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0219최근 은행의 합병이나 금융지주회사를 매개로 한 은행 통합 등을 통해 은행 자산 규모의 대형화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듯하다.그러나 은행이 금융환경 변화로 자산규모를 대형화해야만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자신들의 생존을 보장받고 싶어서인지 그 배경이 분명하지가 않다.은행의 자산규모가 대형화되면 될수록 이른바 ‘대마불사’ 또는 ‘too big to fail’이라는 가설의 입장에서 볼 때 적어도 생존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반면에 은행이 대형화되면 될수록 대형화된 은행은 물론이고 금융시스템 전체의 리스크 부담이 커져 금융질서의 안정성을 저해하게 되는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확률적으로 볼 때 특정 기업이나 특정 업종에 대한 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은행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은 당연히 은행이 대형화될수록 높아지게 된다.또 특정은행이 부실화될 경우 전체 금융시스템이 부실화될 가능성도 은행이 대형화될수록 당연히 높아지게 된다.미국에서 자산규모가 가장 큰 시티, 모건체이스, BOA 등 3대 은행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은행자산의 비율은 6% 내지 9%이며 나머지 10대 은행의 경우에는 3% 미만이다.주택은행과 합병한 국민은행의 경우 GDP 대비 은행자산의 비율은 놀랍게도 30%가 넘는다.특정 대기업이나 특정 업종에 대한 은행대출이 부실화됐을 경우 GDP 대비 은행자산이 3% 미만인 은행은 부실채권의 피해를 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GDP 대비 은행자산이 30% 이상인 은행은 부실채권을 피해 나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GDP 대비 은행자산이 3% 미만인 은행이 부실화되었을 경우 금융시스템의 불안으로 확대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GDP 대비 은행자산이 30% 이상인 은행이 부실화됐을 경우에는 곧바로 금융시스템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공적자금의 대규모 투입 없이는 금융시스템의 재생도 어려워질 것이다.금융의 후진국일수록 금융시장의 위험에 대한 인식이나 위험 관리(risk management)에 대한 능력이 취약하기 마련이다. 미국의 은행들은 90년대 초반의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Value at Risk(추정되는 최대 손실금액)’란 개념을 통해 위험 관리를 철저히 해오고 있다.우리의 경우 은행의 합병이나 통합 등 대형화 논의가 있을 때마다 규모의 경제가 있고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등 긍정적인 측면은 잘 알려져 왔다. 그러나 대형화에 내재된 위험요소들에 대한 인식은 없었다.자산규모 기준으로 일본의 4대 은행은 세계 Top 5에 들어 있다. 그뿐 아니라 일본 최대의 은행인 미즈호 그룹은 자산 규모가 163조엔으로 미국에서 가장 큰 상업은행인 시티그룹의 자산 규모보다도 30% 정도가 크다.그러나 일본의 은행이 미국의 은행보다 경쟁력이 더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고 그렇게 평가해 주는 곳도 없다. 일본의 은행들이 대형화로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었다는 이야기도 없다.80년대 이후 금융의 자유화 물결과 90년대의 금융 세계화 추세로 인해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 금융기관들의 경쟁력은 자금조달 능력보다는 ‘자금운용 능력’에 따라 결정적으로 좌우되고 있기 때문이다.점포와 인원 그리고 자산규모가 합병을 통해 커졌다는 이유만으로는 경쟁력이 향상되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은행간의 경쟁이 활발한 미국의 예를 보더라도 자산규모 면에서는 2위인 모건체이스의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되지만 시가총액은 오히려 모건체이스보다 높은 은행이 있듯이, 은행의 경쟁력은 자산 규모와는 별로 상관관계가 없다.실력이 떨어지는 축구팀 열 팀을 합병해 선수단의 규모가 10배로 커졌다고 해서 일류 선수들로만 구성된 축구팀과 싸워 이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과거에 20개쯤 있었던 일본의 시중은행들이 최근 몇 년간 대형화 붐에 휩쓸려 합병과 통합을 계속하여 초대형 4개 은행 중심으로 재편됐다.이러한 일본식 금융시장의 구조 재편은 지난 1997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금융 위기의 도래에 관한 공포감에서 오로지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수단으로서’ 합병을 선택한 결과일 뿐이다.대형화로 금융시스템이 효율화된다고 하는 어떤 보장도 없으며 대형화 이후의 금융시장의 장래에 관한 밑그림도 없는 상황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도 ‘일본식으로’ 은행구조를 재편하려고 하는 발상이 있는 모양인데 불안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