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의 매도로 일시 주춤했던 주식시장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다시 상승세를 보여주었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과 경기 회복에 대한 강한 믿음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자극했다고 여겨지는데, 이 점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에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지난 1월11일 샌프란시스코 연설에서 그는 미국 경제에 단기적으로 심각한 위험이 상존해 있다고 말해 시장 분위기를 위축시켰다. 그러나 24일 상원 예산위원회에서는 경제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들이 점점 사라지고 경제 활동이 회복되는 기미가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에 힘입어 미국 시장의 주요 지수가 오른 것은 물론, 국내 종합주가지수도 2% 이상 상승해 그린스펀 효과가 나타났다.그린스펀 효과로 주가 상승우리 수출의 20% 이상이 미국 시장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경기회복 여부나 그 속도는 올해도 투자 전략 수립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다.그린스펀 의장은 재고 수준의 하락과 자본재 투자 가능성 등 두 가지 측면에서 경기회복을 전망했다. 그의 전망은 IT 수출비중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고 할 수 있다. 2000년 하반기 이후 미 경기하강이 재고의 급감과 IT를 포함한 설비투자의 급격한 위축에 따라 유발됐기 때문에 재고조정의 완료와 기업의 투자지출이 증가한다면 올해 하반기 이후의 회복 속도는 상대적으로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업종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재고순환측면에서 자동차를 포함한 비 IT 내구재 분야는 이미 재고조정이 완료돼 회복국면에 진입했으며, IT 내구재 부문도 재고조정이 상당히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따라서 올 상반기에는 재고의 증가가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플러스 영향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한편 98년 이후 국내 IT수출 실적이 미국의 설비투자에 상당히 연동된다는 점에서 기업의 투자지출 증가 가능성 또한 주목할 변수이다. 그러나 기업의 실적 부진과 유휴설비를 감안할 때 투자지출이 빠르게 증가할지는 좀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다만 기업 실적이 최악의 상황에서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주 긍정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회복이 가시화되기까지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국내 경제도 투자와 수출이 침체된 가운데 건설과 민간소비지출을 중심으로 내수부문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의 경기 동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재고순환 측면에서도 경기의 저점국면 통과가 확실하기 때문에 이제는 회복 속도가 문제의 관건이라고 생각된다.지난해 12월의 재고증가율이 2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러한 재고감소는 향후 재고조정압력이 완화되고 수요회복을 전제로 생산의 증가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경기가 저점을 지났다고 하나 곧바로 강한 회복세로 진입할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는 미국의 투자부진에 따른 수출의 정체에 기인하기 때문이다.지난해에 37%나 상승한 종합주가지수는 올해 들어서도 상승세가 이어져 1월 28일 현재 연말대비 12.5%나 올랐다. 업종별 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현재 진행 중인 미국 및 국내 경제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경기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와 실적 호전을 배경으로 운수창고 업종지수가 43.6% 상승한 것을 제외하면 소비지출 및 건설경기의 회복을 배경으로 음식료, 유통, 비금속광물 지수가 각각 22.3%, 19.1%, 29.7% 올랐다.수출부진으로 내수기업에 관심 집중이에 비해 반도체가 포함된 전기·전자와 화학 업종지수는 각각 15.3%, 16%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가 바닥권에서 탈출하고 회복국면에 진입한 것은 사실이나 수출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내수 우량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물론 반도체 및 TFT-LCD 가격의 반등을 계기로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지난 4·4분기에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그러나 단계별로는 거시경제 및 산업사이클의 흐름과 괴리돼 움직일 수는 없다.경기사이클은 이미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시장의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 기대감과 현실의 괴리를 염두에 둔 투자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안정적 영업기반을 보유하고 있는 내수관련 우량 기업과 수출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의 모멘텀이 강한 기업, 구조조정의 성과가 가시화되는 기업 등은 금융주를 중심으로 순환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유연한 대응 전략을 고려해야 할 때다.코스닥 시장 따라잡기2년 불황 겪은 IT업종 관심 가질 때지난해 10월 이후 코스닥시장은 거래소시장과 더불어 가파른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7개월 여만에 다시 80선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코스닥지수는 지난 9월 최저점(45.67)대비 약 74%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거래소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을 상회하는 높은 수준이다.그러나 지수의 큰 폭 상승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상승국면과 비교한다면 몇 가지 측면에서 역동적인 시장활기는 다소 떨어지는 모습이다. 우선 거래소시장에 비해 거래규모가 상대적으로 극히 부진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연간 평균적으로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거래소시장 거래대금 규모의 약 93%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연초에 코스닥 거래대금 규모는 거래소의 19% 수준으로 급감했다. 최근 다소 증가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올 들어 지금까지 평균 약 36% 수준으로 상대적인 거래부진과 침체상태에 놓여 있다.또 코스닥지수의 큰 폭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인터넷 및 소프트웨어 업종과 다양한 테마주 부상이 부진했다. 코스닥지수 상승은 KTF, 국민카드, 강원랜드 등 시가총액 최상위 종목군과 휴맥스, 엔씨소프트 등 일부 업종대표 우량주 주도로 전개됐다. 업종 대표주 중심의 일관된 상승세 지속은 예전의 ‘테마별 순환상승’에 익숙해 있던 코스닥시장 참여자들에겐 무척 당혹스러운 경험이었다.업종별 전망에는 차이가 있지만 지난 2년여 동안 불황에 시달려온 정보기술(IT) 산업이 올해부터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보여 향후 코스닥시장에 대해서는 긍정적 접근이 요청된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이후 시장흐름은 코스닥시장 참여자들이 과거와는 다른 시각과 자세로 시장에 대응해야 함을 보여준다. IT산업이 회복세에 진입한다는 들뜬 기대에도 불구하고 분야별로는 회복 형태에 상당한 차이가 있고 동일 업종내에서도 선두 기업과 다른 기업과의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코스닥 등록 기업 중에 CEO가 바뀐 기업이 상당수에 이르는데, 이는 업계 재편의 전주곡에 불과하고 생존 자체가 문제되는 기업들이 나타날 전망이다. 지난해 거래소 시장은 내수관련 우량기업과 여타 기업들과의 극심한 차별화가 나타났는데, 코스닥시장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진행될 것이다. 소위 ‘묻지마 투자’와 무원칙한 뇌동매매가 다시 되살아날 여지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벤처 무늬를 달고 화려한 포장만으로 투자자를 유혹하던 시대는 되돌아오지 않는 과거가 됐다.기업내용의 투명한 공개를 통해 수익성과 앞으로의 성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기업만이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앞으로도 코스닥시장은 업종대표 우량기업 중심 차별적인 실적 장세가 전개될 것이다.그러나 반드시 대형 우량주일 필요는 없다. 작지만 벤처의 생명력인 연구·개발을 통해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또 앞으로 구축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국내외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과 신뢰를 받을 것이며 이는 곧바로 주가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