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승원씨티은행 파생상품 팀장IMF 직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은 “한국의 금융부문 경쟁력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낙후됐다”며 “특히 파생상품과 금융공학은 가장 뒤떨어진 분야”라고 지적한 일이 있다.당시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국내 금융기관들이 동남아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태국 바트화 폭락으로 큰 손실을 봤다. 최근 한국 파생상품협의회가 출범한 것은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조금 늦은 감이 있다.“국내 은행의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신호탄이랄까요. 이젠 은행이 고객의 요구를 미리 파악해서 다양한 금융상품을 준비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저금리 시대에 은행이 전통적인 대출업무에만 주력한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거죠.”황승원 씨티은행 파생상품팀장(44)은 최근 파생상품협의회가 발족된 이유를 한 마디로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결성된 파생상품협의회는 에이비엔 암로, 홍콩상하이은행, 제이피모건, 국민은행, 김&장 등 13개 국내외 금융기관의 전문가들로 구성됐으며, 씨티은행과 국민은행을 공동대표 은행으로 선정했다. 황팀장은 씨티은행을 대표할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협의회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국내 시장에서 파생상품을 거래할 때 기준으로 삼는 표준을 제시하고, 이를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 등 정부 부처에 알리는 막후 창구 노릇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요즘처럼 금리 수익률이 하루에도 20%포인트나 오르내리는 것이 반복되면 이자율 옵션 상품이 등장할 겁니다. 이자율 옵션이란 앞으로 금리가 급등하거나 급락할 것을 예상, 프리미엄을 사고 파는 것을 말합니다. 예컨대 기업이 변동금리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때 이자율 옵션 계약을 맺으면 자금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습니다.”황팀장은 이제까지 파생상품의 개발이 늦어진 것은 정부가 단기 금융시장을 통제한 것뿐 아니라 기업들도 금융 거래 위험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 수자원공사가 이자율 옵션 개념을 포함한 채권을 발행하는가 하면 기업들도 환위험에 대비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등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그가 파생상품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지난 88년. 씨티은행 외환 마케팅팀에서 근무할 때 그는 달러와 도이치마르크의 통화스왑 거래를 성사시켰다. 외환의 단기 변화와 금리의 장기 변화를 연결시켜 두 기업의 자금거래를 안전하게 진행시켰던 것에서 파생상품의 묘한 매력을 맛보았다. 이후 94년부터 7년 동안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홍콩지점에서 파생상품 전문가로 활약했다.황팀장은 “국내에서 파생상품분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담당 직원들의 위험관리 성과에 대해 회사가 인정해 주고,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