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랜드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지난 3월 17~22일 열린 OFC(Optical Fiber Communications)는 광통신 전문 행사이다. 참가업체가 무려 1,200개, 참관객이 4만명이 넘어 전문 전시회로는 가장 규모가 큰 행사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미국 광통신학회(OSA)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광통신 관련 산업 및 기술동향이 소개되는 컨퍼런스와 광통신 장비와 부품, 측정 및 제조 장비가 선보이는 전시회로 구성돼 있다. 27회째인 올해는 참가 기업과 관람객이 지난해의 975개 기업과 3만 8,000여명을 웃돌아 광통신 산업의 세계적인 불황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열기를 뿜어냈다.더욱 놀라운 사실은 한국기업이 60개 가까이 참가했다는 사실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과 M2N·라이컴·네옵텍·포엔티·파이버넷 등의 중소기업들이 광통신 부품과 모듈, 측정 및 제조장비 등을 선보였다. 지역적으로 수도권 기업이 절반을 넘었으며 대덕·광주 등에서 참가한 기업도 각각 10여개에 이르렀다.통신 분야에서는 한국보다 한수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일본 기업이 고작 20여개였다. 정보기술(IT) 분야의 국제 전시회마다 무더기로 몰려다니는 중국·대만·홍콩 기업들도 각각 10여개에 그친 데 비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숫자이다. 생산기술연구원 조영준 박사는 “이처럼 한국 기업들이 대거 참가한 것은 침체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세계 시장에 진출하려는 욕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2000년까지 대거 설립된 광통신 분야 벤처 기업들이 이제 막 제품을 내놓을 단계에 이르렀으나 수요가 막혀버렸다는 것이다. 조박사는 “한국기업이 국제경쟁력이 있다며 세계 시장 개척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광통신 분야에서는 가격보다는 품질이 중요한 경쟁요소다. 아직 중국은 품질에서 뒤져 저가의 메리트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OFC에서 한국기업은 양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크게 관심을 끌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제품들을 대거 선보였기 때문이다.SNU프리시젼의 원자현미경이 대표적인 제품. 서울대 기계항공학부 박희재 교수가 창업한 이 회사가 개발한 제품은 표면을 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0만분의 1미터) 단위로 측정할 수 있어 초고성능 부품의 검사에 필수적인 장비이다. 독일 최대의 광통신측정장비 전문 판매업체인 ams테크놀로지스사는 이 제품을 유럽지역에 홍보하겠다며 보도자료를 요청하기도 했다.또 파이버프로는 기존의 주력제품인 편광주파수변환기 외에 PDL측정기 등의 신제품을 대거 선보여 광통신측정장비 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미국 메릴랜드에 있는 루멘링크의 광무선통신시스템도 눈길을 끌었다. 서강대 물리학과 조규만 교수가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창업한 이 회사가 선보인 제품은 1310나노미터의 근적외선으로 155메가bps의 속도로 통신할 수 있는 것.한편 크루셜텍과 테라디안은 공동부스를 마련해 관심을 끌었다. 제품이 수동형(크루셜텍)과 능동형(테라디안)으로 전문화돼 있어 공동 부스를 통해 토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자는 취지에서였다. 이들 두 회사는 국내에서도 긴밀한 협조관계를 맺고 있다고 한다.한 가지 아쉬운 것은 한국 광산업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국광산업진흥회가 부스를 열었으나 오는 9월 열리는 포토닉스코리아 홍보에만 치중했다.광산업단지(OVC, Optics Valley of China)를 조성 중인 우한(武漢)시는 이번 행사 기간 동안 주지(周濟) 시장이 외국 기업 유치에 직접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