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현지 답사후 서비스·음식 질 높여 성공, 원재료도 현지서 재배
한우리외식산업(이하 한우리)은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유명한 기업이다. 94년 3월 중국 공상관리국이 중국내 유명 해외투자기업 76개사를 선정했을 때 한국 업체로는 유일하게 한우리의 중국지점인 ‘서라벌’이 뽑혔다. 한우리의 중국 진출은 지난 89년 LG상사의 제의로 시작됐다.그 당시만 해도 중국은 가깝지만 먼 나라. 당시 우리나라와 국교도 수립되지 않은 사회주의 체제 국가에다 음식천국이라 불리는 중국에 ‘한우리’를 수출한다는 자체가 모험이었다.일단 한우리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격언을 교훈 삼아 음식점 이름부터 ‘서라벌’로 바꿨다. 중국인들에게는 서라벌이라는 이름이 더 한국적으로 느껴지고 발음도 쉽다는 조언 때문. 2년간의 철저한 현지답사와 시장조사 후 지난 91년 베이징 량마하에 총면적 377㎡, 좌석 102석의 서라벌 1호점을 열었다.이렇게 시작한 ‘서라벌’은 91년 본격 진출 후 중국 투자 2년 만에 투자액의 143%에 해당하는 이윤을 회수하게 됐다. 또 해마다 중국 지점에서 10억원이라는 외화수입을 벌어들여 개업한 지 6년 후인 97년엔 본국으로 송금한 돈만 560만달러(한화 73억원 상당)에 이르게 됐다.한우리 관계자는 “현재는 고객의 80%가 현지 중국 손님”이라며 “고객의 신분도 다양해 일반인부터 관공서 공무원, 사업가, 정치가, 연예인 등 폭넓게 찾아온다”고 말했다.한국 배추씨를 중국땅에 뿌려한우리의 성공비결은 뭘까.한우리가 처음부터 성공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다. 개업 초창기엔 영업실적이 부진했다. 대부분 고객이 한국인이었지만 국교수립 전이라 그나마도 발길이 뜸했다고 한다. 당시 서라벌을 찾은 중국 고객들은 한국음식은 메뉴 종류가 적고 모든 음식이 매운 것뿐이라고 불평했다. 더 큰 문제는 무엇보다 원재료 구입이 힘들어 제대로 된 음식 맛을 낼 수 없었던 데 있었다.먼저 한우리는 최상의 재료를 현지에서 직접 조달해 제공하기로 했다. 원재료와 부재료를 한국에서 직수입하기엔 관세와 운송비용 등으로 손익이 맞지 않았기 때문. 당시에는 중국의 시중 정육점에서 양질의 쇠고기를 구입할 수도 없었다.따라서 허베이성에 위치한 도축장에 찾아가 특급등심과 갈비 등을 별도로 주문해 사용했다. 현재 서라벌이 사용하는 쇠고기 단가는 1kg당 110위안(한화 1만 7600원). 이는 중국 쇠고기의 시장가격인 1kg당 16위안(한화 2,560원)의 7배에 달한다.또 중국 배추는 두꺼워 맛이 없었다. 따라서 한국에서 배추, 상추, 무 등의 씨앗을 가져와 베이징 외곽의 합동 농장에 위탁 재배했다. 지금까지도 무와 배추 등을 현지에서 사계절 생산해 사용하고 있다.이렇게 준비한 최상의 재료를 가지고 서라벌은 본격적으로 메뉴개발에 들어갔다. 특히 중국인에게 인기 있는 양념갈비와 쇠고기국수전골에 전력을 다했던 것. 중국에 거주하는 한수진씨는 “한국 불고기집에 가면 불고기를 먹고 냉면을 먹는 것처럼, 서라벌에 가면 불고기를 먹고 국수전골을 먹어야 된다는 게 공식처럼 돼있다”고 말했다.외식업체 전문가에 따르면 중국에서 한국음식점을 찾는 고객 유형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게 된다고 한다. 처음에는 한국인이 와서 먹고, 그 다음에는 한 번 들렀던 한국인이 중국인을 데리고 찾아오고, 마지막으로는 그 중국인이 다른 중국 친구와 함께 찾아오는 형태라는 것. 중국인이 알아서 찾아오는 단계에 이르렀다면 그 식당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현재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식점은 서라벌 외에 비원, 설악산 등 몇 군데가 더 있다. 하지만 서라벌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철저히 중국인을 타깃으로 한 한식당이라는 것이다.중국 소재 한식당 비원 관계자는 “서라벌의 경우 80%가 중국인이지만 비원의 경우 80%가 한국인”이라며 “서라벌이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좋은 것은 사실이다”고 설명했다.종업원들 한국식 인사법부터 교육현재 해외에서 외식업체를 경영하는 기업들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인력관리 부문. 서라벌은 여기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현재 서라벌 중국지점을 총괄하는 백금석 사장은 “중국에서 장사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을 쓰는 일”이라며 “국내인력과 현지인력 서로가 배울 수 있는 환경조성에 주력했다”고 말했다.현재 서라벌은 전문 인력을 자체 양성하고 있고, 한국에서 파견된 인력도 중국인들에게 현지 문화와 관습을 1년 동안 교육받고 있다.또 사회주의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중국 현지 종업원들을 재교육시켰다.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적당한 한국식 관리방식을 도입해 서비스의 질을 높였다. 지금도 현지 중국식당에서는 종업원이 메뉴판이나 그릇을 테이블에 무성의하게 놓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음식점 종업원이 손님에게 인사조차 안 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서라벌은 전 직원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등 중국인이 접해 보지 못한 서비스를 보여줘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현재 서라벌은 기존 8개 지점 외에 3개 지점을 더 짓고 있다. 따뜻한 지방보다는 추운 지방에서 한국음식이 더욱 인기가 좋다는 자체 시장조사에 따라 중국 북부지역인 선양, 창춘, 시안에 진출한 것.백사장은 “중국 진출 후 10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살려 어떤 곳에 진출하더라도 성공할 자신이 있다”며 “호기심 많은 중국인들에게 우리의 음식을 마음껏 뽐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실패에서 배운다 ‘놀부’관리인력 부재가 ‘화근’ … 재도전 준비(주)놀부는 외식업 관련상을 몇 차례나 받은 한국 외식업계의 유수기업이다. 지난 87년 ‘놀부보쌈’을 창업한 이후 현재 ‘부대찌개’, ‘솥뚜껑삼겹살’, ‘시골상차림’, ‘유황오리 진흙구이’ 등 체인점 280여개를 전국에서 운영하고 있다.놀부가 해외에 진출한 것은 지난 92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 158평 규모 한식당을 열고 이듬해 같은 규모의 뷔페식당을 오픈했다. 93년엔 LA에 ‘놀부보쌈’을 개점하기도 했다. 고급식당을 표방했던 말레이시아 점포의 경우, 당시 수상 마하티르도 즐겨찾을 정도로 현지인 사이에서 인기를 누렸다. 불고기, 갈비 등을 주 메뉴로 했던 말레이시아점은 하루 300만∼600만원의 매출을 거뒀던 것.그러나 현재 놀부는 해외지점 모두에서 손을 뗀 상태다. 영업실적은 뛰어났으나 점포관리에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 놀부측의 분석. 윤영완 전무이사는 “영업성공에도 불구하고 한식업 현장경험과 경영지식, 외국어능력, 현지문화 이해력을 두루 겸비한 인재가 없어 현지 총책임자가 자주 교체됐다”며 관리인력 부재에 따른 실패를 실토했다.놀부는 말레이시아에 처음 개점했을 당시, 현지 사정에 능통한 여행사 가이드 출신 교포를 총괄자로 임명했다. 한국에서는 주방장, 찬모(반찬담당) 등 5명 내외만을 파견했고 나머지 직원 80여명은 현지인으로 충원했다. 그러나 현지 총괄자는 국내 한식업계의 실태에 어두워 식당 운영에 미숙했다.이러다 보니 본사에서 파견된 한국인 직원들은 총괄자에게 불만사항을 토로하기보다는 한국 본사로 전화해 문제를 해결하려 들었던 것. 놀부측은 과학적 관리의 필요성을 느낀 후, 지배인을 교체했다.홍콩에서 식당 지배인을 했던 두 번째 총괄인은 객장관리는 잘 했지만 언어능력이 부족했다. 세무나 위생법규에 관련된 영어서류를 잘 읽지 못했던 것이다. 행정서류에 능한 인재를 찾던 놀부는 영국에서 유학을 한 회계전공자를 세 번째 총괄인으로 고용했지만 이 또한 오래 가지 못했다. 음주가 과해 업무에 지장을 줬기 때문이다.이런 점포관리 불안정 속에서 놀부 말레이시아점은 아시아 금융위기를 지난 97년 맞은 후 영업권을 매각했다. 윤전무는 대형 식당을 총괄하기에 적당한 인재를 발탁하기 어려웠던 원인을 우수 인력이 한식업계로 들어오지 않으려는 사회 풍토에서 찾는다.“전국 대학에서 외식업체 관련 학과는 호텔경영학과, 관광경영학과, 식품영양학과 등 300여개에 이릅니다. 그러나 아직도 양식 위주의 호텔 레스토랑에 취업하려는 학생들이 많아요.”놀부는 이런 실패를 거울 삼아 최근 우수 인력을 전통 음식업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놀부교육센터’를 세웠다. 윤이사는 “놀부를 내년 중국에 선보일 계획”이라며 “단일 점포를 여는 게 아니라 체인망을 중국 전역에 만들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해외진출 재도전의 의지를 내보였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