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 리플레이' '써스데이 아일랜드' 등 20~30대 인기 브랜드로 바람몰이

자본금 30억원짜리 회사가 연간 9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다면 누구라도 부러워할 일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매출이 자본금 규모의 20배에 이른다면 ‘도대체 뭐 하는 회사일까’ 궁금할 것이다. 국내 처음으로 스포츠 캐주얼을 선보인 지엔코가 바로 이런 회사다.지엔코는 20대와 30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스포트 리플레이(Sport Replay)’와 ‘써스데이 아일랜드(Thursday Island)’라는 브랜드를 갖고 있다. 최근 코스닥 예비심사를 통과한 이 업체의 내면을 살펴보면 더욱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4.7%이고, 순이익률은 16%에 이른다. 이는 국내 초우량회사인 삼성전자의 수익성보다 높은 수치다. 어떻게 이렇듯 높은 자본 효율성을 갖춘 기업이 됐을까.동종업계와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이에 대한 해답을 탁월한 재고관리에서 찾고 있다. 패션업체의 성패는 재고관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상당히 중요하다.패션의류가 꽤 비싼 값에 시장에 나오는 이유도 사실은 재고관리에서 실패해 이를 고객들에게 전가하기 때문이다. 보통 패션업계에서는 10벌을 제작해 5벌 정도만 팔려도 판매율이 높다고 할 수 있다.그런데 지엔코는 무려 80%가 시장에서 팔려나간다. 80%는 사실상 10벌을 만들어 모두 판 것과 같을 정도로 높은 비율이다. 나머지 20%도 회사 창고에 두지 않는다. 보통 시즌이 끝나면 전국 상설할인점 14곳에 재고를 넘긴다.재고관리 ‘탁월’… 제품 80% 판매이 업체가 다른 패션업체보다 판매율이 월등히 높은 또 다른 이유는 발빠른 상품 기획력과 정확한 수요예측 능력 때문이다. 특히 기동성 있는 상품 기획력은 이 회사의 자랑거리이다.디자이너의 머릿속 아이디어가 공장생산을 거쳐 시장에 제품이 나오기까지 불과 한 달 안팎의 시간이 소요될 뿐이다. 이렇듯 게릴라 생산이 가능한 것은 조직이 상당히 유연해서다. 매트릭스 구조라고 불리는 회사 조직은 상하 관계가 없고 수평적인 관계만이 있다.디자이너가 마케팅 직원이나 관리 직원을 불러모아 즉석에서 상품 기획 미팅을 할 수 있다. 마케팅 부장에게 알릴 필요도 없다. 대표이사의 결재를 받기 위해 굳이 사장실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 사장이 사무실을 다니다가 바로 그 자리에서 결재해주기 때문이다.게다가 이곳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은 몇 년 동안 같이 일하면서 호흡을 맞춰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회사 디자이너 실장 신명은 감사는 엘레쎄와 리바이스·캘빈클라인 등 캐주얼 브랜드에서만 13년이 넘는 경력을 자랑한다.보통 패션업체 디자이너들은 3년을 주기로 회사를 옮기지만, 이곳 디자이너들은 거의 인력 변동이 없다. 회사가 인력관리를 잘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정확한 수요예측도 판매율 유지의 일등 공신이다. 회사 MD(상품기획자, Merchandiser)들은 유통망 등을 고려해 생산량을 결정하고 있으며, 회사는 시즌별로 얼마나 팔렸는지 이들에게 성적표를 제공한다. 이런 데이터가 쌓이다 보니 수량을 맞추는 데 MD들은 귀신 같은 솜씨를 발휘한다.디자이너들과 MD의 활약으로 지엔코는 지난 98년 ‘스포트 리플레이’, 2000년 ‘써스데이 아일랜드’를 출시해 히트를 쳤다. 두 브랜드는 시장에 내놓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려 회사 이익에 절대적인 공헌을 했다.브랜드가 곧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생각으로 지엔코는 해외 진출에도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단독 매장을 갖추지 않은 곳에는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도 수출하지 않는다. 지난해 홍콩에 수출할 때도 단독 매장을 확보, 스포트 리플레이라는 브랜드를 내건 매장 두 곳에만 물건을 주었다.올 하반기까지 중국 선전(深玔)과 벨기에에 수출하는 것도 모두 지엔코 간판을 올린 매장에게만 해당된다. 신승목 지엔코 관리부장은 “앞으로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브랜드 보호 전략을 일관되게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지엔코의 청약예정일은 4월 23∼24일이고, 코스닥 등록은 5월 10일로 예정돼 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신현균 대현 회장 등으로 공모 전 이들의 지분율은 63%다. 이석화 대표이사는 10.17%의 지분을 갖고 있다.CEO 탐구 이석화 지엔코 사장“10년 뒤 10개 회사 만드는 게 꿈”“지금까지 무엇을 이뤘느냐고요? 패션업계의 거품을 제거했다는 점은 자부하고 싶습니다. 나는 매출 성장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이익으로 남겼느냐 하는 것이죠.”이석화 지엔코 사장은 만 20년 동안 패션업계에서 뛰어온 사람이다. 과거 패션업체들이 외형 확대에만 열을 올린 나머지 소리 없이 스러져간 것을 눈으로 지켜보았다.이 때문에 그는 지난해 지엔코가 올린 566억원의 매출과 90억원의 당기순이익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작지만 탄탄한 회사만이 세계적인 업체가 된다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안다.지금은 잘 나가는 패션업체의 대표이사가 됐지만, 그가 패션업계에 몸담을 때만 해도 의류산업은 양지바른 곳이 아니었다. 원단을 싸들고 공장을 전전할 때는 금융계와 대기업에 입사한 대학 동기들이 한없이 부러웠다.이렇듯 회의감이 교차하는 속에서도 그를 패션업계에 붙들어 매둔 것은 바로 ‘재미’였다. 의류산업이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을 뿐 아니라 아내와 함께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일과 생활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이다.“조직이 성장하면서 항상 새로움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세월의 때가 묻기 마련이죠. 매너리즘이 생깁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의 목표는 앞으로 10년 뒤 10개의 회사를 만들어 10명의 사장을 배출하는 것입니다. 전 직원들이 치열하게 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제 역할이죠.”애널리스트 시각수익성 높고 차입금 없어 … 신규 브랜드 ‘주목’이수혜 대우증권 기업분석부 연구원지엔코는 영업이익률이 25%로 수익성이 높고, 차입금이 없어 재무구조도 우량하다. 이 업체가 다른 패션업체보다 우량한 수익성과 재무구조를 유지하는 경쟁력은 다음 몇 가지로 판단된다. 먼저 제품기획력과 영업력이 우수하다는 점이다.지엔코는 98년 스포트 리플레이, 2000년에 써스데이 아일랜드를 도입해 새로운 틈새시장을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배경으로 회사는 지난 3년간 연평균 35%의 매출액 증가율을 기록했다.두 번째는 유기적인 생산 - 판매 - 물류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주 가공업체와 긴밀한 협조로 반응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매장간 전산화와 물류관리를 자동화함으로써 생산을 판매로 연결시키고 있다.지엔코의 위험요인은 캐주얼시장이 경쟁 브랜드의 진입으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그러나 2002년 하반기에 또 다른 신규브랜드를 도입할 계획이며, 지금까지 회사의 브랜드 기획력과 영업력을 볼 때 그 성공 가능성이 높아 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