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몫을 거의 전부 포기하겠습니다.”실리콘밸리 한국인 가운데 가장 뛰어난 엔지니어의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윤여걸씨가 두 번째 창업한 회사 와이즈넛(www.wisenut.com)을 매각하면서 500만달러가 넘는 자신의 지분을 대부분 다른 주주들에게 넘겨줘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와이즈넛 매각 금액이 기대에 못 미쳐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상황이 되자 자신을 믿고 지원해준 투자자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것이다.윤여걸씨는 마이클 양과 함께 마이사이몬을 창업, 지난 2001년 1월 C넷에 7억달러에 매각하면서 주목을 받은 인물. 그는 ‘큰물’에서 또 한 번의 성공 신화를 이루겠다면서 시장 규모가 크고 경쟁이 치열한 웹 검색엔진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그 결과 지난 99년 8월 와이즈넛을 창업,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해 왔다. 와이즈넛의 주요 주주는 삼성SDS, KTB네트웍스, 실리콘밸리벤처펀드, 동원창업투자, LG창업투자, 현대기술투자, 이종문 암벡스벤처그룹 회장 등이다.투자자 손실 보전 위해 결단와이즈넛은 지난 3월 12일 미국의 디렉토리검색서비스 회사 룩스마(www.looksmart.com)에 주식교환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했다. 룩스마트는 약 1,100만주인 와이즈넛 발행 주식을 전량 인수하는 대신 와이즈넛 주주들에게 약 410만주의 룩스마트 주식을 주게 된다.이번 매각 대금은 약 935만달러(지난 3월 12일 종가 기준)로, 이는 지금까지 와이즈넛에 투자된 금액에 상당히 못 미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기존 투자자들은 당연히 이익을 보기는커녕 원금도 제대로 못 챙길 상황이 됐다.와이즈넛이 이처럼 낮은 금액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업을 계속하기가 어려운 형편이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으로 일컬어지는 구글을 능가하는 성능을 가진 검색엔진을 개발했지만 수익을 내지 못했다. 경쟁이 치열하고 이미 선발업체들이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어서 신생 기업이 뚫고 들어가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던 것이다.윤씨는 이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자신이 희생하기로 결심했다. 65%인 이 회사 지분 가운데 60%를 기존 주주들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5%만 갖기로 결정했다. 결국 500만달러가 넘는 재산을 포기한 것이다.대신 그는 주주들에게도 약간의 손해를 보라고 요청했다. 지금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지 않으면 나중에 회사가 파산해 한푼도 건질 수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설득했다(한 주주 기업 관계자). 그는 이를 통해 회사 매각을 위해 필요한 주주의 동의를 얻어냈다.윤씨는 와이즈넛 매각으로 창업 때 품었던 ‘화려한 성공 신화’ 창조의 꿈은 접었다. 마이사이몬이 C넷에 매각될 때 C넷에 합류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거액의 스톡옵션을 마다하고 와이즈넛에 매달릴 정도로 애착을 가졌던 ‘세계 최고’의 기술마저 다른 회사에 넘겼다.하지만 이같은 대가로 그는 미래에 대한 자산을 얻었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쌓음으로써 ‘다음 기회’를 준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겨우 32세에 불과한 그이기에 이 자산은 또 다른 도전의 기회에 지금의 희생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것이다.윤씨는 서울대와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으며 한국와이즈넛의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한편 윤씨가 삼성SDS, 새롬벤처스 등의 투자를 받아 2000년 5월 문을 연 한국와이즈넛은 이번 매각에서 제외돼 국내에서 계속 영업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