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원휴머니스트 대표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세계 최대의 책 축제이자 시장이다. 40만여종의 책이 전시되고 30여만명의 관람객이 이곳을 찾는다. 몇 년 전부터 한국관도 설치되고 있는데, 한산하기 이를 데 없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인구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썰렁한 부스에 앉아 휴머니스트 김학원 대표(40)는 생각하곤 했다.‘한국 책에 대한 수요는 있는데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최근 한국 영화가 일본 등으로 수출되면서 돈을 벌어들이는 것과는 달리, 책이라는 지식 ‘상품’은 이런 일을 하지 못한다. 국내 책시장은 만성적 극단적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2001년 국내에서 출간된 3만 5,000종의 책 중 30%인 1만종 이상이 번역서였던 반면 우리나라 책이 외국으로 수출된 것은 통계치조차 잡히지 않을 만큼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책을 수출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관’ 주도로 노벨문학상을 겨냥한 문학서 번역출간에 치우쳤던 게 현실이다.이런 상황에서 김학원 대표는 “이제 우리도 책을 내다 팔 때가 왔다”면서 해외 시장 개척을 천명하고 나섰다. 그 첫 시도로 지난 1월 베스트셀러 작가 구본형의 신간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designtimesp=21999>를 내면서 영어판과 일본어판을 함께 출간했다. 국내 출판사가 해외 수출을 위해 적지 않은 외국어 번역료와 제작비를 직접 감당하면서 국내 저자의 책을 발행한 것은 매우 드문 일. 일본에서는 다이아몬드 출판사가 재빨리 관심을 보이면서 출간 여부 검토에 들어갔고, 중국 에이전시도 최근 그를 만나고 갔다. 3월께면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문학뿐 아니라 실용서 등 다양한 책의 저작권 판매가 이뤄질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시장을 개척하고 투자를 시작해야겠죠.”그가 이런 생각을 하고 또 행동으로 옮기게 된 건 무슨 애국심의 발로는 아닌 것 같다. “70~80년대 맹렬히 독서를 했던 지금의 30, 40대가 이제는 지식 생산자로 변신했습니다. 이들이 생산해 내는 저작물은 이제 해외에 내다 팔아도 손색 없을 정도의 질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꽤 가능성 있는 상품’이라는 얘긴데, 그만큼 시장을 보는 눈도 냉철하다. “국내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면 따라올 수 있는 보너스 정도로 해외시장을 생각해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기획 및 집필 단계에서부터 외국 독자를 염두에 두고 책을 만들어야죠.”앞으로 몇 년간은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체계적인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해마다 적어도 4권 이상 내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김대표는 밝혔다. <오늘 … designtimesp=22005>에 이어 한국(휴머니스트)과 미국(코넬대 출판부), 그리고 일본(이와나미출판사)에서 동시 출판될 책이 기획되고 있다.김대표는 이미 국내 출판계에서 잘 알려진 무서운 선수다.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designtimesp=22008> 등 참신한 기획으로 많은 히트작을 내놓은 ‘전력’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