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는 명동이 금융의 중심지입니다.”국민은행 윤설희 명동지점장(38)의 야무진 일성이다.최근 국민은행의 인사는 뚜껑이 열리기 전부터 화제를 낳았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4급(대리급) 이상 직원 모두에게 e메일을 발송, ‘희망하는 승진 자리’를 써내라고 주문했기 때문. 그리곤 지난 3월 20일 인사발표에서 40대 초반의 4급 직원 60명을 지점장으로 대거 발령냈다.보통 40대 후반의 1, 2급 직원들이 맡았던 점을 감안하면 지점장의 평균연령이 크게 낮아진 셈이다. 윤지점장은 바로 이들 ‘젊은 지점장’ 중 한 사람이다. 윤지점장은 특히 여성으로 ‘지점의 꽃’이라 불려온 명동지점을 맡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금융 중심지였던 명동이 강남 테헤란로에 밀려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명동은 주요 은행의 본점이 집중돼 있고 제2금융권도 많다는 점에서 아직은 금융 중심지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지난 86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윤지점장은 87년 입행, 15년간 영업점과 본점을 두루 거쳤다.“주택가에 위치한 영업점에 2년 정도 있었는데, 주부나 은퇴고객 등 근거리 고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곳 명동은 유동인구가 많아 원거리 고객이 대부분입니다. 그 때문에 우량고객을 편안하게 맞을 수 있는 VIP 센터를 만드는 것이 제가 책임져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이번 발탁인사는 주변에서는 물론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은행이야말로 철저하게 서열 위주로 인사가 이뤄지는 곳입니다. 그러나 금융환경이 변하고 있는 시대 요구에 걸맞게 직급이 과감히 파괴돼야 한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이번에 발탁된 비결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 대한 역할 기대가 한 단계 올라섰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그는 여성이기 때문에 주목받는 점에 대해서는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제가 생각하는 명동지점장이라는 자리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필요한 자리는 아닙니다. 그동안 여성 지점장이 ‘레이디 점포’와 같은 틈새시장에서 제 역할을 다해 왔다면 저는 이번에 새로운 숙제를 안은 셈이죠.”윤지점장 스스로 생각하는 장점은 오히려 ‘여자답지 않은’ 당당한 자신의 성격이다.“사실 명동은 상업지구이기 때문에 사채가 활성화돼 있어 은행에서도 이런 자금의 규모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선적인 성격을 지닌 제게 이 자리가 잘 맞으리라 봅니다.”아직 구체적인 포부를 세워두지 않았다는 윤지점장이 남긴 말에서 오히려 그의 자신감이 느껴진다.“유명한 사람들은 장·단기 계획을 세운다는데 전 그런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일을 피하지 않고 제 아이디어로 밀고 나간다면 사람들이 얘기하는 목표라는 데에 올라설 수 있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