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장기체재자 주택매입만 허용 … 정부 ‘곧 규제 완화’ 방침

‘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관광지로 유명한 치앙마이의 70평짜리 저택을 5,000만원에 살 수 있다면?’실제상황이다. 방 3개, 욕실 2개 규모의 넓은 수영장이 딸린 신축 저택이 우리 돈 5,300만원 선에 현지 매물로 나와 있다. 그뿐이 아니다. 필리핀 휴양지 세부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대지 800평짜리 다가구 주택은 서울지역 25평 아파트 한 채 값에도 못 미치는 1억 5,000만원 선에 현지 매물리스트에 올라 있다.방학이나 휴가기간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즐기는 중산층이 늘면서 동남아 휴양지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중국, 베트남 등 개발 열풍이 불고 있는 지역에도 투자 수익성을 타진하는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해외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리츠커뮤니케이션의 정진경 부사장은 “최근 국내 주택가격이 ‘상투’에 다다랐다는 인식과 더불어 소액으로 가능한 해외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는 베트남, 중국 등지의 부동산 투자정보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인터넷 서비스업체는 해외부동산 중개업무를 부가사업 분야로 설정하고 지난해부터 동남아 부동산 정보 수집에 나섰다.“동남아 집 값 국내의 30% 수준”지난해 12월 겨울방학을 이용해 태국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자영업자 김세준씨(가명·45)도 휴양지 주변에 즐비한 그림 같은 주택들을 보고 ‘저런 집 한 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마침 여행 가이드는 태국의 집 값이 한국 시세의 25∼35% 선이라고 귀띔해 주었다.서울에 돌아온 후 김씨는 외국의 부동산을 취득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외환거래법을 살펴보고 부동산컨설팅업체도 찾았다. 그러나 결론은 ‘현행법 테두리에선 어렵다’는 것.현행 외환거래 규정에 따르면 개인은 해외에서 병원, 학교, 종교기관 설립을 위해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해외에서 2년 이상 체재할 목적으로 30만달러 이내의 주거용 주택을 취득하는 경우 등에 한해 한국은행 총재에게 신고 수리를 받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일반인이 레저활동이나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은 신고 수리 요건에조차 해당되지 않는 셈이다.방법이 있다면 현지인과 함께 법인을 설립, 사업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 그러나 국내에 활동 기반을 둔 일반 투자자는 엄두를 낼 수 없는 방법이다. 김씨는 “형제나 동호인끼리 자금을 모아 해외 휴양지 근처에 싼 집을 한 채 구입해 두고 평생 이용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꽤 많다. 이 경우 1,000만원 안팎의 소액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외환거래 규정상 제한이 심해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하반기 투자 자유화” 조심스런 전망정부는 당초 2001년 1월부터는 개인의 해외 부동산 투자를 완전 자유화할 방침이었다. 지난 98년 7월 단계별 외환거래 자유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2단계 시기인 2001년 1월부터 개인의 해외 부동산 투자를 완전 자유화하기로 잠정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이 내국인의 해외부동산 취득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관련업계 움직임이 활발했다.하지만 지난해초 발표된 2단계 외환거래 자유화 조치에는 이 내용이 빠진 채 여전히 장기 체재자의 주거용 주택만 30만달러 범위 내에서 거래를 허용했다.부동산업계에서는 재정경제부가 현재 검토하고 있는 외환거래신고 선진화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시행 예정인 이 방안에 해외 부동산 투자 자유화가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외환보유고 위기를 넘긴 데다 초저금리 정책으로 국내 부동산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개인의 해외 부동산 투자를 자유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하고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을 자유화한 마당에 내국인의 해외 투자를 봉쇄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재정경제부 외환제도과 김재신 사무관은 “외환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시점에서 개인의 해외 부동산 취득을 허용하는 것은 상당한 반대 여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정부가 언제까지나 사적 경제활동을 규제할 순 없기 때문에 시기를 검토한 후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한편 리츠커뮤니케이션 정진경 부사장은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은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연간 5% 안팎으로 안정적 성장을 하고 있는 데다 매입 후 현지인 임대, 관광객 숙박시설 등으로 활용할 수 있어 투자성이 높다”고 밝혔다.돋보기 중국 부동산 투자 열기 높다시세차익 ‘글쎄’…상가 투자 ‘유망’시중에 여유자금이 많아지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근 들어 아파트, 오피스빌딩, 상가 등에 대한 투자 여건을 알아보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투자 문의만 있을 뿐 실제 거래가 이루어지는 사례는 적다는 게 베이징(北京)의 투자자문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중국은 외국인의 자국내 부동산 매매를 허용하고 있으나 규제가 많다. 외국인은 외국인이 살 수 있도록 허용된 아파트(涉外公寓) 또는 사무실만을 매입할 수 있다. 이 경우 7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사는 형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매매계약서, 가옥등기본, 토지사용증명서 등의 서류를 구비해 등기를 하면 이 기간 동안 개인 소유를 인정받게 된다. 매입자는 사들인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임대해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적당한 시기에 팔아도 된다. 중국에 거류하고 있지 않는 외국인도 여권만 있으면 매입 가능하다.외국인 거주 아파트의 매입 가격은 일반 아파트보다 훨씬 비싸다. 베이징의 경우 위치에 따라 1㎡당 1,000∼2,000달러에 거래된다. 네 식구가 살기에 적당한 35평짜리(115㎡) 아파트라면 우리 돈 2억원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시내 중심가 고급아파트의 경우 1㎡당 3,000달러에 팔리기도 한다. 아파트 주변 상가는 아파트 시세보다 10∼20% 비싸다.33평 아파트를 사 이를 임대할 경우 한 달 700∼1,500달러의 임대수입이 기대된다. 단 12%의 임대소득세를 내야 한다.베이징의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는 재미가 없다”고 말한다. 부동산투자자문 회사인 한길투자자문의 서길수 사장은 “중국 정부의 부동산시장 활성화 정책에 따라 신규 아파트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은 적다”고 덧붙였다.서사장은 또 “아파트보다는 상가를 노려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아파트는 가격이 너무 높은 데다 이미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지만 상가는 그 반대라는 설명이다. 한국인이 몰려 살고 있는 베이징의 왕징(望京) 아파트 단지의 경우 상가 임대가격(1층 기준)은 1㎡당 25∼30달러에 달하고 있다.베이징 = 한국경제신문 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