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 유지할 경우 주식·부동산 동반 상승 … “금리 오르더라도 큰 폭은 아닐 것” 우세
경제학 교과서에는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가격은 내리고,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오른다’고 나와 있다. 즉 금리와 부동산의 움직임은 반비례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같은 법칙이 지난 98년 IMF 외환위기를 겪기 전까지 정확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옆의 그래프에서도 알 수 있지만 97년의 경우 금리가 높았음에도 아파트 가격은 올랐다. 반면 98년과 2001년 중반 이후부터는 금리와 아파트 가격의 반비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금리를 독자적으로 결정, 차별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2000년 중반 이후 금리와 주택가격의 역상관관계가 점차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가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자금시장에서는 요즘 금리가 조금씩 오를 기미가 보여 과연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만일 금리가 오르는 게 대세라면 얼마나 오를 것이며, 얼마 동안 지속될 것인가? 미래를 알기 위해서 우리는 과거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정부가 강하게 저금리 기조를 밀어붙인 건 지난 99년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금리가 아무리 싸도 기업들이 경기상황에 대한 판단이 어려워 돈을 빌리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금리정책이 경기회복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정부도 한때 우왕좌왕했다. 금리를 너무 내렸다고 판단했을까, 한국은행은 2000년 들어 콜금리를 두 번에 걸쳐 0.5%포인트 올렸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콜금리 인하에 다시 발벗고 나선 2001년 초반부터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짐에 따라 시중자금이 ‘버블’ 논쟁까지 불러일으키며 부동산시장에 물밀듯이 몰려들었다. 올해 들어서는 주식시장까지 넘보고 있다.결국 송연구위원의 말대로 앞으로 금리가 다시 오른다면 부동산 시장을 냉각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특히 지난 시절의 데이터를 보면 경기가 회복되던 시기에는 금리와 부동산의 역상관관계가 높았다. 지난 한 해 동안 콜금리를 5.25%에서 4%로 무려 1.25%포인트나 낮췄던 금융통화위원회는 올 들어서는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한국은행 전철환 총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주식시장과는 상호 보완관계대다수 전문가들은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급격하게 인상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연구원 박종규 수석연구원은 “중앙은행은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지 않으면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는다”며 “그러나 올해 물가는 국내외 요인을 살펴볼 때 급등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박연구원은 “부동산 가격이 올라도 물가지수 산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물가를 직접적으로 자극하지는 않는다”면서 “국내 물가요인의 가장 큰 변수는 원유가격인데, 올 한해 유가의 급등만 없다면 한은이 공격적으로 나서서 금리를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박연구원은 지난 80년대말 일본의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 등 자산거래시장에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일이 있다고 소개했다. 당시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소비자물가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통화 당국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박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 세계적인 불경기 징후가 강하게 나타남에 따라 생산자 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국내 물가도 안정되고 있기 때문에 금리인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급격하게 올릴 수 없다는 결론이 가능하다.한국은행도 이같은 전망을 일부 인정하고 있다. 한은 김재철 정책총괄팀장은 “올 한 해 물가전망은 안정적”이라며 “경기가 얼마나 빨리 회복될지가 관건이지만 어쨌든 올 상반기에는 급격한 물가 앙등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래서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올리더라도 인상폭이 0.5%포인트 수준을 넘지는 않으리란 예상이 우세한 편이다.이와 함께 콜금리 인상폭이 0.25∼0.5%포인트 수준에 그친다면 최근 가계대출에 치중하고 있는 은행들이 쉽게 금리를 올리지는 못할 것이란 ‘공격적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송연구위원은 “금리가 오를 경우 가계의 부채 부담이 늘어나 자신들에게 피해가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들이 금리인상을 꺼릴 것”이라고 전망했다.최근 물가상승압력이 낮은 데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채무자들이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부동산을 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시 은행들이 담보로 잡아놓은 부동산의 가치를 떨어뜨려 부실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금리를 함부로 올리지 못할 것이란 설명이다.한편 금리 외에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금시장의 변수는 주식시장이다. 최근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면서 하루 평균 4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주식을 사기 위해 몰리고 있다. 원론적으로 보면 주식시장은 부동산시장의 움직임과 기본적 추세는 일치하지만 일정한 시차를 두고 ‘동행’하는 특성을 보인다.지난 89년, 94년에 이런 양상이 나타났다. 물론 주식과 부동산이 통틀어 자산에 속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금리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금리가 현재의 기조를 유지한다면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함께 오름세를 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부동산시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금리동향은 내부 변수보다는 해외 변수, 그중에서도 원유가격의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