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학병원들과 네트워크 구축, PPL로 인지도 확산 … 지역주민대상 무료시술

서울 신촌로터리에서 서강대교 방면 도로변에 8층짜리 병원이 자리잡고 있다. ‘수지접합’ 전문으로 유명한 신촌연세병원이다.지난 99년 개원 이래 해마다 증축을 거듭해 3년이 채 안 돼 병상 200개를 갖춘 중견 병원으로 성장했다. 개원 당시와는 달리 이젠 수지접합 부문뿐 아니라 일반외과, 정형·성형외과, 내과, 방사선과 등 10개가 넘는 전문과를 신설한 데 이어 치과까지 확대하며 어엿한 종합병원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신촌연세병원은 매달 2,000건이 넘는 수술 실적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3년 연속 매출이 갑절로 느는 기염을 토해 냈다.이 병원에서는 대부분 외상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술이 이뤄진다. 특히 전체 수술의 25% 정도를 차지하는 미세수지접합 수술의 경우 성공률이 80%를 웃도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병원 응급실은 교통사고는 물론 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로 신체 일부분이 절단된 환자들이 실려와 밤낮없이 북새통을 이룬다.물론 국내 대학병원을 비롯해 수지접합 시술이 가능한 병원들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전문 의료진과 첨단 장비를 갖추고 수지미세접합 수술을 해낼 수 있는 곳은 이 병원이 국내에서 독보적이라는 것이 병원계의 평가다.수지접합은 절단사고 발생 후 빠른 시간 안에 정교한 수술을 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에선 전문의가 거의 없는 실정. 이처럼 전문의가 턱없이 부족한 이 분야를 틈새시장으로 보고 공략한 것이 이 병원의 가장 큰 성공비결인 셈이다. 미세접합 전문 의료진과 더불어 첨단 수술 장비를 갖춘 것도 이곳으로 환자들이 몰리는 이유다.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잘려진 신경 하나하나를 잇는 데 필요한 극미세 현미경과 영상증폭장치 같은 장비를 수술실에 설치해 두었다. 수술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과감한 투자였다.전문 의술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도 한몫했다. 무엇보다 수지접합 수술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가능한 빠르게 환자를 이송해 오는 출동 시스템을 갖춰놓았다. 규모가 엇비슷한 다른 병원이라면 2~3대의 구급차를 보유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병원은 10대 정도의 구급차를 운영한다. 119 응급구조대 못지 않은 출동준비 태세를 갖춰 사고 발생 장소로 재빨리 찾아가 환자를 이송한다. 앉아서 환자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부르기 전에 ‘찾아가는’ 서비스로 무장한 것이다.의료서비스 못지 않게 즉각적인 출동서비스로 ‘환자 모셔오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비상연락체계도 돋보인다. 한층 더 원활한 구급을 위해 서울 시내는 물론 지방에 있는 경찰은 물론이고 병원들과도 연락체계를 탄탄하게 구축해 놓았다. 개인병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학병원들까지 중상을 입은 절단환자가 응급실로 실려왔다면 신촌연세병원의 약도까지 그려주며 환자를 보내줄 정도다.사고예방교육을 앞세운 병원 홍보 마케팅에도 박차를 가해 왔다. 작업환경이 열악해 절단사고가 잦은 공단 등지를 돌아다니며 사고시 응급처치 방법 등을 자문하는 등 교육과 홍보를 병행한 캠페인도 병원을 알리는 데 일조했다.대기업 못지 않은 홍보전략 구사브랜드 전략도 남다르다. 손가락에 반창고를 붙인 모양을 디자인한 병원 마크를 환자복과 구급차에 넣은 것도 이 병원이 수지접합 전문 병원임을 한눈에 알아보게 한다. 원무과, 기획실 등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명함에 응급실 전화번호를 적어놓는 등 세심한 데까지 신경을 썼다.지역 밀착 마케팅도 빼놓을 수 없는 병원 이미지 홍보 전략이다. 해마다 소재지인 마포구의 영세민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무료 시술을 해주거나 성금과 쌀을 전달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 화상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노인들이나 손이나 발 등이 기형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성형수술만 지금까지 200건이 넘을 정도다.드라마 등 방송매체를 활용한 홍보마케팅인 PPL(방송 중 상품 노출기법)에도 적극적이다. 예전에 방영됐던 MBC 시트콤 <세친구 designtimesp=21951>를 비롯해 각종 드라마에서 병원을 무대로 한 장면이 필요하면 세트를 마련해 주었다. 여의도에서 다리만 건너면 올 수 있다는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신촌연세병원은 앞으로 수지접합뿐 아니라 정형·성형 외과 부문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이와 함께 2~3년 안에 전국적으로 분점을 내는 체인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후송 시간이 지연되면 수술을 해도 접합에 실패할 확률이 커 서울까지 오지 않고도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지방 분점에서 수술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의사, 간호사는 물론 전체 직원들의 서비스 마인드도 계속 키우고 있다. 퇴원 전 환자에게 직원들의 서비스 만족도를 설문해 이를 바탕으로 직원들의 실적을 평가한다. 지난해엔 중·소병원으로는 처음으로 연봉제를 실시하는 등 병원 경영을 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INTERVIEW김영진 원장“신속 응급처치 프로그램 개발 할 계획”김영진 원장은 국내 최고 수준의 수지접합 전문의로 통한다. 현재 월 평균 200건이 넘는 수술을 해봤을 정도로 풍부한 시술 경험을 쌓았다. 지금도 병원에서 이뤄지는 수지접합 수술을 거의 도맡다시피 하고 있다.“응급환자들이 대부분이라서 주말에도 퇴근하지 못할 때가 많아 아예 제 방에 간이침대를 들여놓았을 정도죠.”그는 연세대 의대 재학시절 동료들이 모두 기피하는 수지접합 분야에 뛰어든 덕분에 이름을 날릴 수 있었다. 당시 그는 제때 제대로 된 시술을 받지 못해 평생을 불구로 살아가는 환자들을 보며 갖게 된 안타까움이 무엇보다 이 분야를 선택한 계기가 됐다고 회상한다.“요즘엔 대부분 자동화 공정 덕분에 산재 환자들이 줄어든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교통사고와 가정내 안전사고 등으로 발생하는 수지절단 환자들의 수에 비하면 이들을 치료할 전문의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입니다.”그는 80%의 수술 성공률을 자랑하는 것보다 실패율 20%를 잡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좀더 신속하고 효과적인 응급시스템 구축과 함께 떨어져나간 상처 부위를 응급처치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현지에서 시술할 수 있는 분원을 곳곳에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장기적으로 실현할 방침이다. 매년 억대의 비용을 투자해 무료시술이나 성금을 지원하는 지역밀착 마케팅도 그의 주장으로 이뤄져 왔다. “앞으로는 지역과 규모의 한계를 한 차원 뛰어넘어 계속 확대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