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와 마이크론간의 매각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협상타결뿐 아니라 실제로 매각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던 하이닉스 비메모리 부문(잔존법인)에 대한 생존력 확보 문제에 양측이 합의했기 때문이다.마이크론은 협상전략의 일환으로 처음부터 제쳐놓았던 잔존법인에 대한 투자에 대해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신규자금 지원 부문(금리)에서 채권단의 양보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채권단도 하이닉스는 매각해야 한다는 견지에서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했던 것도 이번 협상이 급진전된 요인이다.하이닉스 매각문제, 과연 종결되나이번 7차 협상에서 합의된 사항 중 가장 큰 성과는 매각가격과 대금지급 방법, 주가산정 기준일, 잔존법인에 대한 투자규모 등이다. 잔존법인에 대한 투자금액은 총 매각대금에 포함하고 마이크론이 현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채권단이 마이크론에 빌려줄 신규자금의 금리문제도 타결됐다.총 매각가격은 40억달러로 하고 마이크론이 잔존법인에 2억달러를 현금 투자하기로 했다. 주가기준 산정일은 양해각서(MOU) 체결 직전 10영업일 평균주가로, 신규지원 자금금리는 시장금리보다 다소 낮은 수준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현재 남은 문제는 그동안 쟁점이 돼왔던 20여 가지 조건 가운데 우발채무에 대한 손실보전 문제와 신규자금 지원 규모 및 방법 등은 극히 제한한 상태다. 이에 따라 우발채무 부담 문제(사후 손실보상)와 신규자금 지원 규모 등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부문은 고스란히 채권단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요소다.이는 조만간 열릴 채권단 회의에서 논란이 될 것이 확실하다. 양측은 현재 법무법인과 재정주간사간 협상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마이크론은 현재 하이닉스 인수대금 가운데 일부를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한 뒤 추후 추가 손실이 발생하면 일정액을 되찾아가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채권단은 마이크론이 주장하는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되는 자금 규모가 너무 크다며 이를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다시 말해 마이크론은 에스크로 계좌 예치분이 매각대금의 25%는 돼야 한다는 입장이며, 채권단은 이를 10%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문제는 하이닉스 매각협상이 완전 타결되는 데에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이번 협상에서 완전한 타결을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양측이 3월 말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의 수급추이와 반도체 가격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반도체 가격상승세의 상당부문이 공급과잉을 해소키 위한 세계 반도체 업계의 구조조정 의지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최근 상승세는 세계경제가 침체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반도체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이에 따라 양측이 일부 미해결 쟁점을 남겨둔 채 일단 먼저 MOU 체결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MOU 체결 이후 미합의 쟁점에 대한 세부협상을 계속하고 정밀실사 같은 남은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액주주와 노조의 반발 등 내부적으로 보더라도 본 계약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가 여전히 많은 상태다.하이닉스와 함께 대우자동차 매각을 위한 협상도 최근 들어 급진전되고 있다. 대우차 채권단과 GM 양측은 지난 1월 20일 배타적 협상시한을 넘긴 지 2개월 만에 핵심 쟁점들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데 성공했다.협상과정에서 산업은행은 ‘MOU의 골격을 계속 흔들면 협상 자체를 깰 수밖에 없다’는 최후 통첩을 GM측에 보냈고, 이를 어느 정도 관철시켰다. 그동안 GM이 대우차 해외법인의 대규모 부실을 이유로 △인수범위 대폭 축소 △우발채무에 대한 채권단의 포괄보증 △자산인수대금 3억 5,000만달러 인하 등을 주장하면서 최대고비를 맞기도 했다.대우자동차 매각협상, 과연 타결되나GM은 제일은행식의 전면적인 ‘풋백옵션(손실 사후보장)’ 도입과 대폭적인 가격인하가 한국내 일반 정서에 맞지 않고 정부와 채권단의 입지도 약화시킬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던 것으로 보인다.이 때문에 본계약 결렬이란 카드로 배수진을 친 채권단의 벼랑끝 전술이 현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본 듯하다. 또 그동안 오랜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비용을 들여온 점과 대우차 인수가 전략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 등도 협상을 타결시켜야 한다는 압박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GM은 대신 제한된 범위이긴 하지만, 우발채무에 대한 채권단의 사후 보장약속을 이끌어냈다. 이로써 앞으로 대우차 경영의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제거했다. 또 신설 합작법인에 공동출자하는 채권단과 튼실한 협력관계를 구축, 신규자금 지원 확대도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GM은 또 어느 나라보다도 해외 자동차업체들의 진입장벽이 높은 한국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해 고압적이고 일방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향후 대(對) 한국시장 전략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현재 GM은 당초 양해각서상 인수하기로 했던 24개 해외법인 중 9개만 가져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채권단은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현지법인을 인수해줄 것을 요구해 GM의 양보가 필요한 부문이다.또 미국 판매법인을 인수하지 않는 대신 대우차를 GM 브랜드로 미국에 수출하겠다는 입장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채권단은 이 부분에 대한 GM의 주장이 완강하긴 하지만 추가 절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판매법인의 경우 GM 브랜드와 대우 브랜드를 차종별로 교차 사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대우차 노사문제를 둘러싼 쟁점 또한 타결 여건이 성숙돼 가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채권단측은 노조가 요구하는 해고자 복직이나 부평공장 유지, 발전 문제에 대해 GM이 한층 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하이닉스와 대우차 매각협상 타결시 효과아직까지 하이닉스와 대우차가 매각에 성공하려면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하지만 앞으로 타결될 경우 무엇보다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양사 매각문제가 매듭지어질 경우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촉진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지난 1월 말에 예고했던 모건스탠리 지수(MSCI) 선진시장군에도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외국인 자금의 추가유입으로 국내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되면서 원화 환율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적으로 MSCI 선진시장 지수를 잣대로 운용하는 글로벌 펀드 규모가 현재 우리가 속한 개도국 지수보다 약 10배에 달한다.그 결과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4∼5%대로 예상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양사의 매각문제 타결로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원활해지고 주가가 상승할 경우 추가적인 성장률 제고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