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서점, 3월 둘째주 최고판매 기록 … 중소형·온라인 서점도 기지개

지난 3월 17일. 서울시 강서구 염창동에 있는 ‘독일인쇄’ 직원 10여명은 일요일인데도 밤 9시가 넘도록 불을 환히 밝힌 채 분주히 인쇄기를 돌리고 있었다. 13만권의 인쇄주문이 들어온 책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designtimesp=22085>의 납기가 하루 늦어졌기 때문이다.지난 94년 발간 당시부터 이 책의 인쇄를 맡아온 인쇄소 직원들은 2월 말부터 보름이 넘게 2교대로 일하며 꼬박 밤을 새고 있다. 그도 모자라 절반쯤은 다른 인쇄소에 맡겼다고 한다. 인쇄소의 한 직원은 “전에 비하면 일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 같다”며 “1차 마무리를 하고 나서 몸살이 나 링거주사를 맞았을 정도”라고 전했다.주말마다 방송되는 MBC 오락프로그램 ‘느낌표’에서 이 책이 소개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 책의 출판사 ‘학고재’의 손철주 주간은 “94년부터 총 8만권이 팔린 이 책이 3월초 방송에서 소개된 뒤엔 보름 동안 주문된 양만 13만권을 기록했다”고 말했다.요즘 출판업계가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방송사를 비롯해 각종 단체의 책읽기 프로그램이 대대적인 독서붐을 일으켰기 때문이다.1년 중 책이 가장 많이 팔린다는 3월 둘째주 일요일(10일) 교보문고의 하루 책 판매액은 역대 사상 최고치인 7억 4,0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날에 비해 무려 21.1%가 늘어난 수치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책 판매가 꾸준히 늘어나긴 했지만 증가율이 2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최근 대형서점을 찾은 직장인 홍혜진씨(25)는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책을 묶어놓은 특별코너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경제서적을 사러 나왔지만 이슈가 되는 책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홍씨는 “친구들끼리 모이면 ‘방송에 나온 그 책을 읽었느냐’고 물어보는 것이 일이 돼버렸다”며 “책을 읽지 않던 친구들도 요즘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대화 중에 자주 풀어놓게 됐다”고 말했다.이 덕분에 중소형 서점들도 활기를 띠고 있다. 서울 면목동 대영서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하루에 10권 정도 나가던 단행본이 최근에는 30권 안팎으로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일부에선 ‘부익부 빈익빈’ 현상 지적도온라인 서점도 예외가 아니다. 온라인 서점 ‘YES24’의 경우 3월 평균 1일 매출이 4억 5,000만원으로 늘었다. 2월엔 3억 5,000만∼3억 7,000만원을 기록했고, 1월에 3억을 조금 넘었던 것을 생각하면 최근의 매출 증가세를 가늠해볼 수 있다. ‘모닝365’ 또한 3월 평균 하루 매출이 1억 2,000만원 정도로 지난달에 비해 거의 100% 늘었다. 특히 온라인 업체들은 이번 특수를 계기로 확실한 성장세를 유지한다는 각오를 다지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이에 대해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정종진 사무국장은 “요즘 출판업계는 마치 주식시장처럼 움직인다”며 “연일 ‘상한가를 달리는’ 몇몇 서적들이 전체적인 ‘상승 기조’를 이끌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일부 소규모 출판사에서는 ‘요즘의 독서특수가 특정 출판사들의 몸집만 부풀리는 격’이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책 도매상에서 만난 문원출판사의 구본준 부장은 “최근의 매스컴 특수가 오히려 출판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