼 지난 2000년 5월 첫 삽을 떴다. 1932년 경기도립 인천의원으로 개원해 7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인천의료원은 97년 현재의 송림동으로 이전하면서 4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성장했다.현재 전국엔 인천의료원 같은 공공의료기관이 24곳 있다. 의약분업 이후 경영난을 겪으면서 군산의료원, 마산의료원 등 많은 병원들이 매각을 통해 민영화했다. 날로 악화돼 가는 경영상태를 보전하기 위해선 공공성을 포기하는 길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하지만 인천의료원은 공공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바로 개방병원이라는 새로운 의료체계를 통해서다. 현재 개방병원 진료과목은 정형외과·내과·안과·일반외과·산부인과·소아과·성형외과 등 13개과다.인천의료원은 2000년에 40개 동네 의원과 계약을 맺고 364명의 환자를 진료해 1억 7,357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개방병원 시행 2년째인 2001년엔 계약 의원 수가 23개 늘어 총 64곳이 되면서 1만 853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의료원측은 2001년 한 해 동안 개방병원으로 31억 3,269만원의 수입을 올려 의료원 전체 수입의 14.1%를 점유했다고 밝혔다. 의료원은 개방병원 수입이 늘어남에 따라 올해 기존 13개과에 신경외과·치과 등을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다. 특히 개방병원 계약의원이 늘어나면서 올해 개방병원 수입이 전체 수입의 35%까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인천의료원이 개방병원을 택하게 된 것은 여느 다른 중·소형 병원과 같이 심각한 경영난에서 시작됐다. 특히 의약분업은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의약분업 이후 외래환자가 28% 정도 감소한 것이다. 외래환자의 감소는 입원환자의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병원 수입 28% 감소를 의미하는 것이었다.인천의료원 개방병원팀 김찬숙 간호사는 “공공의료기관이기 때문에 흑자를 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수지타산을 맞추는 정도였다”며 “하지만 의약분업 이후 적자폭이 크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인천의료원은 지난해 221억 9,120만원의 수입을 올려 2000년(232억 7,029만원) 대비 4.38% 감소 약 1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000년 7월 의약분업 이후 외래환자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000년 외래수입은 80억 8,701만원이었는데 2001년 외래수입은 56억 7,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입원수입은 개방병원 제도 도입 덕분에 크게 줄지 않았다. 2001년 입원수입은 137억 6,842억원으로 2000년(139억 739만원)보다 조금 줄어든 정도다. 인천의료원측은 현재 월 평균 20억원의 의료수입을 올리고 있는데, 이 중 매달 6억원 정도가 동네의원들이 입원시킨 환자들을 통해 나온다고 밝혔다.인천의료원은 개방병원으로 수입을 올리는 효과를 본 것과 함께 전문의사 이탈에 따른 진료 공백을 없앴다는 점도 성공 포인트다. 인천의료원은 의약분업 이전 30명에 이르던 전문의사가 의약분업 후 20명으로 줄었다. 이 공백을 개방병원 전문의사들이 채워주고 있다. 인천의료원과 계약을 맺은 동네 의원들은 병원에서 총 진료비의 17~19%를 제공받고 있다.보건복지부는 지난 2000년 5월 전국 40여개 병원을 개방병원 시범기관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인천의료원의 성공에 힘을 얻어 그동안 관망만 하던 병원들이 개방병원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개방병원의 수는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다.INTERVIEW이병화 인천의료원장“투명경영 해야 의료질 높아집니다”“병원도 기업입니다. 병원 경영은 예전처럼 주먹구구식으로는 안 됩니다. 떳떳하게 재무제표를 보여줄 수 있는 투명경영을 해야 합니다. 투명경영을 통해 병원은 수익과 의료 서비스를 한 단계 높일 수 있습니다.”한국형 개방병원의 대표주자로 뛰고 있는 인천의료원의 이병화 원장(65)은 의사인 동시에 ‘전문경영인’이다. 인천광역시가 출자한 공공의료기관인 인천의료원 이사회에서 선임한 CEO이기 때문.지난 93년 5월 취임한 이원장은 경영자로 인천의료원이 공공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수익을 올리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특히 의약분업 실시 이후 다가온 병원경영 악화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개방병원 제도를 도입하는 일이었다. 이원장은 의약분업 실시 두 달 전인 5월에 한국형 개방병원을 선언했다.이원장은 “공공과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기 위해선 새로운 것이 필요했다”며 “그 대안으로 개방병원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그의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의약분업 이후 많은 병원들이 경영난을 겪었다. 같은 환경에 처해 있던 많은 공공의료기관들은 민영화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원장은 민영화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민영화는 공공성을 포기하는 것이고 자칫 의료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개방병원은 확실한 효과를 가져다줬다. 의약분업 후 전문의 이탈로 줄어든 의료 공백을 개방병원이 채워주고 있다. 이원장은 “전체 수입의 15%를 개방병원에서 벌어들이고 있다면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개방병원은 의료전달체계 확립이라는 촉발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한국형 개방병원을 개척하고 있는 이원장에게 요즘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개방병원 제도 도입에 따른 조직 갈등이 바로 그것이다. 진료 시간이 늘어나면서 간호사 등 지원 조직원들이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현재 노조와 타협점을 찾고 있습니다. 인센티브 제도를 들여오는 방안도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기관으로 예산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개방병원 정착을 위해 밤낮으로 뛰고 있는 이원장은 <손이 비어 있어야 부지런하다 designtimesp=21986>(91), <아픔이 있는 뜻은 designtimesp=21987>(94) 등 수필과 시집을 출간한 작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