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말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가 외화유동성 호전 및 은행시스템 개선 등의 이유를 들어 올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한 단계 상향 조정될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지난주에는 유럽의 피치사도 비슷한 이유로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미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은 피치와 미국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사의 투자적격에서 두 단계 이상 조정된 상태다. 최근 들어서는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여부와 관계없이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조정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기준으로 삼는 국민소득,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재정수지와 대외수지 건전성, 외채규모 적정성, 실업률, 외화유동성 지표를 감안하더라도 우리의 국가신용등급이 한 단계 상향 조정될 수 있는 여건은 성숙돼 있는 상태다.외환보유고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는데다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경쟁국과 달리 3%대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신용평가기관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를 포함한 기업의 구조조정도 만족스럽지 않지만 어느 정도 가시화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한 가지 지나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들 기관들도 고객을 대상으로 한 수익기관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외환위기 국가를 중심으로 이들 기관의 공정성에 대해 자주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본 것도 이런 까닭이다.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3주 전에 앞서서 외국인들이 주식을 대거 매입하다가 정작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면 매도하는 행태가 반복됐다. 따라서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소식을 미리 자신들의 고객들에게 전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최근 미국 증시에서 일파만파 파장을 미치고 있는 엔론사와 관련해 ‘늦장 대응’이라는 비난에 직면한 신용평가기관들도 이런 점을 의식해 새로운 평가 시스템을 내놓아 주목된다. 무디스는 시장인식에 맞춰 신용등급 변경을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1회 평가 때 여러 단계의 등급조정이 가능한 개선책을 발표한 바 있다.무디스도 상향 조정할 가능성 커S&P와 무디스도 그동안 주식과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장래의 신용등급 방향을 ‘전망(outlook)’으로 발표하던 관행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런 변화가 앞으로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위상과 국내 증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아무튼 앞으로 우리의 국가신용등급이 한 단계 상향 조정된다면 이번에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현재 우리의 국가신용등급은 무디스를 제외하고는 투자적격에서 모두 두 단계 이상 조정된 상태다. 이번에 무디스사까지 한 단계 더 상향 조정되면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에서 모두 두 단계 조정되는 셈이다.물론 한 나라의 신용등급이 투자적격에서 두 단계 상향 조정되면 순수 민간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투자적격 단계로 조정되는 관례가 지난해부터 깨지긴 했지만 여전히 관행적으로는 유지되고 있다. 앞으로 무디스사가 우리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상향 조정하면 외환위기로 잃어버렸던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해외 자금조달상의 위치를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과거 20년간 무디스와 S&P사의 국가신용등급 평가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해 보면 우리와 같이 외환위기를 당한 국가는 외환위기를 당하지 않은 정상적인 국가와 제반 거시 경제여건이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 비교해볼 수 있다. 즉 외환위기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정상적인 국가보다 3단계 더 낮게 평가되는 체계적인 관행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이는 단순히 외환위기를 당했다는 사실만으로 신용등급을 낮게 평가받아야 하는 일종의 벌칙효과(Penalty Effect)인 셈이다. 이 효과를 제거할 경우 앞으로 우리의 국가신용등급이 무디스사로부터 한 단계 상향 조정되면 사실상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다행히 올 들어 국제투자자들이 우리와 같은 이머징 마켓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보이고 있으며, 특히 우리 증시의 차별성이 부각되고 있다. 엄격히 따진다면 고객을 상대로 수익을 내야만 하는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입장에서 최근에 형성되고 있는 국제투자자들의 관심을 외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과거에도 국제투자자들이 이머징 마켓에 투자할 때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늘 등대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구조조정 효과가 조금만 가시화된다면 우리의 국가신용등급은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조정될 수 있다. 굳이 그 시기를 점친다면 빠르면 올 1·4분기에는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문제는 이 시기를 놓칠 경우 우리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차기 정부에 가서야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이전 정부의 책임을 묻는 한국의 관행과 비록 현 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개혁과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이 많은 점을 주목하고 있다.시간이 갈수록 구조조정과 같은 경제문제보다는 정치적 문제가 중시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구조조정을 통해 국가신용등급을 조정할 수 있는 시간은 올 1·4분기나 아무리 많이 잡아도 상반기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물론 현 정부는 정경분리의 원칙을 내세워 이런 해외시각을 의식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만약 올 상반기에 구조조정을 통해 국가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될 수 있다면 지난해 미국의 금리인하 조치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 형성되고 있는 해외자금 조달상의 유리한 여건을 우리가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부대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이럴 경우 원화 환율은 외국인 자금의 유입으로 최근에 원·엔 동조화 이탈현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기업들은 정책당국에서 원·엔 환율을 100엔당 1000원선을 맞춰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수급 여건이 100엔당 1000원선을 맞추기가 어려운 상태다.현재 외환당국이 처한 여건을 감안하면 외환보유고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고 기업들의 거주자외화예금도 120억 달러를 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추기 외화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다. 왜냐하면 외국인주식 투자자금이 들어오면 그대로 환율로 밀어내야 할 입장이기 때문이다.따라서 국내기업들은 단기적으로 원·엔 환율이 불리하게 돌아감에 따라 다른 대체수익원을 발굴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품질·디자인·기술과 같은 가격 이외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수출지역과 수출품목을 다변화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