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구입부터 폐차까지 토털서비스 제공 …출시 2개월만에 46만명 몰려

사고로 보상혜택을 받는 자동차보험 가입자는 10% 선. 때문에 90%의 가입자들은“괜히 보험료만 버렸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이같은 가입자들의 심리를 역이용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자동차 보험이 있다. 삼성화재의 ‘애니카자동차보험’(이하 애니카보험)이 그것.애니카보험은 지난해 11월 5일 출시된 뒤 올 1월 12일까지 무려 46만명을 끌어들여 2,147억원의 보험료 수입을 회사에 안겨줬다. 이는 삼성화재 개인용 자동차보험 전체 매출액(2개월간 약 2,600억원)의 80%를 넘는 수치다. 상승세도 가파르게 이어졌다. 보험이 출시된 지난해 11월 첫째 주 1만 6,360건에 이르던 가입건수가 셋째 주엔 5만 4,724건으로 크게 늘었고 12월 넷째 주에는 6만 8,297건으로 증가폭이 점차 커졌다. 이런 상승세에 힘입어 애니카보험이 보험업계 전체의 개인용 자동차보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단숨에 23%로 올라갔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 이에 따라 회사는 애니카보험이 올 연말까지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효자상품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애니카보험이 출시와 동시에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은 뭘까. 회사측은 기존제품과의 분명한 차별성과 치밀한 마케팅 전략을 든다. 그중에서도 보험사들이 미처 보지 못했지만 소비자들에겐 중요한 ‘숨은 1인치’를 발견해 상품화한 게 가장 큰 성공 요인이라는 분석이다.삼성화재가 애니카보험 상품개발에 나선 것은 지난해 8월. 자동차보험가격자유화가 본격 시행되면서 보험사간에 2∼3일 간격으로 가격을 내리는 출혈경쟁이 계속됐다. 이대로 가다가는 경영상의 부담은 물론 보험상품 및 서비스의 질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삼성화재는 “어떻게 하면 가격경쟁에서 벗어나면서도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심각하게 하고 있었다.개발을 시작한 자동차상품파트 직원들은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무사고운전자가 전체의 90%에 이른다’는 통계 수치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또 이들 무사고 운전자들이 ‘괜히 보험료만 버렸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결국 무사고운전자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한다면 새로운 시장 형성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이처럼 90%의 무사고운전자를 주목한 것은 성공의 첫걸음이었다. 히트상품은 기존 시장에서 소비자의 잠재된 요구를 발견해 새로운 소비층을 만들어내야 가능한 법이다. 이는 또한 기존 보험상품의 고정관념을 철저하게 무너뜨린 발상 덕분이기도 하다. 보통 보험은 사고 뒤 보상을 강조하는 법이다. 그러나 애니카보험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전서비스’라는 ‘+α’를 더했다.즉 자동차보험의 일반적인 보상은 물론 비상시 긴급 출동하는 ‘애니카(Any-Car) 서비스’, 구입에서 폐차까지 무료 차량안전 정밀진단, 차량 실내세차 할인 등의 혜택을 주는 ‘애니케어(Any-Care) 서비스’, 교통법률서비스 등 다양한 생활정보를 제공하는 ‘애니텔(Any-Tell) 서비스를 덤으로 제공한다. 따라서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충분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비싼 보험료를 내고도 자동차보험의 혜택을 경험해 보지 못한 무사고 운전자들의 불만을 해소한 것은 물론이다.정밀진단 등 사전서비스 집중 부각그렇다고 보험료가 기존 상품보다 크게 비싼 것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보장(대인, 대물, 자손, 무보험, 차량손해)에 대한 자동차보험료에 연간 1만6,300원을 더 내면 된다. 가입대상은 승용차, 16인 이상 승합차, 1.4톤 이하 화물차량 등이다. 회사측은 “시중에서 3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차량 정밀진단을 무료로 받게 되면 추가보험료를 부담하더라도 이익”이라고 밝혔다.‘애니카랜드’라는 자체 정비망을 적극 활용한 것도 성공요인 중의 하나라고 회사측은 밝혔다. 개발 중에 ‘자동차보험가격자유화’ 시대에는 ‘가격’으로 승부해야 한다며 ‘서비스’위주의 개발전략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때 개발진이 반대의 목소리를 잠재운 논리는 ‘다른 보험사가 갖지 못한 자체 정비망을 적극 활용한 상품을 내놓으면 모방상품이 쉽게 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또 차량 정밀진단 같은 ‘사전서비스’를 집중 부각할 수 있었던 것도 ‘애니카랜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100여개였던 ‘애니카랜드’는 현재 전국적으로 500여개(올 연말까지 1,000개로 확대 운용계획)가 구축돼 있는 상태다.시대변화에 따른 적절한 마케팅 전략은 히트상품이라는 ‘보약’제조에 감초 노릇을 한다.애니카보험의 성공 또한 효과적인 홍보 마케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회사측은 “예전에는 상품을 개발하면 보도자료 하나 달랑 내놓고 말았지만 이번에는 상품기획단계부터 홍보팀과 전략을 수립했다”고 밝혔다.마케팅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사전서비스(Before Service)’를 부각해 기존 상품과의 차별성을 꾀하는 것이었다. 종전의 ‘사후서비스(After Service)’ 위주의 서비스 개념을 사고 이전의 ‘사전서비스’로 전환, 고객이 항상 혜택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집중 홍보했다. 또 차량진단 및 여행정보 안내 등 기존의 자동차보험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서비스를 자동차보험상품에 흡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서 나온 구호가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빗댄 ‘차량구입에서 폐차까지’이다.애니카보험의 성공으로 자동차 보험업계의 상품개발이 가격 경쟁에서 서비스 경쟁으로 옮겨갈 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봤다. 그러나 이미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해 놓은 애니카보험의 신장세를 쉽게 따라잡지 못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Interview김일평 자동차상품개발파트 과장“가격보다 서비스에 승부 걸었다”“자동차보험 가격자유화 이후 자동차보험 고객의 다양한 서비스 요구를 한꺼번에 수용한 전략이 성공했다는 판단입니다.”‘애니카자동차보험’ 개발 주역인 김일평 자동차상품개발파트 과장(35)은 “가격자유화 이후 가격보다는 서비스 쪽을 선택한 승부수가 적중했다”고 성공요인을 밝혔다.지난 93년부터 삼성화재 자동차업무팀(98년부터 자동차상품파트)에서 일해온 김과장은 개발에 성공하기까지 여러 번의 난관을 넘어야 했다.특히 ‘애니카랜드’라는 자체 정비망 구축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정비공장의 질적 수준과 직원들의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한데다 정비망 숫자 또한 원활한 서비스 수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 300개에 턱없이 부족했다”고 말했다.이런 문제를 하루 빨리 해결하기 위해서는 25억원쯤의 투자비가 들어가야 했으나 ‘상품개발 과정에서 이 정도의 금액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관련 부서간 이견이 많았다고 한다. 결국 당시 이수창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가격경쟁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서비스로 흐름을 바꿔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상품개발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한다.김과장은 “이렇게까지 성공할지는 정말 몰랐다”며 “보험사간 소모적인 가격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자동차보험시장의 흐름을 서비스 위주로 바꿨다는 점에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