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로 이름 높은 곳이다. 대규모 호텔에는 여지없이 거대한 도박장이 자리잡고 있다. 골목골목에 숨어 있는 작은 도박장 또한 행인을 끌어들이고 있다. 마카오는 향락의 도시이기도 하다.미모의 여인이 도박에 열중하고 있는 남자에게 접근해 “돈 땄으면 사랑하러 가자”고 유혹하기도 한다. 그래서 마카오의 밤은 언제나 화려하다.홍콩에 출장간 비즈니스맨들은 배로 40분여 떨어진 마카오를 찾는다. 그런가 하면 아시아 각지의 졸부들이 도박의 유혹에 끌려 몰려들기도 한다. 지난 99년 중국에 반환된 뒤에도 ‘아시아 최대 도박장’이라는 지위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그 마카오의 도박 산업이 지금 지각변동을 하고 있다. 1인 독점체제가 무너지고 경쟁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마카오 도박산업의 핵분열’이라고 말한다.마카오 정청, 도박독점 3월 말로 종지부스탠리 호(81). ‘마카오의 도박왕(賭王)’이라는 별명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지난 61년 마카오 정부와 도박장 독점 영업권 계약을 맺은 후 도박산업을 거의 독점해 왔다. 현재 그의 손아래 있는 종합 도박장은 11개, 소규모 도박장은 50개에 이르고 있다.연간 매출액 규모가 약 600억달러에 달한다. 그는 90년 이후 경구(競狗, 개 경주), 복권 등에 진출, 마카오의 도박산업을 좌지우지해 왔다.하지만 이제 마카오 도박장을 뒤흔들던 그의 위세가 서서히 움츠러들고 있다. 지난 2001년 12월 31일 그의 도박장 영업권 계약이 만료했기 때문이다.그는 3∼5년의 계약 연장을 요구했다. 그러나 마카오 특별행정구(마카오 정청政廳)의 대답은 ‘3개월 연장’이었다. 결국 그의 도박산업 독점은 지난 3월 31일로 끝나고 말았다.스탠리 호의 독점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게 마카오 정청의 뜻이다. 마카오 정청은 도박산업 경쟁시대 진입을 위한 작업을 착실히 진행해 왔다. 지난해 11월 마카오 영업권을 경매에 붙였고 여기에 18개 업체들이 참여했다.이 과정을 거쳐 지난 2월 8일 마카오 정청은 3개 업체를 선정했다. 스탠리 호가 우선 선정됐고, 나머지 2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도박 사업가에게 돌아갔다. 스탠리 호는 이제 새로운 이방인과 경쟁을 벌여야 할 처지가 됐다.그중 한 명이 스테판 알렌 윈이다.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왕’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는 단순한 도박장이었던 라스베이거스를 종합 위락 도시로 만든 주역이기도 하다. 그의 마카오 진출은 라스베이거스 도박문화의 마카오 이전으로 비유되고 있다.마카오 도박산업에 진출하게 된 또 다른 미국인은 셀런 아델슨. 라스베이거스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신예 도박사업가다. 그는 라스베이거스에서 해마다 열리는 컴덱스를 만든 주역이기도 하다.이들은 이번 경매계약에서 앞으로 20년 동안 마카오 도박장 경영권을 얻게 됐다. 약 5억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이다. 또 영업이익의 40%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이같은 계약을 통해 내국인(스탠리 호는 포르투갈 혼혈 현지인)이 독점해온 마카오 도박산업은 외국 기업과의 경쟁체제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마카오 정청이 자국 도박산업에 미국인을 끌어들인 이유가 무엇일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마카오를 명실공히 라스베이거스로 키우겠다’는 취지다.그동안 마카오는 아시아의 도박장에 불과했다. 라스베이거스와 같이 세계인이 찾는 종합 위락도시와는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마카오는 아시아 지역의 검은 돈을 세탁하는 장소, 흑사회(폭력단체)들이 판치는 곳 등의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다.종합 오락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이미지를 버려야 했다. 라스베이거스를 키워온 두 주역을 끌어들여 라스베이거스의 노하우를 수입하자는 게 마카오 정청의 뜻인 것이다.주민 ‘긍정적’ 기대로 크게 환영스탠리 호가 도박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 것은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는 도박장을 모두 친인척에게 맡겨 운영해 왔다. 경쟁이 없는 상태에서 서비스 품질이 좋아질 리 없다.스탠리 호는 특히 도박산업을 지키기 위해 흑사회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반환되기 직전 마카오 전역에서 발생한 흑사회의 폭력사태 배후에는 스탠리 호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도박산업 구조조정에는 마카오의 ‘실 소유자’인 중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도박산업이 마카오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마카오 재정수입의 65%가 이곳에서 나온다. 도박산업은 마카오 국내총생산(GDP)의 35%를 차지하고 있다.전체 인구의 30% 이상이 도박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도박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어 마카오 경제를 크게 일으켜보자는 게 중국의 뜻인 셈이다. 중국인다운 실리추구다. 게다가 중국에게 스탠리 호는 목에 걸린 가시와 같은 존재였다.마카오 정청은 이번 경매과정을 통해 도박산업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했다. 애드먼드 호 마카오 특별행정관은 4개월에 걸친 경매과정에서 여러 차례 국내 업자들의 협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협박에 굴하지 않고 ‘독점파괴’ 계획을 차질 없이 수행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이를 들어 “스탠리 호에게 끌려다니던 도박산업이 제자리를 찾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마카오 주민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다. 그들은 이번 조치가 도박산업, 나아가 마카오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마카오의 도박산업 개혁 일지▲ 2000. 8. 23 = 아더 앤더슨, 마카오의 도박산업 발전방향에 대한 종합 보고서 제출.▲ 2000. 8. 30 =마카오 의회, 오락도박관련법 개정. 개혁 추진 기틀 마련.▲ 2001.10. 26 =도박장 경매 일정 및 경매참여 자격 고시.▲ 2001.10. 30 =도박장 경매 위원회 설립.▲ 2001.11. 2 =경매 입찰 접수 시작.▲ 2001.12. 18 =정청, 스탠리 호에게 영업권 3개월 연장 통보▲ 2001.12. 28 =18개 업체 경매 참여.▲ 2002. 2. 8 =3개 업체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