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을 섬기는 ‘세 일즈 달인’

5억원대 연봉 거머줘 … 성실과 끈기로 고객감동 일궈내“술은 한 모금도 못합니다. 골프도 아직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와 거래를 트신 고객들이 더욱 고맙습니다.”지난 2001년에 이어 2년 연속 TOT(Top Of The Table : 상자기사 참조)의 반열에 올라 5억원대의 연봉을 받는 양영주 재무설계사(37·ING생명보험 FC). 그가 소개하는 자신의 성공비결은 단순하다 못해 거짓말 같다. 그의 휴대폰 번호 뒷자리가 ‘0365’인 것에서도 나타나듯이 고객을 위해 1년 365일 ‘몸을 던져’ 섬기고 있다는 얘기다.양FC가 ING생명에서 지난 99년 재무설계사 생활을 시작하기 전, 그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이었다. 그때도 물론 술 한 방울 입에 대지 않았다. 술을 먹고 싶어도 전혀 받지 않는 체질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성격도 그다지 싹싹하지 못하고 말주변도 없다고 고백했다. 양FC는 어떻게 이런 핸디캡을 극복했을까. 다시 되풀이되는 그의 말은 역시 고객들을 ‘섬겼다’는 것이다.S제약 부산지역 영업소에 근무하던 초반에 그는 실적이 거의 없어 날마다 상사에게 ‘깨지는’ 열등한 세일즈맨이었다. 양FC는 “그때는 실적이 나빠도 잔소리만 좀 참아내면 월급은 제대로 나왔다”며 “그런데 후배도 들어오고 승진을 생각해야 하는 시기가 되면서 뭔가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제약회사 경력이 4년을 넘어서던 95년, 양FC는 병원을 여러 곳 방문하다 남들이 보지 못한 부분에 주목했다.“창살없는 감옥이 따로 없구나 싶었어요. 겉에서 보면 의사선생님들이 화려할 것 같지만 옆에서 보니까 다소 측은하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보통 사람은 ‘그냥 그러려니 …’ 하고 넘어갈 부분이었는데 여기서 그에게 마음에 부담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의사선생님들을 만날 때마다 약 판매 얘기는 일단 미루고 ‘일손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일러두었다.처음에는 반응이 전혀 없었지만 몇 달 후 다급한 연락이 왔다. ‘아내가 갑자기 일이 생겼는데, 자동차로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달라’는 부탁이었다. 이후 그 병원은 물론 입소문이 나면서부터 다른 의사들의 심부름 의뢰가 이어졌다. 세일즈 실적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심부름’이후 실적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도 놀랐다. 남들처럼 술접대나 골프접대가 아니라, 마음을 주는 그의 성실함에 감동받은 의사들이 다른 제약업체에서 거래선을 바꿨던 것이다. 결국 그는 S제약에서 96, 97년 2년 연속 최우수 영업사원으로 뽑혔다.계속 제약회사에 있지 않고 왜 보험사로 옮겼느냐는 질문에 양FC는 “제약회사에서는 1등을 해도 봉급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일한 만큼 보상이 온다는 사실을 알고 새로운 생활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세일즈의 노하우를 갖고 양FC가 둥지를 튼 ING부산지점은 그가 부임하기 전인 98년부터 줄곧 ‘ING 대상’을 차지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우수지점이었다.양FC는 자신을 스카우트한 사람에게 보답하듯 열심히 뛰었고, 그 결과 99년 합류한 뒤 6개월 실적만으로 당당하게 MDRT에 올랐다. 그의 분발과 영향으로 인해 부산지점은 최근 ‘업계 최초 월납 보험료 2억원 돌파’ 등 신기록을 계속 쏟아내면서 ‘MDRT의 산실’이란 명성까지 얻고 있다.양FC는 ING로 옮기고 나서는 예전처럼 심부름을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좀더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고객들을 만나고 있다. 지금도 주요 고객인 의사선생님들이 가끔 잡무처리를 부탁하기도 하지만 요즘은 그보다는 퇴직대비 재무설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미 그들의 주변에는 보험영업사원이나 재무설계사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어서 양FC는 자신을 각인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예상고객의 지인들을 동원해 면담기회를 잡기도 하고, 계약이 성사될 때까지 몇십 번이라도 방문해 꼼꼼하게 미래설계를 도와준다. 양 FC는 영업구역이 따로 없다. 지난해에는 미국 출장길에 LA에 와 있던 김병현 선수를 만나기도 했다. 비록 계약이 성사되진 않았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고객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그의 ‘사업마인드’를 잘 보여준 사례다. 그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들과 상담을 시작했다. 재테크, 재무설계 등에 대해 그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 양FC가 개별적으로 답을 해주는 것이다.이렇게 밖에서는 명성을 날리는 양FC지만 가족들에게는 늘 ‘죄인’이다. ‘세일즈의 달인’소리를 듣기 시작한 이후 가족들은 아예 뒷전에으로 밀려버린 것이다. 8살, 6살이 된 두 아이는 “아빠 얼굴 잊어버릴 지경”이라고 불평을 해댄다. 양 FC는 “평일에는 새벽에 나가 한밤중에 들어오는 사람이 일요일에도 개인 사무실에 나가 또 일을 붙들고 씨름하니 아내도 이젠 거의 포기수준”이라고 털어놓았다. ‘일 중독’ 수준인 그의 올해 목표는 그래서 담백하다. ING생명에서 최고의 실적을 올리는 것이다.“1등을 해서 올 10월 미국에서 열리는 TOT 컨퍼런스에 다시 참석하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아내와 함께 갔으면 합니다. 또 반짝 스타가 아니라 꾸준한 실적을 올리며 고객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재무설계사가 되고 싶습니다.”그의 e메일 아이디처럼 올해 안에 그가 ‘INGKING’이 될 건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