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실리콘밸리에서 잘 나가는 회사로는 단연 엔비디아(www.nvidia.com)가 손꼽힌다. 실리콘밸리의 심장부 산타클라라에 있는 그래픽 칩 회사인 엔비디아는 하이테크 기업들이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한 지난해에도 매출과 이익이 모두 70% 이상씩 늘어났다.그 덕에 지난해초 13달러 선이던 주가가 연말에는 6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미국 스탠더드&푸어스 500 지수 종목 중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회사 주가는 올해 상승 행진을 계속, 지난 1월말에는 70달러선까지 올랐다.엔비디아가 요즘 같은 침체기에 승승장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거래. MS가 야심을 가지고 내놓은 비디오 게임기 X박스용 그래픽 및 오디오 칩을 공급하게 된 것이다. 이 계약으로 엔비디아는 MS에게서 1억달러를 선금으로 받았으며 5년간 20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됐다.그러나 엔비디아의 성공은 MS가 가져다준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엔비디아의 뛰어난 기술력이 X박스를 뒷받침했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이 회사는 6개월마다 속도가 향상된 칩을 선보이면서 PC용 그래픽 칩 시장을 석권(시장점유율 60%)했다. 이 때문에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정확하게 설계하고 적절한 가격으로 시장이 원하는 때에 공급해 해마다 일관된 실적을 쌓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지난 93년 창립된 이 회사가 그래픽 칩 시장을 석권하게 된 배경은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와 칩 설계에만 집중하는 전략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회사의 공동창업자로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젠선 황 사장은 “지난해 1억 6,000만달러를 연구개발에 투자했으며 올해는 3억 5,000만달러로 늘릴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9년 전 창업 당시의 그래픽 칩에는 10만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 있었으나 요즘은 7,000만개로 늘어났다”며 그래픽 칩의 기술 수준이 높아져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또 이 회사는 칩 설계에만 매달리고 생산은 대만 기업에 맡기고 있다. 핵심 역량을 칩 개발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다.엔비디아는 이같은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바탕으로 PC 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겠다는 야심을 내보이고 있다. 그 무기는 지난 2월 5일 샌프란시스코 미술궁전(Palace of Fine Arts)에서 500여명의 언론인 및 애널리스트를 초청해 선보인 지포스(GeForce) 4.이날 발표회에서 황사장은 “이 제품은 기존 제품에 비해 성능이 4배 이상 향상됐다”고 설명했다.이 제품을 이용해 만든 그래픽을 시연하면서 “3차원 동영상을 완벽하게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황사장은 MPU(마이크로 프로세싱 유닛)와 MCP(멀티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서)와 함께 PC의 3대 핵심 칩의 하나인 GPU(그래픽 프로세싱 유닛) 시장에서 이 제품이 대표주자로 확고하게 자리잡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그는 “창립 이후 9년간 모두 100만개의 칩을 팔았지만 100만개를 더 파는 데는 불과 2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했다. 이날 발표회에서 컴팩, HP 등이 이 칩을 채용한 PC를, 비전텍 등의 회사들은 기존 PC에 사용할 수 있는 그래픽 카드를 선보인데다 애플도 맥G4 모델에 이 칩을 사용키로 한 것들이 그의 호언을 뒷받침하는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