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의 국내 지사들은 대부분 본사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본사의 글로벌 정책을 함부로 거스를 수 없다.이런 상황을 인정하지 않는 국내 CEO가 있다. 바로 지난 1월 설립된 디노커뮤니케이션즈((www.dinno.biz 이하 디노)의 이상균 사장(43). 다국적 웹에이전시 아시아컨텐트닷컴(ACC)의 한국 법인장이었던 그는 지난해 하반기 내내 한국법인의 ‘독립전쟁’을 벌여 승리를 이끌어냈다. 80%의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완전 장악한 것이다. 디노는 ACC코리아와 그 자회사였던 키노피아가 합병돼 만들어진 회사다.이사장이 독립을 선언한 것은 ACC 본사의 지나친 간섭 때문이었다. 그는 2000년 3월 ACC코리아 사장으로 부임한 직후 ACC가 나스닥에 상장해 잔뜩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나스닥 거품이 빠지고 본사 지원이 약해지면서 이사장이 추진하던 수익창출 방안이 본사 정책에 부딪쳐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 대표적인 예가 CNET 사업이었다.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는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선 유료화를 하지 않고는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는 게 이사장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본사에서 무료 서비스를 고수하는 바람에 결국 사업을 접고 말았다. MTV 등 다른 사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이렇게 하다간 회사 전체가 위기에 몰릴 판이었죠. 그래서 구상한 것이 경영권 확보였습니다.” 사재를 털고 일부는 투자를 받아 이른바 MBO(경영자 인수) 방식으로 독립회사를 차린 것이다. 본사에서도 이사장의 구상에 기대를 걸었던 터라 20%의 지분을 갖는 데 합의했다.이사장은 비즈니스보다는 학자의 길을 걸어온 경영전문가다. 지난 93년 프랑스 파리 제1국립대학교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해외유학파로, 94년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수석연구원과 98년 국제경제조사연구소 연구위원도 거쳤다. 경영 실무에 몸담은 건 불과 2년 전인 2000년 3월 ACC코리아 사장으로 부임했을 때였다.지난 1월 드디어 디노를 출범시킨 이사장은 요즘 자신이 넘친다. MTV, 스포츠닷컴 등 세계적 인터넷 미디어 회사들과 제휴해 콘텐츠 비즈니스와 웹에이전시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콘텐트닷컴 코리아’와 온라인광고 및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키노피아’가 통합한 만큼 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디노(DINNO)는 ‘디지털(Digital)’과 ‘혁신(Innovation)’의 복합어. 디지털 시대에 맞는 최적의 온·오프라인 광고, PR, 프로모션, e비즈니스 컨설팅, 미디어 솔루션, e커머스, DBM, CRM 등을 모두 포함한 통합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그가 직접 지은 사명이다.“이번 통합으로 디노는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국내 온라인 광고 시장과 웹에이전시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상을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