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병원산업계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풀기 어려운 문제가 많다는 뜻이다. 이는 어떠한 산업분야 중에서도 경영시스템이나 경영마인드에서 가장 낙후된 분야가 의료산업계라는 것을 의미한다.빌 게이츠는 <생각의 속도(The Speed of Thought) designtimesp=21927>에서 미국 병원의 낙후성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그는 낙후된 시스템 하에서 곤혹을 치르는 의료소비자인 환자의 고통, 즉 환자의 침해된 인권을 지적하고 있다.그러면 우리의 실정은 어떠한가. 세계무역기구(WTO) 개방이라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현존의 국내 의료. 경영 시스템으로,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앞선 의료서비스와 경영시스템으로 무장된 외국 의료기관들이 국내 시장에 들어올 때 우리 국내 의료계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경영시스템을 놓고 볼 때 국내의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의료산업계가 많이 낙후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의원급부터 시작해 1,000병상 이상 규모의 대형 종합병원에 이르기까지 병·의원들은 환자를 경쟁적으로 무조건 수용했다. 의사들은 많은 환자를 열심히 본다는 현실에 안주해 환자들의 불만은 외면해 왔다.이는 의료계가 의료소비자인 국민들과 차츰 소원하게 된 원인들 중 하나다. 이러한 현상은 약 25년 전 도입된 의료보험제도가 나름대로 정착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곧 환자의 숫적 확보의 길이 열리면서 체계적인 경영기법을 적용하지 않은 데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 그 결과 좀더 열린 경영시스템 도입을 미루고 있었던 것이다.이미 80년대 국내 다른 산업분야에서 리엔지니어링, 차별화, 다운사이징(Downsizing) 등의 개념 하에 기업경영을 꾸준히 쇄신해 왔던 것처럼, 우리 병원산업계에서도 이제라도 새로운 경영기법을 과감히 적용해야 한다.우리 의료산업계가 가진 문제점 중 하나는 인건비가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종합병원인 경우 평균 약 45% 이상, 대학병원인 경우(기초학 교수 포함) 약 50%에 이르는 현실이다. 따라서 국내 의료산업계는 인건비의 몫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 비중을 낮추기 위한 한 가지 방안으로 몇몇 인근 종합병원들끼리 MRI와 같은 값비싼 의료장비를 공동구매, 공동 활용함으로써 경영의 합리화는 물론 고정비 절감을 가져올 수 있다.인건비 병원 총비용의 50% 차지또 교수 및 전문의와 같은 고급인력 채용에 따른 높은 인건비 감축 방안의 하나로, 이미 선진국에서 오래 전부터 시행해온 전문 의사들의 개방형 병원제도 도입 및 활용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즉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개업의가 일정시간 진료를 하면서 계약에 따라 종합병원시설을 이용해 자기 환자를 직접 치료, 관리할 수 있다. 종합병원 또는 대학병원에서는 높은 인건비를 절감하면서 병원 시설물 활용도에 따른 사용료 수입을 함께 얻게 된다.결국 종합병원들간의 소모적인 경쟁의식에서 벗어나 함께 할 수 있는 고가 장비들은 공유하면서도 질환별·기능별 의료기관들의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시스템을 국내 의료기관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행정당국의 뒷받침이 중요한 관건이다.예컨대 대학병원에서 활동하는 계약직 임상교수도 대학병원평가 인준시 구성원으로 인정받으며, 정부 부처에서 관리하는 연구비를 신청·수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교육부 등록 정식 교수에 국한됐다. 만일 국내 의료기관에 이러한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많은 의료기관들은 높은 인건비 절감을 통한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는 활력소가 될 것이며, 이는 WTO 체제에서의 경쟁력 확보라는 뜻에도 부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