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VC, 가정용AV제품·방송장비 적극 홍보계획 … 도시바는 노트북 인지도 제고 총력전

사상 유례없는 한·일 공동개최 월드컵. 국내 기업과 일본 기업의 월드컵 마케팅 열기가 가장 뜨거울 것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다.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는 일본 기업들은 본사와의 협력을 통해 최대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월드컵 마케팅의 주요 원칙과 전략 등 큰 그림은 일본 본사에서 만들되, 일본 현지와 한국간의 상황 차이를 고려해 이를 수정 적용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한국 후지필름은 “월드컵이 끝나고 나면 시장에서 일등”이 목표다. 한국 후지필름측의 설명에 따르면 지금도 시장에서 실질적인 1위지만, 사업 영역에 따라 경쟁업체엔 코닥 등과 부분적으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상태. 월드컵 후에는 필름 및 현상기 부분, 디지털 카메라 등 디지털기기 부문, 사진인화시장 등 모든 부문에서 1위 자리 확실히 굳히기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후지필름 본사가 과거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큰 재미를 본 경험에서 나왔다.84년 LA올림픽 당시, 유럽 필름 시장에서는 경쟁업체 코닥이 1위였고, 역사가 긴 아그파 등의 쟁쟁한 업체가 버티고 있는 상황이었다.그런데 LA대회의 공식 후원사로 마케팅을 적극 펼쳐 후발주자였던 후지필름이 인지도를 크게 높이고 판매량도 늘려 이들과 대등한 경쟁 상대로 부상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특히 후지필름측은 실제 경기가 벌어질 때 대회 운영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데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국내 10개 경기장과 프레스 센터 등 모두 11곳에 후지필름 서비스 센터가 설치되는데, 이는 각 나라의 사진기자들에게 무료 현상 및 인화 서비스를 하는 곳이다.여기에는 한 대에 1,500만원쯤 하는 현상기가 32대나 동원되고 배치되는 현상 및 접수인원만도 200여명에 이른다.지난해 11월에 후지필름 현상가맹점 현상인력 중 국내 11개 서비스센터에서 일할 요원을 뽑는 이벤트를 벌였다. 이를 총괄한 윤형재 월드컵 FSC팀장은 “요원으로 참가하고 싶은 이유를 적어낸 것을 보니 다들 우리나라가 큰 행사를 치르는 데 일조하겠다는 기상이 하늘을 찌르더라”고 후일담을 전했다.후지필름 본사는 월드컵 필름 서비스센터를 여섯 차례나 운영해본 경험이 있어 여기서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필름 서비스센터 요원 선발 ‘저요! 저요!’갖가지 마케팅 기법 중에서 어린이들을 적극 활용한다는 아이디어가 눈길을 끈다. ‘자연과 어린이’는 전통적으로 사랑받는 사진 소재이기 때문에 필름 회사에서는 단골 마케팅 대상이다.여기에 착안한 후지제록스에서는 ‘주니어 사진기자단’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월드컵에 앞서 지난해 5월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에 주니어 사진기자단을 보냈다. 이는 8∼15세의 고객 중 일정 인원을 뽑아, 경기장에 보내주는 것이다.아이들은 경기장에 직접 들어가 각국의 사진기자들과 함께 포토라인에 서서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 및 경기 장면을 촬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월드컵에 참가할 주니어 사진기자단은 지난해 11월부터 모집에 들어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이렇게 인지도나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 외에도, 직접 매출을 올리는 방법도 있다. 흔히 ‘포장재 이벤트’로 불리는 방법이다. 필름을 사서 포장 박스에 있는 응모권을 붙여 보내면 추첨하거나, 포장재에 적힌 번호를 온라인으로 확인하면 당첨 여부를 알려주는 복권 등인 것. 이미 지난해부터 지하철과 버스 등의 광고를 월드컵 분위기로 바꾼 것은 물론이다.모두 합해 60억여원의 비용을 투입할 예정이다. 고승훈 한국 후지필름 월드컵 프로모션팀장은 “그만큼 이번 월드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한편 한국 후지제록스는 이번 월드컵을 ‘인지도 각인용’으로 활용하려는 계획이다. 모토는 ‘프린터 퍼스트.’ 이는 제록스 브랜드의 한계를 넘어서야 하는 회사의 사정이 반영된 것이다. ‘제록스’가 복사기의 대명사로 쓰일 만큼 브랜드 가치가 높기는 하지만, 이는 오히려 새로 진출하는 비즈니스에서는 족쇄가 되기도 했다. 이미 3년 전부터 프린터를 통한 출력문서의 양이 복사량을 추월했다.따라서 후지제록스 역시 프린터 부문, 특히 복사기 프린터 팩스 스캐너 등을 합친 ‘디지털 복합기’를 회사의 핵심역량으로 삼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국내 소비자들에게 후지제록스 프린터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월드컵을 인지도 상승 기회로 삼는다는 계획이다.“월드컵에 대비하기 위해 이미 지난 2001년 5월부터 본사에서 무려 30여명 규모의 태스크 포스(TF) 팀을 꾸려 활동을 시작했다”고, 이 팀을 이끌고 있는 한국 후지제록스 윤도용 실장은 말했다.후지제록스 내부 고객 사기진작위한 행사 마련마케팅 서적에 종종 사례로 등장할 정도로, 제록스 그룹은 스포츠 마케팅에 강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64년 인스부르크 동계올림픽을 통해 스포츠 마케팅을 시작한 이래 40여년의 경험을 갖고 있다.월드컵 행사 진행에는 컬러프린터를 지원한다. ID카드 등을 행사장에서 직접 발급받을 수 있는 것은 후지제록스의 컬러프린터 덕분이다. 입장권 제공 같은 행사는 물론이고 내부 고객, 즉 후지제록스 직원에 대한 ‘대접’도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영업직원 등을 한국에 초청, 월드컵 관람을 하는 등의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윤실장은 “업종특성상 코카콜라 같은 기업처럼 매출이 폭발하는 등의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월드컵을 통해 단순히 영리를 추구한다기보다는 대회 실제 운영에 기여한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JVC 는 소니 등과 더불어 일본 3대 AV가전업체. 그동안 한국시장에서는 공식수입업체를 통한 제한된 마케팅 및 판매 활동만을 해왔으나, 2000년말 한국법인 JVC 코리아를 설립했다.특히 월드컵을 계기로 다양하고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월드컵을 통해 TV 등 가정용 AV제품뿐 아니라 프로젝터, 방송장비와 보안 관련제품을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전략. 2월초부터 오는 3월 17일까지 코엑스 아쿠아리움 입구에서 ‘월드컵 파이팅 팬 메시지’를 JVC 캠코더로 촬영해 주는 행사를 실시한다.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선전을 기원하는 축구 팬들의 파이팅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JVC가 전세계적으로 마련하는 이벤트로, 촬영된 고객들의 메시지를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동안 대형 경기장 전광판을 통해 내보내게 된다. 이 행사 외에도 ‘젊은 층을 공략한다’ ‘일반적인 프로모션에도 월드컵 관련 내용을 적극 접목시킨다’ 등을 중심전략으로 해 각종 이벤트를 만들고 있다.IT부문 공식후원업체인 도시바 역시 노트북 제조사로서의 인지도를 높인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도시바는 7년간 전세계 노트북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지만 한국서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다. 일본 도시바는 축구경기장 주변에 ‘도시바코너’를 열어 제품전시, 경품증정 등의 이벤트를 벌일 예정인데 한국 도시바도 이와 비슷한 행사를 계획 중이다.다만 한국 도시바는 최근 ‘도시바 디지털 미디어 네트워크 코리아’(이하 TDMK)를 설립하고 노트북 직판 체제를 갖추면서 한국 시장에 갓 진출한 상태기 때문에 대규모 독자 마케팅을 수행할 여력은 아직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