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5년 전부터 한국 시장에 대한 조사를 해왔습니다. 거의 모든 한국 보험사를 대상으로 인수 가능성을 검토해 보았고요. 이미 한국 시장과 한국 소비자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상대적으로 작은 회사 하나를 인수하기 위해 그토록 오래 준비해 왔다는 PCA생명 마이크 비숍 사장(41)의 말에서 철저함을 넘어서 어떤 한기마저 느껴진다. ‘천천히, 결코 서두르는 법 없이’가 영국식 비즈니스의 전형이라는 그의 말이 괜한 얘기로 들리지 않았다.요즘 국내 보험시장은 대형 외국자본의 각축장 같은 모습이다. 세계 6위(연간 수입보험료 기준), 아시아 지역 2위라는 한국 보험시장의 크기도 크기이려니와 성장 속도도 매우 빠르기 때문에 세계 보험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이미 많은 보험사들이 국내에 진출한 데 이어, 최근 영국 푸르덴셜이 영풍생명 인수를 통해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를 이끌고 있는 비숍 사장은 “영풍생명 외에도 다른 보험사나 금융사를 추가 인수해 얼마든지 확장할 계획이 있다”고 밝히면서 공격적인 비즈니스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비숍 사장은 영국 푸르덴셜의 아시아 프로젝트를 지휘해온 인물이다. 특히 그는 ‘방카슈랑스(은행을 통한 보험상품 판매)가 전공 분야라 할 수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싱가포르에서 스탠더드 채터드 뱅크와 영국 푸르덴셜간의 전략적 제휴를 주도했는데, 이는 아시아 지역에서 손꼽히는 방카슈랑스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그는 “금감원 사람들을 만났는데, 오히려 나에게 방카슈랑스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더라”면서 “한국에서의 방카슈랑스는 제도나 법규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파트너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는 단계적으로 전략을 세우고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비숍 사장이 밝히는 PCA생명의 전략은 ‘다양성’으로 요약된다. 보험사의 일반적인 세일즈 방법인 에이전트(보험판매인)를 통한 판매에만 의존하는 대신 다양한 판매 채널을 개발하고 보험상품도 여러 종류를 내놓겠다는 것. 그는 “구체적인 상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소비자들의 니즈에 비해 현재 한국 시장서 판매되는 보험 상품은 다양한 선택권을 주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투자를 위한 보험상품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영국 푸르덴셜은 영국의 대표적인 보험사로 온라인 은행의 ‘성장 신화’로 유명한 에그뱅크(온라인 소매 금융서비스 회사)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한국 PCA생명’의 모기업인 ‘PCA’는 ‘푸르덴셜 코퍼레이션 아시아’의 약자. 이미 국내 시장에서 종신보험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푸르덴셜생명은 미국 회사로, 영국 푸르덴셜과는 이름만 같을 뿐 무관하다고 비숍 사장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