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기 팽개치고 성공 보장도 없는 사업을 하겠다고 고집부린다며 얼마나 반대가 심했는지…. 하지만 꿈에 나올 정도로 간절히 하고 싶었고 그만큼 잘해 낼 확신도 있었어요. 제법 자리를 잡은 요즘엔 결사 반대했던 시어른들이 그때를 회상하며 웃으시곤 합니다.”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지하상가에서 십자수전문점 ‘홈하비’를 운영하고 있는 김태희 사장(32)은 가족들이 그토록 말렸던 창업을 기어이 성공시켜낸 ‘의지의 주부 창업자’다. 첫 아기를 임신하면서 태교의 일환으로 시작했던 십자수가 그를 생면부지의 창업시장으로 이끌었다.김사장은 아기를 가지면서 6년간 근무하던 의류회사를 그만두었다. 출산 후 ‘무언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업 아이템을 찾던 중 친구가 운영하던 십자수전문점에 관심이 모아졌다. 수 놓기 시작한 지 몇 달 안 된 초보였지만 묘한 마력을 느껴 계속해서 ‘작품’을 만들던 터였다. 마침 점포를 처분하려던 친구는 김사장에게 사업을 인계, 기본적인 사업 터전을 마련해 주었다.태교 수단이 창업아이템으로 ‘변신’“무엇보다 십자수를 좋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초보자들에게 요령을 가르쳐주고 재료를 판매하는 정적인 일이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특히 창업 하자마자 십자수 붐이 일어나 운도 따른 편이었죠.”98년 10월 경기도 일산에서 시작한 십자수전문점은 2년 만에 서울로 ‘확장 이전’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번창의 일등 공신은 다름 아닌 탤런트 최수종 하희라 부부.첫 아기 출산을 앞둔 최씨 부부가 TV에 출연해 십자수 태교를 선보인 것이 곧장 붐으로 이어졌다. 젊은 부부가 많이 사는 일산 신도시에선 특별히 거센 유행 바람이 불어 갑작스레 십자수 동호인이 많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김사장으로선 더할 나위 없는 창업 타이밍을 잡은 셈이었다.2년 전 옮긴 점포는 영등포역 지하상가에 자리잡고 있다. 출퇴근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 사업은 여전히 번창 중이다.하루 평균 매출은 80만원 선. 월 2,400만원에 이르는 매출 가운데 재료원가, 임대료,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900만원 안팎이 순수익으로 남는다. 창업 당시 양가 가족들의 극심한 반대를 물리친 보람을 느낄 만한 고수익이다.영등포 지하상가는 6평 남짓한 규모에 7,0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 곳이다. 임대보증금이 2,000만원, 나머지는 권리금으로 지출했다. 인테리어비, 초도물품비 등을 모두 합하면 1억원 정도가 들었다. 결혼 전부터 모아두었던 ‘비자금’에 일산 점포에서의 수익금과 은행 대출을 동원해 창업자금을 마련했다.“십자수를 즐기는 고객들은 자수 천에 ‘마약가루가 뿌려진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를 합니다. 그만큼 한번 취미를 붙이면 좀처럼 그만둘 수 없는 매력이 있다는 뜻이죠. 수를 놓는 시간만큼은 머릿속이 맑아지고 잡념이 없어져 소양을 닦는데도 효과적이에요. 요즘은 남자들도 많이 하는 걸요.”‘마약 같은 취미’ 동호인 급증 추세김사장은 인터넷에 동호회 모임을 만들어 수요층을 흡수하는 등 여러 채널로 고객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십자수에 필요한 각종 도구와 재료를 전시 판매하는 것은 물론 동호인을 대상으로 한 강습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지극히 여성적인 사업인 만큼 친절과 다양한 서비스는 필수조건이기 때문. 차곡차곡 저축해 몇 년 안에 ‘진짜 내 점포’를 마련하는 게 목표다.이 사업은 자신이 만든 물건을 스스로 사용하거나 판매하는 DIY(Do It Yourself) 사업군에 속한다. 특히 십자수는 손쉽게 배워 누구나 금세 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이미 태교를 원하는 임산부나 여가시간을 즐기려는 주부층, 단아한 취미를 즐기려는 직장여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이 십자수 동호인이 돼 있다.최근에는 트렌스젠더 하리수의 취미가 십자수라는 게 TV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지면서 또 한 차례 붐이 일기도 했다.이 사업의 주요 고객은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하고자 하는 젊은 주부층과 신세대 여성층. 따라서 중·소형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대단위 아파트단지 주변이나 주택가, 여성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이 최적 입지로 꼽힌다.중요한 것은 십자수 마니아를 중심으로 한 단골 확보. 이들의 입소문이 사업 성공을 좌우하므로 점포를 ‘판매장’이 아닌 ‘사랑방’ 공간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또 색다르고 개성 있는 작품을 다양하게 전시하고 새로운 상품이 나올 때마다 발빠르게 입수해 동호인층을 이끌어야 성공확률이 높다. (02)511-1087일본 창업뉴스단편영화 상영관 바람몰이“틈새시간 즐기자” 영화팬 몰려한국과 일본을 막론하고 대형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영화는 대부분 장편이다. 관객들에게 2~3시간의 상영시간은 이제 당연한 ‘법칙’이 되다시피 했다. ‘모처럼 영화감상 한번 제대로 해보자’고 마음먹으려면 적어도 반나절은 비워두어야 한다.영화업계 또한 장편영화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제작·수입한 영화가 개봉 후 부진한 성적을 거둔다면 여러모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최근 일본에서는 지금껏 유지돼온 장편영화 중심 체제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장편영화에서 단편영화 쪽으로 승부수가 바뀐 것. 단편영화 상영으로 새 바람을 일으키는 곳은 도쿄 번화가 시부야 한가운데에 위치한 영화관 ‘시네퀸토’다.이 영화관은 백화점 그룹인 파르코가 운영하는 곳으로, 지난해 11월부터 단편영화 상영을 개시해 영화팬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이곳에서 상영되는 단편영화는 아무리 길어도 20분을 넘지 않으며, 미국이나 유럽의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짧은 상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스토리와 작품성을 갖춘 것이 특징.시네퀸토는 ‘쇼트식스(short 6)’라는 이름으로 단편영화 6편을 2시간 15분 동안 연속 상영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올봄부터는 관객들의 니즈에 맞춰 1편씩 따로 상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 또 인터넷을 통해 공모한 작품을 네티즌에게 송신, 이 가운데 인기가 높은 작품은 영화관에서 직접 상영한다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파르코는 방송사인 후지테레비와 공동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단편영화를 상영해 화제가 되었다. 양사는 일본에 단편영화의 즐거움을 소개한다는 기치 아래 ‘쇼트 브레이크(www.shortbreak.jp)’란 이름으로 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회원들은 매달 500엔을 내고 단편영화 8편을 관람하고 있으며, 송신된 영화는 몇 번이든 시청이 가능하다. 영화관 시네퀸토의 단편영화 프로그램도 이 사업의 일환이다.일본에서 일고 있는 단편영화의 인기는 영화관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비디오나 DVD 업계에서도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비디오 대여점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렌트락이라는 회사는 일본인 작가들의 단편영화 작품집인 ‘그래스호퍼(www.grasshoppa.jp)’의 대여를 시작했다. 현재 전국 비디오 대여점에 전용코너를 설치해 시장확대를 꾀하고 있는데, 단편영화의 인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일본 내부에서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단편영화 상영관의 등장, 단편영화 소프트웨어의 공급 확대 움직임은 2~3시간 영화 관람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있다. 20분 남짓한 틈새시간에도 손쉽게 문화 향유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게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잘 맞아떨어진다. 한국 성인층의 라이프스타일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아 조만간 단편영화 상영관이나 단편영화 공급사업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김태은·트렌드재팬 대표 www.trendjap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