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지난 2월 26일 800선에 올라섰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00년 7월 18일(종합주가지수 812) 이후 1년 7개월여 만에 간신히 800고지를 탈환한 것이다. 2000년 7월 당시의 800선은 내리막길에서 만난 800이었지만 이젠 다르다. 상승기조를 타고 있는 분위기에서 올라선 800선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과연 최근 시장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올해 안에 1,000선을 돌파할 것인지, 돌파한다면 언제, 어떤 종목을 중심으로 가능할 것인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지수 800선 돌파의 배경과 궤적을 살펴보면 향후 주가 움직임을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전문가들은 최근 주가상승 배경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시중자금 증시로 이동 △세계경기 회복세 △외국인 매수세 동참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른 삼성전자의 선전 등을 들고 있다.한국경기는 올들어 크게 호전되는 양상이다. 산업생산이 15개월 만에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는 등 생산 출하 소비 등 대부분의 실물경제지표가 빠른 속도로 호전되고 있는 것. 통계청이 지난 2월 27일 발표한 ‘1월 중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생산은 지난해 1월에 비해 10.2% 늘어 2000년 10월(11.7%)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전달의 71.8%에서 76.4%로 높아졌으며 재고율은 반도체, 자동차 등의 재고가 줄면서 지난달 79.4%에서 72.2%로 떨어졌다. 경기관련 심리적 지표라 할 수 있는 경기실사지수(BSI)의 추이는 더욱 가파르다.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3월 3일 내놓은 전국 1,485개 제조업체의 2분기 체감경기 전망 조사결과 BSI가 133으로 전분기 80보다 크게 높아졌다. BSI가 100을 넘으면 전달보다 경기가 좋아지리라고 낙관하는 기업이 나빠진다고 비관하는 기업보다 많음을 뜻한다. 전경련이 내놓은 BSI 자료는 더욱 고무적이다. 지난 3월 5일 전경련은 업종별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3월 BSI를 조사한 결과가 1975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인 141.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지난달까지 한국 경제의 호전조짐이 증시를 상승세로 이끌었다면 3월 들어서는 미국발 ‘춘풍’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증시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 증시를 상승세로 이끄는 힘은 2월 말부터 가시화된 미국 경제의 회복기미다.주요 경제지표들이 좋아지면서 작년 3월부터 시작된 경기후퇴 국면이 종지부를 찍었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경제의 회복은 한국의 수출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이 먼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증시가 이달 들어 동반 급등세를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미국 증시가 상승하자 국내 증시에서 외국 투자자들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5일 거래소 시장에서 2,923억원, 코스닥에서는 무려 561억원어치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미국 증시가 등락을 거듭하던 지난 2월 한 달 동안에는 거래소시장에서만 3,28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양상이 달라진 것이다. 더구나 국내 투자자들이 외국인들이 사면 따라 사고, 팔면 따라 팔던 ‘천수답’장세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지수 800선 탈환의 일등공신은 뭐니뭐니해도 삼성전자다. 지난해 11월 12일 삼성전자는 오랜 조정국면에서 벗어나며 20만원선을 넘어섰다. 종합주가지수가 500선을 뚫고 600선에 진입한 게 이로부터 이틀 뒤인 11월 14일이다. 지수가 700선으로 들어선 지난 1월 2일 삼성전자는 30만원대에 올라섰다. 증시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는 최근 D램반도체 가격이 오름세를 타면서 다시 한 번 상승을 시도하고 있다.‘단두대 지수’ 돌파 여부 주목최근 증시로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도 활황세에 도움이 되고 있다. 증시로 직접 유입되는 고객예탁금은 지난 4일 현재 이미 11조원대를 넘어섰으며 투신사 주식관련 펀드에도 뭉칫돈이 몰려들고 있는 것. 한국은행과 투신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48조 1,890억원이었던 투신사 주식관련 펀드 수탁고 잔액은 2월 27일 현재 52조 698억원으로 3조 8,808억원 증가했다. 이는 올 들어 영업일 기준으로 하루평균 825억원의 자금이 주식관련 펀드에 몰렸다는 의미다.여기에다 언제든지 주식투자 자금화할 수 있는 초단기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잔고도 올 들어 10조원 이상 늘었다. 최근 증시 일각에서는 강남지역 부동산투자를 주도했던 일부 ‘큰 손’들이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돌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돈다. 시중자금이 증시에 몰리고 있는 현상은 은행에서도 확인된다. 국민은행이 올해 들어 첫 주식형 신탁상품으로 지난 2월 20일부터 판매에 들어간 ‘국민 프랭클린 더블히트신탁’에는 열흘 만에 800억원 이상의 개인자금이 몰렸다.이처럼 증시주변여건이 사상 유례 없이 호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시 일각에서는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서서히 제기되고 있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무엇보다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게 악재”라고 지적했다. 정동희 피데스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시장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가 신고가에 근접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나 한국통신이 너무 오르면 기관과 외국인들이 부담스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3월 14일 한국 증시가 처음 만나는 트리플위칭데이(주가지수선물, 옵션, 종목옵션의 만기가 겹치는 날)도 주가조정에 한 몫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영향력이 다소 미미할 수는 있지만 지난 5일 현재 프로그램 매수잔고가 9,500억원대에 달하고 있어 이 중 평균수준인 70%만 청산돼도 주가지수 상승세는 꺾일 수밖에 없다.또 기술적측면에서도 조정이 임박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정보팀장은 “기술적분석상 지난 2000년 피크이후 하락폭의 50% 반등점은 이미 통과했으며 파동이론에서 1차 상승의 한계라고 지적하는 61.8% 반등점을 계산해 보면 840선 전후”라고 말했다.하지만 조정론자들도 대세가 상승중이란 데는 이견을 달지 않는다. 즉 올해 안에 지수 1,000선 탈환시도가 나타나겠지만 3월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느냐는 설명이다. 특히 3월에는 증권사와 투신사의 결산이 있는데다 지난해 9월부터 한 번도 쉬지 않고 주가가 오른 만큼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동원증권 추희엽 투자정보팀장은 “조정이 오더라도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이 높다”며 “3월에 조정이 온다면 종합주가지수 770선까지 되밀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너무 많이 오른 것이 악재증권전문가들은 840선 지지여부가 향후 장세의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종합주가지수 840선은 일명 ‘단두대지수’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지점이다. 지난 90년부터 종합주가지수 추이를 분석해 보면 지수 840선은 하락하던 주가를 여러 차례 다시 끌어올린 지수대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한 번 무너지면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하는 경계선이기도 했다.90년과 96년에는 이 지수대가 무너지면서 지수가 400선과 200선까지 폭락했다. 2000년에는 반등하던 지수가 840선에 걸리면서 하락세로 돌아서 결국 400선까지 되밀렸다. 기술적 분석상으로도 840선은 이익실현의 경계선이라고 할 수 있다.만일 3월 중에 조정이 찾아온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은 지수관련 종목은 피해야 할 것같다. 삼성전자 한 종목이 10% 오르면 금융주 58개 종목이 10% 오르는 효과와 맞먹는다. 우리나라의 종합주가지수는 시가총액을 단순평균한 것이기 때문에 시가총액이 높은 종목의 움직임이 지수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수와 연관도가 낮은 중소형주 가운데서 실적이 좋은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3월 중순 이후 12월 결산 개별기업들이 결산실적을 속속 발표할 예정이어서 실적호전 종목이 주가조정기에 주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설명이다.물론 실적호전주 가운데서도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차이는 크다. 제일투신증권 김정래 기업분석팀장은 “아무리 시장이 급상승하더라도 지수관련 대형주들은 20% 이상 오르기 힘들다”면서 “그러나 중소형주들은 지수부담이 없기 때문에 50%이상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기업실적에 집중되고 있다며 ‘매출액과 이익이 큰 폭으로 늘거나,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이 예상되는’ 이른바 ‘턴어라운드 종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