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국제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역시 ‘일본경제’다. 관심의 초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고이즈미 위기설이 가시화될 것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경기 회복 여부와 엔화 가치가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현재 예상으로는 올 3월말 회계연도 결산을 앞둔 일본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실적이 전후(戰後) 최악으로 추정되고 있다.만약 이런 추정이 현실화될 경우 닛케이 지수는 1만선이 붕괴되면서 대부분 일본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유동성 부족문제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이미 닛케이 지수는 1만선이 붕괴된 상태다.문제는 일본 금융기관들과 기업들이 유동성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빌려준 엔화 자금을 회수할 경우 유동성 부족 문제가 여러 다른 아시아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97년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국가들이 또 한 차례 혼란을 겪게 된다는 시나리오다.가장 우려되는 것은 일본이 자체적으로 경기를 회복하고 엔화 가치를 안정시킬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올 들어 일본이 엔저를 용인한 가장 큰 이유는 경기침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은 엔저를 통해 미국과 국제사회의 협조를 통해 경기를 회복시키는 것이 유일하게 남아 있는 방안이다.불행히도 이 정책수단도 최근처럼 금리가 낮은 상태에서는 수출증대 효과보다는 일본내 자금이탈에 따른 경기침체 효과(역자산효과, Negative Wealth Effect)가 더 크기 때문에 경기회복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미국도 추가적인 무역적자 부담을 안아야 한다.특히 일본경제에 ‘안항적(雁行的) 경제구조’와 엔·달러 환율에 ‘천수답(天水畓) 수출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엔저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자국통화의 평가절하가 불가피해 통화마찰까지 우려된다.이미 통화마찰이 불거지고 있다. 올 들어 엔·달러 환율이 130엔대에 오르자 중국이 엔화를 대거 매입했다. 최근에는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가 위안화 가치를 절하할 뜻을 비쳤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자국통화의 가치하락을 용인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이 엔저 방지를 위해 공동 대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역플라자 시대처럼 엔·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로이터사도 54개 국제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환율서베이 자료에서도 140엔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미 130엔대에 들어선 엔화 환율은 우리로서는 상당히 부담이 되는 수준이다.이에 비해 유로화는 당초 예상보다 빨리 정착되고 있다. 지난 1월 1일부터 일상생활에서 유로화가 사용하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현재까지 나타난 상태로 본다면 유로화 사용시 비용절감이 이뤄짐에 따라 유로랜드 국민들 사이에 인식이 좋아져 빠른 속도로 기존 회원국 통화를 대체해 나가고 있다.대부분 회원국에서는 유로화 사용 비중이 50% 이상 웃도는 가운데 프랑스, 독일 등 유로랜드의 중심국가에서는 그 비중이 60%에 이르고 있는 상태다. 오는 3월 1일부터는 공식적인 법화(法貨·legal tender)로서 유로화만 통용되고 기존 회원국 통화인 마르크화라든가 프랑화 등이 퇴장하는 일정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태다.이처럼 유로화가 빠르게 정착됨에 따라 이에 크게 자극을 받은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공동화폐 도입 논의가 촉진되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ASEM 고베 프로젝트 회의에서 동아시아의 금융협력을 주도할 공동기구를 설립하자는 데 합의했다.이 기구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와 금융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아시아통화기금(AMF) 설립, 공동화폐 도입 등의 기능을 담당하자는 데 합의했다. 앞으로 설립될 동아시아 지역 내에 설립될 싱크탱크를 통해 동아시아 지역에 단일통화가 도입될 경우 유로화 경로를 걸을 가능성이 높다.그렇다면 원화 환율은 어떻게 될 것인가. 원화 환율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먼저 외환당국의 입장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 외환당국은 엔화 환율이든 외국인자금 유·출입이든 아르헨티나 모라토리움 사건이든 간에 설령 예기치 못한 환율변동 요인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원화 환율 움직임은 시장자율에 맡기고 있다.외환보유고가 1,000억 달러가 넘어섬에 따라 추가 적립에 따른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아 외화유입에 따른 완충능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환율이 급등할 때도 달러매도개입을 통한 외환시장 안정노력에도 미온적인 입장이다.따라서 올해 원화 환율은 대내외적으로 환율변동 요인이 발생하면 그때그때 시장에서 흡수해 나간다는 것이 외환당국의 기본방침이다.일단 대외적인 여건이 좋지 않다. 현재 일본경제가 처한 여건을 감안할 때 지난해말부터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엔저 기조가 꺾여서 원화 환율의 안정요인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올해도 연초 이후 한동안은 엔화 환율수준에 따라 원화 환율 움직임이 좌우되는 지난해말의 외환시장 모습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만약 최근에 일본 정부가 용인하는 마지노선으로 알려지고 있는 달러당 140엔선까지 엔화 환율이 올라갈 경우에는 원화 환율도 1,400원선까지 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4월을 고비로 외환시장의 모습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3월말 일본기업들의 회계연도 결산이 끝나고 국내경기가 회복될 경우 국내 외환시장은 외환수급요인에 따라 환율수준이 결정되는 정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원화 환율은 점진적으로 하락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올해 외환수급요인을 따진다면 지난해보다 더 좋지 않은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상거래 측면에서는 경기가 회복될 과도기적인 단계(대체로 6개월 정도)에서는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앞질러 무역수지는 더 악화되는 것이 관례다.주요 예측기관들은 지난해 95억달러 내외의 흑자를 기록한 경상수지가 올해는 절반 내외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체로 50억달러 내외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결국 관건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외국인자금이 얼마나 유입될 것인지의 문제다. 일단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추가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은 지난해보다 안 좋아 보인다. 증시에서 어느 정도 목표수익률을 달성한 데다 구조조정도 과도기적인 단계에서 선진금융기법을 갖고 있는 외국인들이 누릴 수 있는 이익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이런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경제기초 여건면에서 획기적인 개선이 이루어져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추가적으로 자금을 투입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지난해처럼 많이 유입될 수 있다.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올 하반기 들어 경기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5%대 이상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이런 점에서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따라서 올 2·4분기 이후 외환수급 요인에 따라 국내 외환시장 움직임이 좌우되는 여건이 형성된다 하더라도 원화 환율이 크게 하락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전망기관들은 1,250원 이하 수준으로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시에 환율변동폭이 커질 것으로 보여 환위험 관리에 특별히 신경써야 할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