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40~50% 무서운 성장...중소기업 판로개척에 큰 힘
경기도 일산에 사는 주부 임정헌씨(34)는 안방쇼핑으로 대다수 생활용품을 구입하는‘신유통 예찬론자’다.한 달에 통신판매 업체의 카탈로그를 10여개 받아보는 임씨는 인터넷 ‘즐겨찾기’에 북마크한 인터넷 쇼핑몰만 20여곳에 이른다. TV 홈쇼핑 채널을 즐겨보는 것은 물론이다.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다섯 살과 두 살 자녀를 둔 두 아이 엄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복잡한 쇼핑센터를 돌아다니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물론 그녀가 단지 이 때문에 안방쇼핑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 매장보다 훨씬 싼 가격에 좋은 질의 물건을 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녀가 최근 구입한 어린이 침대와 거실용 가죽 쇼파, 그리고 유아용 기저귀도 오프라인 소매점보다 20∼30% 저렴하다.임씨는 “한 달에 안방쇼핑으로 구입하는 물건값만 평균 50만∼60만원에 이른다”며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 등을 이용해 꼼꼼하게 가격을 비교한다면 시간절약뿐 아니라 가격 측면에서도 일반 소매점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임씨처럼 이들 신유통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이에 따라 TV와 인터넷, 카탈로그 등을 통해 상품을 파는 신유통 업체들이 유통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이들은 해마다 경기와 상관없이 40~50%씩 고속으로 성장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2001년말 기준으로 국내 소매시장 규모는 119조원(재래시장 75조원 포함).이 중에서 백화점 할인점, 홈쇼핑 등 기업형 유통은 44조원이다. 여기서 TV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카탈로그 등‘안방쇼핑 3총사’는 4조 5,200억원으로 기업형 유통시장에서 10% 가량 차지했다. 무엇보다 신유통인 이들의 성장률은 백화점, 할인점 등 기존 업체와 비교해 훨씬 높다는 점이다.역시 2001년말 기준으로 백화점이 전년도에 비해 8.1%, 할인점이 30.7%, 편의점이 16% 성장한 것에 비해 이들은 평균 38.5%나 늘어났다 (자료 : 통계청, 한국통신판매협회, 상공회의소).이 중에서 TV 홈쇼핑은 가장 빠른 성장속도를 자랑하며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선발업체인 LG홈쇼핑과 CJ39쇼핑에 이어 지난해 농수산TV, 현대홈쇼핑, 우리홈쇼핑 등 3사가 새로 참여한 국내 홈쇼핑 시장의 시장규모는 지난해 1조 8,000억원(유사 홈쇼핑까지 포함하면 2조 480억원). 국내에서 TV 홈쇼핑 개국 2년째인 96년 335억원에 불과했던 것이 6년 만에 50배 이상 커진 것이다.TV 홈쇼핑의 고속질주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커진 4조원 정도로 보고 있으며, 오는 2003년에는 대략 5조원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이같은 전망은 케이블TV 시청가구가 지난해말 기준으로 총 800만 가구로 늘어난 데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한 위성방송이 본격화되면 사정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는 분석에서 나왔다.현재 LG홈쇼핑 등 4개 업체가 위성방송으로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는데 위성방송의 선명한 화질이 시청자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해 매출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인터넷 쇼핑몰도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통계청은 2001년 11월 국내 인터넷 쇼핑몰 업체수가 2,135개사로 전년 같은 시점에 비해 15% 정도 늘었다고 최근 밝혔다.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2001년 11월 한 달간 이뤄진 거래금액은 총 3,22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4.8% 늘어났다.LG경제연구원은 ‘국내 인터넷 소매시장 현황’이라는 자료를 통해 2001년 2조 3,000억∼2조 7,000억원의 시장규모가 올해는 3조 4,000억∼4조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대표적인 인터넷 업체인 삼성몰은 99년 720억원, 2000년 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2001년에는 3,000억원을 올렸다. 한 해 1,000억원 이상의 매출 신장을 꾸준하게 기록하고 있는 것이 인터넷 쇼핑몰의 미래를 말해 준다.카탈로그 역시 마찬가지다.신용카드 영수증 등에 동봉돼 오는 전단형 카탈로그를 빼고도 국내에서 책자 형태로 발송되는 카탈로그 수만 1,500만부. 적게 잡아도 가구당 2∼3부의 카탈로그를 보고 있는 셈이다.한국통신판매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1년 국내 카탈로그 시장 규모는 8,080억원. 2000년에 비해 43% 정도 몸집이 커졌다.카탈로그 통신판매 업체는 줄잡아 20여개사다. LG홈쇼핑과 CJ39쇼핑 등 선발 TV 홈쇼핑 업체는 물론 SK글로벌의 <디투티 designtimesp=22160>, 코오롱상사의 <코오롱홈쇼핑 designtimesp=22161>, 한국통신의 <바이앤조이 designtimesp=22162> 등 대기업들도 앞다퉈 뛰어든 상태다.이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는 뭘까.‘안방유통’의 최대 무기인 ‘저가격’과‘편의성’때문이다. 이들 신유통은 물건값이 기존 유통업체들보다 20∼30% 저렴하다. 이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기 때문이다. 또 발품을 팔지 않고 안방에서 편안하게 원하는 물건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도 주효했다.주 5일제 근무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점차 문화나 레저 등 여유를 찾고 삶의 질을 높이려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쇼핑시간을 대폭 단축시키는 안방쇼핑을 더욱 선호하는 추세다.신유통 ‘3총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경제적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다. 우선 기존 유통에서 홀대받던 중소기업 제품이 신유통에선 칙사대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이들 신유통 취급상품의 80∼90% 이상이 중소기업 제품이다. LG홈쇼핑의 ‘2001년 히트상품 20위’(판매수량 순)을 보면 ‘파워도깨비 방망이’(1위), ‘백운계곡 양념 특갈비’(2위) 등 중소기업 제품이 10위까지 독차지했고, 대기업 제품으로는 삼성전자의 ‘매직청소기’가 유일하게 16위에 올라 있을 뿐이다. ‘판매금액순’으로 보더라도 20위 중 12개가 중소기업 제품이다.인터넷 쇼핑몰과 카탈로그도 마찬가지다. 오프라인에서 서자 취급을 받던 아이디어 상품들이 잇따라 히트상품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가령 라이코스(www.lycos.co.kr) 쇼핑몰은 ‘아폴로, 똘똘이, 달고나, 쫄쫄이’ 등 70∼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불량식품’ 30종류를 묶어 9,300원에 팔고 있다. 올들어 5,000여개가 나갔다. 옥션(www.auction.co.kr)은 설탕을 녹여 과자를 만드는 기구인 뽑기세트를 지난해말 2만여개를 팔았다.이처럼 기존 유통망에서는 도저히 통할 수 없는 상품들이 신유통에서 대접받는 것은 중소기업들이 신유통망을 적극 활용할 필요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