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 창동 25평 아파트에 사는 회사원 황인표씨(37). 2년 전 인근의 32평형 아파트를 사서 ‘내집마련’ 꿈을 이룰 요량으로 치밀한 저축계획을 세웠다. 당시 시세 1억 3,000만원을 목표로 허리띠를 졸라맸던 그는 “허망하다”는 말로 최근의 박탈감을 표현한다. “결혼 10년 만에 헌 아파트라도 한 채 사서 정착하려고 했더니 기껏 전셋값밖에 안 된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어느새 1억 8,000만원까지 오른 그 아파트는 ‘그림의 떡’이 돼버린 것이다.반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사는 자영업자 유수열씨(52)는 요즘 ‘살 맛 난다’는 표정이다. 지난 2000년 3월 투자용으로 매입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주공3단지 16평형을 지난해 11월에 되팔아 20개월 만에 1억 7,600만원의 수익을 올렸기 때문. 투자비 대비 수익률로 따지자면 78.5%에 이른다. 게다가 매매 직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양도세 탈루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극적으로 그물망을 탈출한 것도 ‘행운’으로 생각하고 있다.“매수 매매 타이밍을 잘 맞춘 게 고수익의 비결이죠. 하지만 당분간 아파트에 투자할 생각은 없어요. 내가 생각해도 너무 오른 것 같거든요.”집값에 울고 웃는 이는 항상 존재해 왔다. 주기적인 등락을 거듭하며 순환하는 것도 집값의 특성이다.그러나 요즘의 집값 추이는 ‘비정상’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소득과 집값의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진 데다 실체없는 기대감이 집값을 견인하는 유례없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금리가 ‘복병’, 근거없는 기대감 ‘조절’해야집값을 점치는 변수는 크게 거시경제 상황과 부동산시장 내부의 수급 흐름, 구매력 추이 등으로 나뉜다. 각 변수들의 상호 작용을 통해 집값이 변화한다는 논리다.거시경제지표 가운데 경제성장률 전망은 올해 상당히 낙관적이다. 실물 경제지표가 급속히 호전됨에 따라 정부와 경제연구소들은 지난 연말에 내놓은 전망치를 상향조정하는 움직임이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연말의 전망치 3.5%를 5% 정도로 상향조정키로 했고 삼성경제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도 4∼4.5%를 웃도는 전망치를 내놓을 계획이다.보통 호황기에는 소비와 수출, 설비 및 건설투자가 늘어나게 되고 호황기에 축적된 자금이 주식과 부동산으로 이동하면서 가격 변화를 일으킨다. 그러나 최근의 흐름은 이러한 ‘원류’와 별 상관없어 보인다. 부동산114 이상영 사장은 “요즘의 집값 활황세는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분명 과거와는 다른 양태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의문에 대한 열쇠는 ‘저금리’와 심리적 ‘기대감’으로 요약된다. 특히 저금리 기조는 주택시장을 키워온 견인차인 동시에 최대 위협 요소로 꼽힌다.99년 이후 지속된 저금리 정책은 시중 자금을 부동산, 특히 서울 강남권 재건축시장으로 흘러들게 만들었고 가계대출 급팽창을 불러왔다. 정부도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게 올 연말까지 집값의 70%를 지원한다는 정책으로 가계 유동성 확대에 일조했다.문제는 “금리가 1%만 올라도 현재의 집 값 구조는 무너질 것”이란 말이 돌 정도로 가계대출이 증가했다는 것.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저금리 기조로 금융권을 이탈한 자금이 부동산시장에 유입, ‘부동산 가격 상승 → 담보가액 및 대출가능 한도액 증가 →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져 자산가격의 거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여기에 선거, 강남권 재건축 시행, 신도시 및 택지 개발 등의 변수가 막연한 기대심리를 양산한다는 점도 최근 드러나는 특징이다.오를 때가 있으면 내리는 시기도 있는 법. 많은 부동산전문가들은 ‘팽배한 기대감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이와 함께 ‘하향 주기의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도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