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한 국제협상이 열린 것을 계기로 러시아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무디스를 비롯한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들도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상향 조정해 오고 있는 상태다.이미 러시아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글로벌 펀드들 사이에서는 가장 유망한 투자대상으로 부상한 지 오래됐다. 지난해 80%로 세계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한 러시아 주가는 올 들어서만 벌써 3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JP모건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채권지수의 상승폭은 이머징마켓 채권지수의 무려 세 배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같은 추세는 올해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불과 3년 6개월 전인 98년 8월 외채상환 불이행(모라토리움)으로 국제금융시장에 커다란 파장을 줬던 점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일이다.러시아는 시장경제로의 체제개혁 이후 한동안 혼미상태가 지속됐고, 중남미와 함께 최악의 외채부담으로 고통받아왔다. 이러한 러시아가 지난해 이후 급부상하는 데에는 크게 보면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하나는 푸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추진해온 개혁정책이 주효하고 있는 점이 꼽힌다. 푸틴 대통령은 전임 옐친 시대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개혁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연금·재정·조세·토지·사회보장·노동·사업·기업환경·은행·독점기업 등 개혁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고르바초프 시대에 이어 ‘제2의 페레스토로이카(개혁)’를 맞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현재 개혁정책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러시아 국민들 사이에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푸틴이 대통령에 집권하는 기간 동안에는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99년 이후 강세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커다란 도움이 되고 있다.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경상수지는 98년 이후 100억달러 이상의 흑자세가 지속되면서 지난해에는 무려 953억달러에 달했다. 물론 경기회복과 외채문제 개선에 결정적인 힘이 되고 있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러시아 경제도 무섭게 부상하고 있다. 체제개혁 이후 10년 만인 지난 99년부터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선 러시아 경제는 2000년에는 무려 8.3%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세계경기의 동반침체 속에서도 러시아 경제는 5% 대의 성장률을 기록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높은 성장세를 구가했다.다른 하나는 친서방 정책이 변하고 있는 점이다. 특히 외채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자세로 임하고 있는 것이 국제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러시아의 외채정책은 2000년 상반기까지 런던클럽(민간채무)과 파리클럽(공공채무)에서 결정된 외채탕감을 전적으로 수용하는 수동적 자세로 일관해 왔다.그러나 러시아 경제여건이 개선되고 서방국가와의 관계개선 노력으로 대외신용이 회복됨에 따라 국제기채(起債) 시장에서 다시 유로채 발행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러시아는 외채를 상환하거나 외채상환기간을 재조정(Rescheduling)하는 적극적인 방식으로 대처해 오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단기외채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상환해 나가고 있어 대외신용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상태다.결국 경제여건이 개선되고 외채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러시아는 주식과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유망한 투자대상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들의 움직임을 감안하면 조만간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이런 가운데 지난 3월 14일에는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한 국제협상까지 열렸다. 앞으로 여러 변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14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던 제4차 각료회담에서 중국이 만장일치로 WTO에 가입됐고, 갈수록 러시아의 대외신용이 회복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WTO 가입문제가 매듭지어질 가능성이 높다.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러시아의 외채문제는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오는 2003년에 또 한 차례 고비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외채의 만기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대체로 이 기간 중에 외채상환 물량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대외적으로도 러시아의 대(對)이란 미사일 개발지원 의혹, 미사일 방어체제(MD)를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 최근 미국의 외국산 철강수입규제 조치에 대응해 미국산 닭고기, 칠면조와 같은 가금류 수입금지조치로 표면화되고 있는 무역마찰 등으로 서방과의 관계가 다시 악화될 소지도 안고 있다.러시아 내부적으로도 높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부정부패, 빈부격차, 빈약한 산업경쟁력,마피아 경제 등 고질적인 문제들이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개혁정책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남아 있고, 공산주의로 회귀하자는 국수주의 풍조가 확산되고 있는 점도 언제든지 러시아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따라서 앞으로 러시아 경제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유망한 투자대상 국가로 남을 수 있는지는 내부적인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와 세계경기 및 국제원자재 가격의 향방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다행히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기가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한때 20달러 밑으로 떨어졌던 국제유가(WTI 기준)도 배럴당 25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국제유가 전망기관들은 원유수요가 많은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안에 25달러 이상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시에 러시아 재정수입에 기여도가 높은 원유 이외의 비철금속 가격의 상승세도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푸틴 대통령의 개혁정책은 지난해 상반기에 마련된 △기업환경관련 7개 법안 △재정개혁관련 7개 법안 △은행부문 개선관련 3개 법안을 토대로 탄력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이제 러시아 국민들은 푸틴 대통령의 개혁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대내외적으로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오히려 러시아 이외의 지역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 경제성과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무디스는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언제든지 추가적으로 상향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결국 이런 점들을 감안해 보면 러시아 경제는 올해 남은 기간에도 계속해서 높은 성장세와 투자 유망지역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과거 사회주의의 양대국인 중국과 러시아 경제를 주목해야 한다. 국내 투자자들과 기업들은 글로벌 투자시에 러시아를 포함시켜 구상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schan@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