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땅에서 발 붙이고 사는 사람들 중 ‘유니쿠로’라는 회사 이름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저가 캐주얼의류를 만들어 파는 업체지만, 염가양질의 가격전략과 고객제일주의를 앞세워 최근 폭발적 성장을 해왔기 때문이다.디플레 수렁에 빠진 탓에 2001년 말부터 고성장에 급브레이크가 걸렸어도 이 회사에 대한 일본 소비자들의 기대와 신뢰는 아직 높고 탄탄하다. 가격혁명의 기수로 생활을 좀더 편안하고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굳게 깔려 있는 덕이다.이런 유니쿠로가 한계에 부닥친 의류사업의 돌파구로 농산물 판매를 시작하겠다는 다각화전략을 선언, 주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 유니쿠로의 농산물 사업은 여러 이유에서 소비자와 동종업체들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첫째 자신의 주특기인 의류와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왜 하필이면 마진도 박한 야채·청과 사업에 뛰어들려 하느냐는 것이다. 또 영업전략이 의류에서 밀어붙였던 스타일과 판이하게 달라 어느 정도 먹혀들 것인가도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하지만 소비자와 동종업체들의 의문은 유니쿠로가 농산물사업에 참가하기 위해 손잡은 파트너의 특징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쉽게 풀린다. 유니쿠로가 한 배를 타기로 한 짝은 일본의 나가타농업연구소다.이 연구소는 야채재배 과정에서 물과 비료를 될 수 있는한 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농작물이 자라는 환경을 원산지나 다름없도록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본래의 맛과 영양을 내도록 하고 있다. 일반 농작물에 비해 훨씬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몇 배나 더 높은 판매가로 커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말하자면 고품질, 고가격을 추구하면서 한정된 계층의 소비자들만을 집중 공략하는 셈이다. 값싼 중국산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하더라도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자연 본래의 맛과 순수함을 간직한 농산물은 죽지 않는다는 신념이 이 연구소를 떠받치는 기둥이다.나가타농업연구소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간판상품은 토마토다. 양판점 등에서 판매되는 보통 토마토의 가격은 100g당 60엔이 채 못 된다. 이에 비해 나가타의 토마토는 ‘특선’으로 불리는 최고급품 1상자(3Kg)가 8,500엔을 호가한다. 100g으로 따지면 283엔이나 나가니 5배쯤 비싸다.나가타연구소는 수확 과정에서 토마토를 당도에 따라 4등급으로 나눈다. 9도 이상은 특선, 7~9도 미만은 완숙, 6~7도 미만은 패밀리, 6도 미만은 엄선의 명칭을 붙이고 있다. 일본 농산물 시장에서 팔리는 토마토의 당도는 4~6도 정도에 그치는 게 대다수다.그러나 나가타연구소의 토마토는 등급별 분포로 볼 때 특선 20%, 완숙 50%, 패밀리 20%, 엄선 10%의 구성비를 보인다. 농산물 전문가 안도 히로노부씨는 “고가격을 고집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등급별 분포에 있다”며 “일반 토마토들과 가격 경합을 벌이는 엄선의 생산량이 10%에 불과한 점을 주목하라”고 지적한다.파, 맛 품질에서 중국산 압도또 하나 주목되는 농산물은 ‘파’다. 중국산 때문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파는 지난해 11월 이후 1다발의 도매가격이 100엔 밑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도치기현 오타하라시에서 생산되는 파는 사정이 다르다.생산자 들이 산지의 지명을 따 ‘나스의 하얀 미인’ 이라고 부르는 이 파는 1다발에 통상 250~300엔을 너끈히 받는다. 맛과 품질에서 일반 파와 중국산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하우스 재배로 기른 이 파는 섬유질이 부드럽고 단맛이 풍부해 야채 샐러드를 먹는 기분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유니쿠로측은 의류는 100% 중국에서 만든 것을 들여다 팔았지만, 농산물은 일본 땅에서 자란 것을 판다는 방침을 표방한다. 생산과 유통의 효율화를 바탕으로 농산물 시장에서도 가격혁명을 이루겠다는 유니쿠로.식탁을 얼마나 풍요롭게 해줄지 일본 소비자와 시장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