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자산 풍부하면 아파트등 담보대출 털어내는 게 좋아
대기업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 고성호차장(44). 예전에는 ‘40대가 인생의 황금기’라 했지만 고차장에겐 그건 말 그대로 옛날 얘기다. 예전 같으면 직장에서도 안정적인 지위를 누린 채 여유있게 노후를 준비할 수 있었지만 이젠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평생직장은 이제 불가능한 희망사항이다.고차장은 그래도 사정이 좀 나은 편에 속한다. 부모님이 남겨두신 자금이 좀 있어서 3억원 정도의 유동성 자산을 확보해 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차장도 교육비 부담을 비껴갈 수는 없다. 중학교 2학년인 큰애와 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가 나가고 있는 학원만도 몇 갠지…. 때로는 남들처럼 ‘출근하는’ 아내를 꿈꿔보기도 하지만, 아내는 큰애가 돌배기 때 가정으로 돌아온 터라 요즘 같은 비상시국에도 전업주부로 만족해야 한다.고차장의 연봉은 6,000만원 안팎. 급여 수준만 보면 한국의 평균을 조금 넘는 ‘월급쟁이’지만 앞으로 10년 뒤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애들 대학 등록금도 부담스럽고, 좀 넓은 아파트로 이사해 50대 이후를 준비하고 싶기도 한 고차장은 요즘 여러 가지 금융권의 상품을 비교해 보지만 머리만 아플 뿐 별 뾰족한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고차장은 그래서 오늘 모 증권 PB(프라이빗뱅킹) 지점에 근무하는 고교 동창을 만나기로 했다. 원래 증권사 PB점은 최소한 5억원 이상은 돼야 상담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친구 덕에 고차장도 ‘재무설계’를 받아보기로 한 것이다.고차장을 반갑게 맞아준 김지점장은 우선 부채를 정리하라고 조언했다. 고차장은 지금 사는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5,000만원을 연리 7.6%에 대출받았다. 김지점장은 유동자산이 없는 것도 아닌데 연리 7%가 넘는 이자를 부담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유동성 자산 3억원 중 일부를 이 부채상환에 쓰고 남은 2억 5,000만원으로 자산배분을 해보기로 했다. 김지점장은 일단 중·장기로 투자자금을 나눈 뒤 세부사항을 설명했다.자녀 대학입학 대비 장기증권저축 가입할 만김지점장은 1인당 3,0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는 비과세고수익고위험펀드에 가족들 명의로 3,000만원씩 1억 2,000만원을 투자하자고 했다. 1년이 지나면 비과세혜택을 보는데다 연평균 6%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첫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는 5년 뒤쯤에는 비교적 작지 않은 규모의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지점장은 또 은행과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장기증권저축에 5,000만원을 넣자며 고차장의 의견을 물었다. 세액공제를 하고도 2년에 걸쳐 13.2%의 투자수익이 가능한 상품이다.이 두 상품은 올 3월말까지만 가입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듣고 고차장은 당장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이와 함께 김지점장은 노후를 대비한 상품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투자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가족들에 대한 생계수단은 마련해 둬야 한다는 것. 일단 연금은 월납 50만원, 종신보험은 70만원 정도는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월납 50만원짜리 연금신탁은 24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한데다 연금을 받을 때 11%의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김지점장은 현재 고차장의 연봉수준과 가족들 상황을 고려해볼 때 월 70만원 정도는 종신보험으로 지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김지점장은 마지막으로 단기투자용으로 6,000만원을 따로 떼놓자고 고차장에게 권했다. 이 중 3,000만원은 종금사의 발행어음을 사서 3개월 정도 묻어두고, 나머지 3,000만원은 요즘 주식시장이 호전되는 만큼 ‘주식인덱스펀드30’상품을 사자고 조언했다. ‘주식인덱스펀드30’은 자산의 30%를 KOSPI200인덱스에 투자하고 나머지를 채권이나 유동성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이제 남은 건 5년 뒤 아파트를 늘리는 방법이다. 김지점장은 수익률은 기대할 수 없지만 1,000만원짜리 주택청약예금을 들라고 권했다. 이는 가입한 지 1년이 지나면 1순위 청약대상자가 되는 상품이다. 아파트 당첨이 될 때까지는 고스란히 이 돈을 묻어둬야 하고, 1순위자가 많이 늘어나 경쟁은 치열하겠지만 그래도 아파트 분양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이렇게 대략적이긴 하지만 미래의 재정설계를 마친 고차장의 마음은 다소 가벼워졌다. 비록 앞으로 아이들 교육비와 결혼시기에 주택매입자금이 얼마나 지출될지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오늘 세운 계획대로만 진행이 된다면 큰 무리없이 은퇴를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고차장은 PB지점을 나섰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