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점 호황으로 생맥주 소비량 급증 "가맹점 보호책 먼저 살펴라"

국내 맥주시장 규모는 전체 술 시장의 절반인 3조원 선. 이 가운데 가정용 병맥주와 캔맥주가 55%를 차지하고 나머지 45%는 맥주전문점 등 업소용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업계에서는 지난해 국내 맥주 소비량이 전년도에 비해 10% 정도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업소에서 주로 판매되는 생맥주는 20% 이상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8%대 성장에 그친 병맥주 시장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전에 없이 생맥주가 잘 팔리는 것은 하이트와 OB, 양대 맥주회사가 벌이는 생맥주 체인사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 두 업체는 총 18개 공식 체인 브랜드를 내놓고 1,300여개 가맹점을 전국 방방곡곡에 뿌려놓고 있다. 특히 2000년 들면서부터 생맥주 체인브랜드를 리뉴얼하거나 새로 런칭하는 방법으로 일제히 시장 재편에 나섰다.사실상 독과점 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하이트맥주와 OB맥주의 프랜차이즈 전략은 궁극적으로 맥주 판매 확대에 모아진다. 자사 맥주만 팔 수 있는 이른바 ‘공식 프랜차이즈’를 만들어 판매량 증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단 맥주회사가 직접 체인점을 관리 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 체인사업체와 상표사용 계약을 맺고 가맹점 모집과 관리 권한을 부여하는 형태로 운영한다. 맥주업체 입장에서는 프랜차이즈 관리에 따른 인력과 비용을 절감하면서 맥주 판매를 늘릴 수 있어 좋고, 체인업체는 대기업 맥주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 가맹점을 확보할 수 있어 좋은 ‘윈-윈’ 시스템인 셈이다.하이트맥주 판매촉진팀 황인구 대리는 “맥주 판매 촉진의 측면에서 프랜차이즈 전략은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라고 밝히고 “상표사용과 가맹점 모집 및 관리 권한을 줄 만한 체인업체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한다”고 밝혔다.한편 생맥주 체인 브랜드들은 창업비용이 3,000만~5,000만원대(점포임대 비용 제외)로 낮은 편인데다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해 소자본 창업 수요자에게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통한다. 맥주를 비롯한 주요 식자재를 본사에서 공급받을 수 있어 운영이 수월하고 부족한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업체도 있다. 또 누구나 아는 대기업 상표를 사용하는 데다 실내 인테리어와 안주 등이 통일돼 있기 때문에 입지만 잘 선택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평이다.그러나 문제점도 없지 않다. 모든 체인업체들이 하이트나 OB와 상표사용 계약만 체결했을 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이다. ‘단순한 맥주 공급자와 수급자 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이야기.따라서 체인본부가 부도라도 나면 가맹점은 ‘낙동강 오리알’이 되기 십상이다. 체인사업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지속적인 경영관리 및 영업지원이 중단되면 순식간에 실패할 수도 있다. 93년부터 체인점을 모집했던 ‘하이트광장’의 경우 IMF 위기 때 체인본부가 부도 나면서 가맹점주들이 애를 먹은 전례가 있다. 현재 기존 가맹점에 대해선 하이트맥주 본사가 맥주 공급, 판촉물 지원 등 최소한의 관리를 하고 있는 상태다.맥주회사들의 ‘흑묘백묘론’식 체인 확장도 문제로 지적된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등샤오핑(鄧小平)의 지론처럼 ‘맥주 판매만 늘어나면 된다’는 인식으로 상표사용 허가를 남발하고 있다는 것.업계 한 관계자는 “인테리어 시공을 통해 마진을 남기고 실제 가맹점 지원에는 소홀한 소양 미달 업체가 이미 상당하다”고 밝히고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다 보면 체인본부나 가맹점 모두 금세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한국창업개발연구원 유재수 원장도 “생맥주 체인에 가입하기 앞서 반드시 브랜드간 지원 내용과 가맹점 보호책을 살피라”고 강조했다.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지만 어느 업종보다 브랜드 생명력이 약하고 지원 체계가 허술한 분야가 주류 프랜차이즈라는 지적이다.하이트맥주맥주시장 점유율 55%선을 차지하며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하이트맥주는 그 규모에 비해 체인 브랜드가 많지 않은 편. 94년 ‘하이트광장’을 시작으로 97년 ‘하이트클래스’, 99년 ‘비어잭’ ‘비어플러스’ 2001년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계보를 갖고 있다.하이트클래스는 주간에는 커피와 식사를, 야간에는 맥주와 안주를 중심으로 하는 곳. 20대 신세대부터 30~40대 직장인층을 아우르는 고객층을 갖고 있다. 30~100평까지 가능하며 현재 119개 가맹점을 확보 중이다. 30평 기준 창업비용(이하 점포임대 비용 제외)은 5,250만원 선.비슷한 컨셉의 비어잭과 비어플러스는 생맥주전문점과 패밀리 레스토랑을 합친 이미지다. 생맥주 맛과 안주 개발에 집중해 까다로운 젊은층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자랑. 전국에 55개 가맹점이 있으며 30평 기준으로 5,900만원 선의 창업비용이 들어간다.하이트맥주의 주요 광고 컨셉이기도 한 ‘백두대간’은 기존 체인본부를 산하 브랜드로 끌어들인 케이스. 가족 중심의 건전한 음주문화를 만든다는 기치 아래 전국 390개 가맹점이 영업 중이다. 20~30평 소형 공간, 자연석과 고드름을 강조한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20평 정도의 공간에 4,000만원 선의 창업비용이 소요된다.OB맥주생맥주 체인의 ‘원조’는 79년 선보인 ‘OB베어’로 거슬러 올라간다. 10평대의 작은 면적에 ‘저가형 셀프서비스 맥주집’이라는 컨셉으로 시작,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OB맥주는 86년 서구형 생맥주집 ‘OB호프’부터 95년 멕시코풍 ‘OB포트’까지 8개 브랜드를 개발해 직접 운영했다. 96년부터는 세양머천다이징, 하이식품, 세븐디자인 등과 상표사용 계약을 맺고 사실상 체인사업에서 손을 뗐다.OB맥주 체인은 OB와 카스로 구분 운영되고 있다. OB체인의 경우 2000년부터 시작한 ‘OB파크’ ‘오베로’ ‘OB펍’이 대표적. 70평 이상 규모를 요하는 OB파크는 라이브무대를 갖춘 대형 업소로 25~30대 후반 직장인층을 겨냥한다. 70평 기준일 때 창업비용은 1억 2,000만원 선.오베로는 유럽풍 인테리어에 한국적 이미지를 가미한 신세대 타깃 전문점이다. 생맥주뿐 아니라 각종 칵테일과 주류를 갖춘 중형 업소. 40~70평 규모가 기준이며 50평 기준일 때 창업비용은 9,500만원 정도 들어간다.세 브랜드 가운데 가장 소형 컨셉인 OB펍은 아담한 신세대 감각 맥주집을 자처한다. 타깃층도 20대 초반~30대 초반. 20평을 기준으로 3,600만원 선의 창업비용이 소요된다.카스 체인 중에서는 미스터세븐과 카스앤락이 대표적이다. 미스터세븐은 ‘7시부터 돈이 몰린다’는 의미로 젊은 직장인의 퇴근길 아지트를 지향한다. 카스앤락 역시 젊은층을 겨냥한 전문점으로 웨스턴 스타일 인테리어가 특징. 두 브랜드는 전국적으로 430여개 체인점을 확보하고 있다.OB맥주는 체인사업을 직접 관장하지 않는 대신 개설부터 경영까지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독자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홍보실 이나영씨는 “맥주전문점 운영과 관련한 전반적인 노하우를 전수하는 생맥주 마스터스쿨을 운영하는 한편 본사 직속 컨설팅팀을 가동, 정기적인 경영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돋보기 무소속 강자 ‘쪼끼쪼끼’2년 만에 280개 가맹점 … “뭔가 다르다”지난 1월 30일 저녁 8시. 서울 중구 충정로의 맥주집 ‘쪼끼쪼끼’엔 20대 신세대, 30대 주부들, 퇴근길 직장인, 60대 노신사까지 실로 다양한 고객들이 빈틈없이 들어차 알록달록한 색깔의 맥주를 즐기고 있었다.요즘 맥주유통 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곳은 고정관념을 뒤엎는 아이디어로 설립 2년 만에 280개 체인점을 확보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오미자, 매실, 커피 원액을 이용한 색깔 맥주. ‘맥주는 쌉싸름한 맛을 내는 노란빛 술’이라는 관념을 여지없이 깨뜨리는 이 맥주는 영하 20도에서 꽁꽁 얼린 잔에 채워져 시원하면서도 맛이 부드럽다.원액 특유의 향이 쓴맛을 줄여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또 여느 생맥주집과 달리 실내 조명이 밝은 것도 특이하다. ‘가족과 함께 즐기는 가벼운 맥주’를 지향하는 만큼 밝고 환한 분위기가 필수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A급 상권보다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잡는 것을 오히려 반긴다.이 회사 김갑용 이사는 “우리는 오랫동안 많이 마시는 고객을 원치 않는다. 가볍게 자주 즐기러 오는 가족 단위 단골을 늘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쪼끼쪼끼를 설립한 김서기 사장(43)은 과거 부산 서면에서 가장 큰 맥주집을 운영했던 ‘전설적’ 인물로 유명하다. 지하 1층, 지상 4층짜리 건물 전체를 ‘영타운’이라는 맥주전문점으로 만들었던 그는 IMF 위기 이후 서울로 올라와 강동구 성내동에 쪼끼쪼끼 1호점을 냈다. “신뢰성, 영속성을 갖는 1등 프랜차이즈 기업이 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쪼끼쪼끼를 창업하려면 25평 기준일 때 8,500만원 선의 창업자금이 필요하다. 단 1층에 21평 이상 점포를 확보해야 가맹점 허가를 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