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첫아이 출산과 함께 직장을 그만두었던 주부 김현희씨(33)는 며칠 전 한 포털사이트에 소호 입점 신청을 넣고 상호 만들기에 골몰하고 있다.대학 졸업 후 무역회사에서 근무했던 그는 “다시 일하게 된 것, 육아와 집안일을 함께 할 수 있는 것, 투자비용이 적다는 것, 노력에 따라 수입을 높일 수 있는 것 등 모든 조건이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김씨는 무역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화장품·액세서리를 수입, 소호몰에서 팔아볼 생각이다.두루넷쇼핑의 정지원 사업개발팀장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지난해 2월 시작한 소호몰 사업이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데다 올 1월부터는 포털사이트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소호몰 운영 시스템과 마케팅 툴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이트에 입점한 500여개 소호몰과 새로 개설한 소호몰 창업·실무교육 프로그램까지 챙기자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이처럼 인터넷 소호몰이 주목받고 있다. 소호몰에 입점한 작은 가게 사장들에게, 소호몰 수요 증가를 반가워하는 대형 인터넷 사이트에게 새로운 ‘특수’가 시작됐다.소호몰이란 창업이나 부업을 원하는 개인 사업자가 손쉽게 온라인 상점을 열 수 있도록 만든 e마켓 플레이스를 말한다. 지난해 2월부터 프리챌, 두루넷쇼핑 등 대형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해 올 1월 들어서는 거의 모든 포털사이트가 소호몰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덩달아 일부 언론매체와 유통기업도 인터넷 소호몰 시장에 뛰어들어 ‘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이렇듯 붐이 일고 있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소호몰을 운영 중인 대형 사이트들에 따르면 개업 3~4개월 만에 월 매출 2,000만~3,000만원을 기록하는 중소기업급 사업자가 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점포를 따로 마련하지 않고 집이나 작은 개인 사무실에서 소호몰을 운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한’ 매출 규모로 평가된다. 아예 인터넷 3~4군데에 둥지를 틀고 전문 소호몰 사업자로 나선 경우엔 상상을 뛰어넘는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수입이 짭짤하기로는 인터넷 기업도 마찬가지다. 입점비, 월 이용료 등 현금수입을 증대시켜 목마름을 해소하겠다는 의도가 소호몰 팽창 전략 이면에 깔려 있다. 야후코리아는 소호몰 운영으로 월 5,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프리챌, 두루넷쇼핑, 라이코스코리아, 네띠앙 등도 꽤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소호몰은 투자비용이 부족한 창업 수요층에게 특히 유용한 공간이다. ‘내 사업 시작이 쉽다’는 점이 소호몰 돌풍의 핵심인 셈. 실제로 지금까지 등장한 그 어떤 맨손창업 아이템보다 투자비용, 운영 편의성, 매출 등이 사업자에게 유리한 조건이다.‘쉽게 내 상점 마련’이 최대 장점우선 비용면. 950여개 소호몰을 보유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야후코리아는 소호몰 개설시 12만 4,000원의 입점비와 4만 4,000~11만원의 월 이용료를 받고 있다. 이용료는 등록 상품 수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 소호몰에 입점하는 개인사업자들은 상품 수 50개로 가장 저렴한 ‘패키지A’에 집중되는 편이다.프리챌의 쇼핑 채널 ‘바이챌’의 소호몰은 일반·실버·골드 등 3등분된 패키지에 따라 10만~50만원의 월정액을 받는다. 물론 매출에 따른 마진 수수료는 없다.인터넷 기업들 사이에 소호 사업자 유치 경쟁이 심해지면서 입점비나 월 이용료를 받지 않는 곳도 나타났다. 올 2월부터 소호몰 사업에 합류하는 드림위즈는 입점비, 월 이용료를 모두 없앴다. 상품 등록 수에 대한 제한을 두지도 않았다. 입점을 원하는 소호사업자는 자신이 판매할 상품만 확보하면 되는 셈이다.대신 상품 특성에 맞는 타깃 마케팅을 활용토록 권하고 서비스별로 10만원 단위의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그나마 이용료를 선납하거나 장기 계약을 체결할 때는 5~30%의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늘고 있다. 첫 상품 구매를 후불제로 할 경우엔 작게는 몇 만원 정도로 ‘내 상점’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운영 편의성 측면에서도 인터넷 소호몰은 장점이 많다. 대부분의 사이트가 인터넷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쇼핑몰 구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두루넷쇼핑의 경우 인터넷에 서툰 이도 20여가지 디자인을 이용해 10~20분 안에 쇼핑몰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라이코스코리아 또한 마우스 클릭만으로 쇼핑몰을 구축하도록 만들었다. 이마저도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은 10만원만 내면 멋진 홈페이지를 가질 수 있다.무엇보다 대형 사이트가 구축하고 있는 체계적인 결제 및 택배 시스템은 초보 창업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평이다. 전자지불·인증시스템, 상품 보증보험 서비스 등은 개인 사업자가 놓치기 쉽지만 고객에겐 꼭 필요한 장치. 프리챌 ‘폴리501’의 박혜령 사장은 “결제·배송 시스템이 일체화돼 있어 사업자 입장에선 편리하고, 고객들에게는 신뢰감을 준다”고 밝혔다.“이용료도 못내는 소호몰 상당수”그러나 인터넷 소호몰이 마냥 승승장구하며 장밋빛 가도를 달리는 것은 아니다. 경쟁이 심한 아이템을 선택하거나 마케팅에 조금만 소홀해도 고객 발길을 놓치게 된다.대부분의 소호몰은 대형 사이트 ‘쇼핑’ 카테고리에 속해 있다. 그곳의 수많은 상품 검색을 통해 이용자에게 ‘낙점’돼야 개별 소호몰로 이동하게 된다.그야말로 고객은 먼 길을 돌아 소호몰로 들어가는 셈이다. 따라서 경쟁에서 돋보일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없으면 홈페이지 방문조차 기대하기 힘들다.드림위즈 김정수 차장은 “기존 소호몰 등록자 가운데 다달이 내야 하는 몇 만원의 이용료마저 부담스러워하는 이도 상당수”라고 말한다. 소호몰에 입점해 상품을 진열해 둔다고 해서 저절로 고객이 찾아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또 하나의 부작용은 인터넷 기업의 무분별한 소호 사업자 모집으로 상권 보호가 안 된다는 점. 야후코리아 의류·잡화 코너의 경우 소호몰 수만 200개 가까이 된다. 물론 경쟁에서 살아남기는 전적으로 소호 사업자들 몫이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가격 고품질’ 전략만이 유효한 상태가 되었다. 최근 들어서는 소호 사업자 사이에 덤핑이나 제 살 깎아먹기 경쟁마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소호몰 담당자는 “올 연말쯤이면 살아남는 소호 사업자와 사이트가 가려질 것”이라며 “진입장벽과 상권보호책을 마련해 사업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인터넷 소호몰 성공전략일본 흐름에 주목, “진짜 가게처럼 돌봐라”한국보다 인터넷 인프라가 약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이지만 인터넷 소호몰만큼은 성황을 이루고 있다. 국내 포털사이트 소호몰 담당자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는 ‘라쿠텐(www.rakuten.co.jp)’이라는 소호몰 사이트는 8,100개 사업자와 계약, 96만개의 상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일본 소호몰에서 인기 있는 상품은 가격이 저렴한 소품류가 주종을 이룬다. 특히 각종 캐릭터 상품은 소호몰 최고의 인기상품. 초콜릿, 다이어트 제품, 패션 액세서리 등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네띠앙 정지은 과장은 “일본과 우리나라는 소비패턴이 비슷하기 때문에 일본 소호몰에주목, 히트상품 흐름을 잡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포털사이트 소호몰 쇼핑객의 50% 이상이 20~30대 여성층인 점을 감안, 이들을 겨냥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 유아·아동용품, 장난감, 다이어트 관련 제품 그리고 최근 일고 있는 건강주의 바람을 반영한 유기농산물, 채식주의자용 식품 등이 유망한 상품으로 꼽힌다.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성공 전략은 ‘정성껏 돌보라’는 것. 입점이 쉽고 자본금이 적게 드는 점에만 주목해 “싸니까 한번 해보자”며 합류하는 이들은 십중팔구 2~3개월을 넘기지 못한다는 게 업계 이야기다. 반면 점포형 창업을 한 것처럼 수시로 새 단장과 업그레이드, 이벤트 판촉 행사에 열심인 소호 사업자는 호평을 받으며 성장하기 마련이라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