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화장품사 미백시장 잡기 안간힘… 올해 2,000억 시장 규모 예상

올 봄 화장품업계의 ‘미백 마케팅’은 예년과 달리 유난스럽다. 구릿빛 건강한 피부 또는 주근깨가 살짝 보이는 투명 화장법이 유행인가 싶더니 이제는 ‘백옥처럼 하얀 얼굴’이 대세다.‘왜 미백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첫째 젊은 여성 사이에 형성되고 있는 피부 관리 트렌드. 화장을 했는지 안 했는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피부를 선망하게 되면서 오히려 더 세심하고 정교한 손질이 필요하게 됐고, 이에 따라 미백(美白)이 공통 과제로 떠올랐다는 것이다.피부가 하얗고 깨끗할수록 상류층에 가깝고 피부에 잡티가 생기는 것은 노화의 신호로 간주하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맨 얼굴로 하얀 피부를 드러내는 경쟁이 여성들 사이에 촉발된 셈이다. 미용 목적의 피부과 이용이 늘어난다는 점 또한 미백화장품 시장 팽창과 직접적 관계가 있다.여기에 화장품업체들이 앞다퉈 ‘특효’라는 신물질을 개발, 각급 기관에서 인증을 받으면서 효능 업그레이드에 나서고 있다. 올해 일제히 새로운 미백화장품을 내놓은 브랜드들은 ‘새로운 성분’ 한두 가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신뢰도 높이기에 나선 상태다. 이름만 미백이 아니라 ‘확실히 효과 있다’는 평을 듣기 위해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게다가 대부분 업체들이 미백화장품을 기능성 제품으로 분류해 소량·고가 전략을 펴고 있다. 미백화장품 마케팅이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이런 배경에 힘입어 올해 미백화장품 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200억~700억원 규모가 늘어난 1,500억∼2,000억원대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만간 기존 기초화장품 시장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한국화장품 이승희 브랜드 매니저는 “21세기 화장 패턴은 몇 가지로 분류해 내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형태를 띠지만 기초적인 피부 관리법으로는 화이트닝이 단연 부각되고 있다”고 말한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들은 미백화장품이 노화방지 제품과 함께 2대 기능성 화장품 시장을 형성, 전체 매출을 견인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미백효과 강화’ 소량·고가 판촉전국내외 화장품업체 사이에선 이미 뜨거운 시장 쟁탈전이 시작됐다. 거의 대부분의 업체가 올들어 새로운 미백화장품을 출시하고 3월에서 8월까지 이어지는 성수기 시장 공략에 들어간 상태.각양각색의 광고와 판촉을 통해 소비자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화장품업계는 공통적으로 ‘미백효과 강화’를 핵심으로 잡고 있다. 특히 미백효과를 지닌 것으로 알려진 피토클리어, 알부틴, 비타민C 등을 주성분으로 사용했다는 점이 강조 포인트다.한국화장품은 월귤나무 추출물인 알부틴을 주원료로 한 ‘프레나 화이트 인 화이트’를 내놓았다. 미세한 빛 조절 입자인 라이트 리플렉터가 피부표면에 부딪치는 빛을 산란시켜 화사한 얼굴 표현을 도와준다는 설명. 특히 식약청이 공식 인증한 기능성 미백제품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코리아나는 미백용 앰플인 ‘아스트라 윈에이지 화이트업 스페셜 프로그램’을 새로 출시했다. 알부틴과 함께 각질 제거 효과가 뛰어난 AHA 성분을 함유해 미백효과가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코리아나는 기존의 화이트닝 제품들과 함께 전체 화이트닝 시장에서 점유율을 10%대 이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LG생활건강도 ‘이자녹스 화이트 포커스’ ‘라끄베르 화이트 파워’ ‘오휘 멜라니쉬’ 등 주력 브랜드의 화이트닝 제품에 새로운 미백 성분 피토클리어 EL-1을 추가하고 본격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특히 피토클리어 EL-1성분은 지난해 산업자원부가 화장품 부문 차세대 전략상품으로 선정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은 신개념 미백성분이라는 자랑이다. 내수뿐 아니라 수출 경쟁력도 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태평양은 지난해 출시한 ‘아이오페 화이트젠’ 시리즈를 리뉴얼, 멜라닌 생성 억제 성분인 코직산을 안정화시켜 미백효과를 증진시켰다고 밝힌다. 올 한 해 60만개, 3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널 위해 만들었어’ 수입 브랜드 대공세막대한 마케팅 프로모션으로 무장한 수입 브랜드들도 미백화장품 시장을 눈여겨보기는 마찬가지다. 백인, 흑인들의 경우 멜라닌 색소가 피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사라지는 데 비해 동양인의 피부엔 색소가 침착돼 고민거리가 된다는 점에 주목, 아시아 여성만을 위한 제품을 따로 개발해 출시하고 있다.미국산 에스티로더는 이미 20년 전부터 미백제품을 출시, 아시아시장에선 ‘원조’로 통한다. 2년 전부터 내놓기 시작한 ‘화이트라이트 브라이트닝’ 시리즈의 경우 멜라닌 활동을 미리 막아주는 새로운 미백 시스템이라는 설명. 최근에는 피부의 어두운 부분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스틱 형태의 제품을 내놓고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프랑스산 샤넬은 자사 세리에스연구소에서 아시아 여성의 피부 특성을 집중 연구한 후 ‘블랑 쀼르떼’라는 미백 라인을 선보였다. 연구 결과 뤼미넨CⅡ라는 식물성 화이트닝 성분이 색소 침착을 억제해 아시아 여성의 피부색을 밝게 만들어준다는 것. 스킨 로션 등 5가지 종류가 나와 있다.식물성 화장품으로 유명한 프랑스산 클라란스도 아시아 시장만을 위한 미백제품을 출시했다. 일본과 싱가포르 여성들을 대상으로 피부연구와 테스트를 마친 후 ‘뉴 화이트닝 플러스’ 에센스와 비누를 최근 내놓았다. 특히 이 제품에는 파슬리, 카모마일, 아가륨 등 10여 가지 식물들이 사용됐다는 설명이다.랑콤도 ‘블랑 엑스퍼트 XW’ 신제품을 내놓고 경쟁 가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98년 아시아 여성 전용 미백제품을 출시한 후 해마다 신제품을 내놓고 있는 이 회사는 최근 비누와 세 가지 화장수를 추가로 선보였다.랑콤 배지인 과장은 “제품 출시 전 임상 실험을 통해 효능 입증 단계를 거치고 출시 1년 전에는 공식 소비자 조사기관과 다수 소비자를 대상으로 철저한 검증단계를 거친다”고 소개했다. 또 “한국과 일본은 전세계 미백화장품 시장의 ‘양대 축’으로 통할 만큼 매출 비중이 높다”고 덧붙였다.돋보기 ‘잡티’의 경제학‘없앨 수만 있다면 …’ 피부과도 문전성시얼굴색을 어둡게 만드는 잡티 즉 기미, 주근깨, 검버섯 등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뜻밖에 많다. 또 잡티 하나 없이 완벽하게 하얀 피부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하지만 어느 누구도 반기지 않는 잡티가 되레 ‘돈’을 만든다. 잡티를 없애기 위해, 엷게 만들기 위해 화장품은 날로 업그레이드되고 비쌀수록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피부과도 어느새 잡티를 잡아 하얀 피부로 만들어주는 피부관리실로 역할이 변했다.잡티를 없애준다는 미백화장품들은 일단 가격부터 다르다. 프랑스산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시슬리의 미백제품 ‘휘또 블랑 비타민C 에센스’는 2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8개 앰플이 25만원에 팔리고 있다.미백 성분이 함유된 세안용 제품은 100ml 용량이 8만 5,000원. 헬레나 루빈스타인이 올 봄 새로 내놓은 미백 로션도 100ml에 8만 5,000원의 정가가 붙었다. 국산 화장품인 코리아나도 새로 출시한 미백용 앰플제품 가격을 12만원 선으로 맞췄다.국산 화장품의 경우 미백 성분이 포함된 제품은 일반 기초 화장품에 비해 1.5∼2배의 가격이 붙기 마련이다. 아시아 여성만을 겨냥해 미백화장품을 따로 만들어내는 유명 외제 화장품의 경우엔 국산보다 2∼3배 비싼 것이 보통.웬만한 피부과 대부분이 시술하는 화학 박피술, 레이저 박피술, 크리스탈 필링 등도 잡티를 없앤다는 점에서 미백화장품과 이용 목적이 같다. 가장 일반적인 화학 박피술의 경우 1회 시술에 15만원선. 보통 4∼6번을 받아야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적어도 60만원 정도는 예상해야 한다.미세한 크리스탈 가루로 피부를 벗겨내는 시술인 크리스탈 필링은 1회에 25만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 이 역시 4∼5번은 받아야 한다는 게 피부과의 공통된 조언. 1cm에 10만원 선인 레이저 박피술이나 피부에 비타민C를 직접 투입하는 이온치료 등도 ‘돈’을 부르기는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유명 피부과에는 1주일은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환자’가 밀려 있다.기미, 주근깨에 효과가 있다는 비타민C 제품이 약국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것이나 키위, 사과, 오이, 감자 등을 식용이 아닌 한 번 바르고 버리는 ‘팩’으로 사용하는 것은 ‘애교’에 가깝다. 잡티가 벌어들이는 돈은 과연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