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한데 묶는다.’올해 전자 분야의 첫 메이저 행사인 국제전자전시회(Consumer Electronics Show:CES,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1월 7~11일)에서 드러난 소비자용 전자 산업의 화두는 단연 네트워크이다. 가정용 및 개인용 전자제품이 빠르게 디지털화되면서 이들을 서로 연결해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이 추세는 CES의 기조 연설이나 전시 제품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개막 전야 기조 연설에서 “칩의 속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모든 기기들이 서로 연결되고 있다”며 “네트워크에서 무선 통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 회장은 특히 가정에서나 이동 중에 쓸 수 있는 무선 LAN(802.11a,일명 Wi-Fi)이 무선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는 기조연설에서 모든 가정용 전자기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e홈’ 개념을 제시하면서 이를 실현할 제품으로 ‘프리스타일’과 ‘미라’를 소개했다. 진대제 삼성전자 사장이 개막 기조연설에서 첫선을 보인 미래의 가정용 컴퓨터인 ‘홈미디어센터’나 무선통신 기능을 갖춘 차세대 휴대형 컴퓨터 ‘넥시오’도 이같은 흐름을 잘 보여주는 제품이다.멀티미디어 기기에서도 네트워크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소니. 소니는 무선접속 기능을 갖춘 ‘익스플로드(Xplod)’란 개념을 오디오·비디오 기기에 적용했다. 니시다 후지오 소니어메리가 사장은 “초고속 인터넷이 정보가전 산업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낸다”면서 소니는 케이블 인터넷 회사와 폭넓은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번 전시회를 주관한 전미가전협회(CEA)가 무선 LAN관과 블루투스관, 홈PNA(전화선 네트워크) 등 네트워크 관련 분야의 특별 전시관을 마련한 것이나 버라이존와이어리스 싱귤라 등 미국의 주요 이동통신 서비스회사들이 이번 전시회에 대규모 부스를 차려 참가한 것도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손꼽히고 있다.네트워크의 바람은 TV 쪽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TV를 중심으로 가정의 전자기기를 서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그것이다.이같은 움직임의 선두에 서 있는 회사가 목시 디지털(Moxi Digital).이 회사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디지털 세트톱박스를 기본으로 한 가정용 통합엔터테인먼트 솔루션 ‘목시 미디어 센터’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이 제품은 미국의 하이테크 전문 케이블방송인 테크TV(옛 ZDTV)가 선정한 최우수전시제품(Best of Show)으로 선정되기도 했다.이 회사는 애플컴퓨터 하드웨어 설계를 맡았으며,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중역을 지낸 스티브 펄먼이 웹TV에 이어 올해 초 창업한 회사이다. 이 회사의 목시 미디어 센터는 디지털 세트톱박스를 기반으로 삼았다. 목시 미디어 센터는 TV를 표시장치로 사용하고 위성, 케이블 인터넷 등을 통해 인터넷망에 연결된다. DVD와 CD를 재생하는 것은 물론 디지털 비디오나 사진을 저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리눅스 운영체제를 채용하고 무선LAN을 이용해 홈네트워크도 구축할 수 있다.목시는 이 시스템 보급을 위해 위성방송사인 에코스타 커뮤니케이션스와 제휴했으며, 다른 위성방송 회사나 케이블TV 회사에 이 기술을 라이선스해 주기로 했다. TV를 디지털 시대의 중심 기기로 자리잡도록 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네트워크는 정보가전 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낳고 있다. 진대제 사장이 기조 강연에서 제시한 ‘디지털 기술을 통한 무한 자유(Digital Freedom)’가 눈앞에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