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대상, 연예인처럼 다양한 문제 상담·조언 … 시장확대 추세

최근 한 방송사에서는 고등학생 몇 명을 뽑아 가수로 데뷔시키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평범한 학생이 가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유명 매니저들의 교육 덕분이었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도 매니저의 도움을 받으면 자신을 좀더 돋보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연예인의 매니저처럼 인생의 다양한 문제를 도와주는 각종 ‘매니저’ 컨설턴트 사업이 활발하다. 카운슬러, 컨설턴트 또는 매니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러한 신종 직업 종사자들은 개인의 몸 관리에서부터 시간관리, 돈 관리, 이미지 관리, 아이덴티티 설정까지 모든 분야에서 자신의 일처럼 뛰고 있다. 또 개인의 일생일대의 행사인 결혼행사 등을 맡아 대행해 주는 직업이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얼마 전 대기업 과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한 조영기씨(44)는 갑작스럽게 바뀐 신분이 어색하기만 했다. 상관에게 보고만 하던 입장에서 많은 부하직원을 인솔해야 할 위치에 오르고 보니 자신의 매너나 용모가 신경 쓰이게 된 것. 그러나 40년 넘는 세월 동안 만들어온 자신의 캐릭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바꾸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그가 찾은 곳은 바로 PI 회사인 ‘씨디렉션(Cdirection)’. PI(Personal Identity), 즉 개인의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일을 10년째 하고 있는 이 회사는 12명의 매니저가 외모뿐 아니라 말투와 매너 등 종합적으로 컨설팅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조씨는 이곳에서 각종 테스트와 인터뷰를 거치던 중 자신의 장점이라고 느꼈던 솔직함이 때로는 타인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설립 11년째인 씨디렉션은 꾸준하게 성장해 지난해 30% 매출성장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주로 CEO들이 스스로를 브랜드화하기 위해 이러한 프로그램을 활용했지만 요즘은 조씨의 경우처럼 일반 직장인들도 컨설팅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PI를 표방하는 또 다른 업체 ‘김은주 PI 연구소’는 특히 여성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2000년 9월에 설립된 이 회사는 전문인이나 정치인들 외에 ‘커리어우먼’을 위한 서비스를 따로 제공한다. 지난해 7월에는 아예 PI를 전문으로 홍보하는 대행사 ‘사람과 이미지’가 등장하기까지 했다.이미지 컨설팅 업체들의 활동 또한 활발하다. 지난 2000년 설립된 ‘정연아이미지테크’는 이미지 컨설팅 회사다. 올해초 이 업체는 컨설팅 비용을 실질적으로 20% 정도 인상했다. 총 6시간에 38만원이던 컨설팅비를 총 4시간 30만원으로 바꾼 것. 비용은 올랐지만 고객은 오히려 늘었다. 1 대 1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이 등록할 경우 한 달 정도 기다려야 스케줄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주일 만에 가능했던 일이었다.LG경제연구원 최병권 연구원은 “개인을 대상으로 한 매니저들이 늘고 있는 것은 기업의 실무적 경영기법들이 사회현상으로 변모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각종 컨설턴트라는 이름의 퍼스널 매니저들이 직업으로서 생존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계약관계를 맺게 할 수 있는 신뢰를 확보하고 고객의 요구(Needs)를 꾸준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계약기간이 만료됐을 때 또 다른 고객을 찾을 수 있도록 애프터서비스 정신까지 갖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자기 계발의 동반자가 되기도새해가 되면 ‘운동을 하겠다’고 결심을 하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헬스클럽의 카운슬러가 매니저의 역할을 한다. 지난 2000년에 한국에 첫선을 보인 캘리포니아 휘트니스센터에는 트레이너 외에 카운슬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다.서울 명동과 압구정동 지점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20여명. 이들은 처음 찾아온 고객의 상담역을 담당하고 트레이너와 연결해 주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한다. 또 불편사항이 있을 때 항상 이야기할 수 있도록 열린 창구가 되기도 한다.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시간관리 컨설턴트’가 함께 한다. 한국리더십센터의 시간관리 컨설턴트 이경재씨는 “최근 일중독이라는 한 고객에게 역할에 충실하라는 조언을 건네자 아들 노릇을 충실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며 “이후 ‘정기적으로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했는데, 최근 부친상을 당하고 보니 전화를 꾸준히 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됐다’고 감사편지를 보내왔다”고 덧붙였다. “내가 그 사람 삶에 깊숙이 들어가 있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 이씨의 소감이다. 한국리더십센터는 시간관리 컨설팅 차원에서 ‘프랭클린 플래너’라는 보조도구를 사용하는데 매니저의 보조역할을 하는 이 플래너로 지난해 2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금융권 역시 개인을 위한 맞춤서비스를 제공하는 매니저를 두고 있다. 은행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한미은행은 지난해 7월 프라이빗 뱅킹(PB) 팀을 활성화하기 위해 팀을 따로 만들고 각 지점에 개인고객 전담 PB를 파견했다. 서울은행도 지난해 12월에 15개 지점에 재정컨설턴트를 새로 파견했다. 올해는 6개 지점을 더 늘릴 계획이다. 외환은행도 지난해 8월 PB팀을 발족해 28개의 지점에서 활동 중이다.결혼준비도 매니저의 몫이다. 웨딩컨설팅 업체들은 웨딩매니저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한다. 웨딩업체 ‘메리즈’의 마케팅 담당 배영주씨는 “현재 웨딩매니저 7명이 활동하고 있지만 매니저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10명의 매니저를 더 뽑기 위한 전형을 3월 현재 실시 중”이라고 말했다.<사회심리학 designtimesp=22110>의 저자 한규석 전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전문화에 대한 욕구가 높아져 개인들도 자신의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맡기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직업창출 필요성이 높아지는 사회분위기와 맞물려 각종 ‘매니저’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