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이병도 부장은 컴퓨터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엔지니어 출신의 은행원이다. 이부장은 한국통신(KT)에서 14년 동안 근무했을 정도로 IT(정보기술) 분야에 노하우를 쌓은 베테랑. KT 재직 시절 특히 미디어 기술 개발 부문을 맡으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던 중 ‘변신’을 꿈꾼 것이다.“제가 그동안 쌓은 경험을 새로운 분야에서 발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그렇게 해서 이부장은 지난 98년 신한은행 전산부의 기획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이다.“98년은 e금융이 활성화된 시점입니다. 한국통신에서의 축적한 기술과 은행의 e비즈니스에는 인터넷이라는 공통적인 기반이 있었던 거죠. 이 때문에 신한은행 쪽에선 IT와 e금융을 접목시킬 저 같은 공학도가 필요했던 겁니다.”그는 “IMF 경제위기 초기였던 당시엔 IT 업계와 은행권 할 것 없이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었다”며 “이런 변화를 현장에서 몸소 체험했던 경험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서 특히 그는 Y2K(연도표기 인식오류 문제) 해결작업과 전산센터 이전, 백업센터 구축 등을 직원들과 함께 호흡했던 것을 그같은 사례로 꼽는다. 그후 2000년 4월 신한은행 전산부에서 신사업추진부로 자리를 옮겨 전자금융서비스를 구축하는 업무를 맡게 됐다.“결제 수단이 변해 가는 과정을 직접 목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개념의 전자화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었지요. 결제 수단에 따른 은행의 서비스도 계속 새로 개발해야 했습니다. 최근 신한은행이 시작한 머니메일 서비스도 그런 것입니다. 이 서비스를 통해 경조사 부조금이나 모임 회비를 메일로 보낼 수 있습니다.”그는 자신처럼 외부에서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 은행권으로 진입할수록 선도은행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최근 은행의 전산, 여신심사, 마케팅, 카드, 프라이빗 뱅킹, 리스크 관리, 딜링 등의 분야에서 일하는 외부 전문 인력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외부에서 온 전문가가 은행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익에 기여한다면, 이는 결국 고객만족으로 이어질 것입니다.”은행은 전통 산업이지만 충분히 정보산업을 주도하는 금융기관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이 때문에 그는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들이라도 은행 같은 금융기관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이젠 금융권 업무에서도 정보기술은 핵심이 됐습니다. 비록 원천기술은 IT 분야에서 가져오는 것이지만 이를 금융기관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응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은행에선 리스크 관리, 여신심사, 산업동향 분석 분야 등에 필수적인 통계학, 수학 등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인재가 필요합니다.”e금융을 선도하겠다고 나선 이부장의 지론이다.‘은행용병 4총사’가 말하는 ‘황당’ 사례 베스트 5“은행 100년사에 그런적 없다”은행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한 구석도 많은 모양이다. 아주 사소한 일에서부터 구조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밖’에서 은행으로 간 사람들은 처음 출근했을 때 목격한 당황한 일들을 기억하고 있다.1. “우리 은행 100년사에 그런 적은 없었습니다”지점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좀더 혁신적인 방법으로 영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한 지점장이 “우리 은행 100년사에 그런 적은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말로만 듣던 보수성이 얼마나 뿌리가 깊은지 정말 실감났다.2.“준다, 못준다"해당 부서장은 은행에 수익을 올려주는 사람을 잡아두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줘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계약을 하려면 인사부에서 ‘우리 은행에서는 한 직원에게 그렇게 많은 돈은 못 준다’고 우긴다. 부서장과 인사부간에 “줘야 남아 있는다, 못 준다”고 줄다리기 하더라. 결국 부서장의 설득으로 받긴 했다. 하지만 당연한 보수를 받는데, 무슨 선심이라도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3. 밥먹을 때도 서열대로!처음 출근한 날이었다. 점심시간이 돼서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다. 탁자에 둘러앉는데, 서열대로 상급자부터 테이블에 차례차례 앉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부서장부터 말단 행원까지 주줄이 앉아 있는 모습이 어찌나 낯설었던지.4. “인사하시지요, K대리입니다”과장 직급으로 은행으로 옮기기로 결정이 됐다. 처음 출근한 날, 부서장이 동료들에게 인사를 시키는데 새로 온 대리라고 소개하는 것이었다. 나는 삼십대 중반이다. 내 나이로는 은행 연공서열상 대리여야지, 과장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내부적으로는 대리, 알고 보면 과장’으로 지내야 했다.5. 도대체 언제 실행한단 말입니까~부서장에서 부행장까지, 결재 하나 맡는데 보름에서 한 달이나 걸렸다. 도중에 삐걱거리기라도 하면 더 늦어진다. 맡고 있는 업무 특성상, 타이밍이 매우 중요한데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