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 남북한이 우리측 북한특사 파견문제를 공동으로 발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계기로 국제금융 시장에서는 북한 경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북한 경제는 89년 이래로 약 10년 동안 마이너스 성장세가 지속돼왔다.특히 남한이 외환위기를 당했던 97년에는 극심한 가뭄과 식량난으로 경제성장률이 무려 마이너스 6.7%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후 북한은 국제적인 지원과 남한의 노력으로 경제 여건이 개선되면서 99년 이후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해오고 있다.북한의 경제성장률은 해마다 6월에 한국은행이 발표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지난해 성장률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북한 경제 성장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농산물 작황 사정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할 때 플러스 성장세는 유지했으리라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문제는 앞으로 북한 경제 전망이 썩 밝지 못하다는 점이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는 능력이 없는 데다, 최근의 미국 등 국제사회 분위기를 볼 때 이제는 북한의 태도변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국제적인 지원도 어려운 상태다. 이번 특사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고 전세계인의 이목(耳目)이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이번 북한특사를 통해 앞으로 남북한간의 화해무드가 조성될 경우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가장 관심이 되는 것이 역시 남북경협이 얼마나 활성화될 수 있느냐이다.특히 중국은 이미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된 상태고 갈수록 러시아가 WTO에 가입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북아 지역에서 협력문제가 강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남북경협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앞으로 남북경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재정사정이 말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자금을 지원받아 남북경협에 소요되는 재원을 어느 정도 충당해야 가능하다.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현재 북한이 어느 정도 국제금융 시장에 접근할 수 있을지의 가용범위(Availability)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국제금융 시장에서 북한의 위상은 어느 정도나 될까. 불행히도 북한은 70년대 중반 이후 서방차관에 대한 채무불이행(Default)을 선언한 것을 계기로 국제금융시장에서 격리된 상태가 지속돼오고 있다. 세계 모든 국가 가운데 국제신용평가 기관들이 신용심사 자체를 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가 바로 북한이다.2년 전 한때 국제금융 시장에서 한때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으로 북한채권 가격이 상승하면서 실로 오랜만에 북한채권이 거래된 일이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서방은행들이 원금회수 가능성이 희박한 북한의 외채를 채권화(Secondary CBO)한 것으로 자금조달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그후 남북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북한채권 거래마저 끊긴 상태다.이런 현실을 헤아려볼 때 북한이 국제사회의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은 국제금융기구를 통하는 길밖에 없다. 현재 북한은 어느 국제금융기구에도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북한도 이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해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시도해왔다.97년 아시아개발은행(ADB)을 필두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 등 여러 국제금융기구에 가입을 신청해오고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미국과 일본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특히 미국이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것이 북한이 지금까지 어느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지 못한 가장 큰 요인이다.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미국과 일본의 자세가 다소나마 유연하게 변하고 있다. 물론 우리는 그동안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에 대해 원칙적으로 지지 입장을 표명해오고 있다.따라서 이번 북한특사 파견을 계기로 한반도 안정과 평화공존을 위한 분위기가 다시 무르익을 경우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문제는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성급한 판단이 될지 모르나 가장 먼저 ADB가 북한의 가입을 전제로 제반문제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북한이 ADB에 가입되는 것이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동북아 지역에서 협력 분위기를 무르익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앞으로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면 우선 국제통화기금에서 빈곤퇴치와 성장지원제도(PRGF)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 자금은 1인당 국민소득이 925달러 이하의 최빈개도국을 대상으로 국제수지 적자와 외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되는 자금이다. 2000년 기준으로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757달러다.세계은행(IBRD)의 국제개발협회(IDA) 자금도 활용할 수 있다. 이 자금은 지원조건이 가장 좋으나 IMF와 IBRD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성실히 이행해야만 하는 단서가 따른다. 동시에 현재 북한이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ADB의 아시아 개발기금(ADF)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문제는 현재 북한의 국제금융 시장의 위상과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문제를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태도를 감안할 때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는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미국은 자국법상 테러적성국에 지정된 국가에 대해서는 어떤 지원도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라크와 함께 미국의 테러적성국으로 지정된 몇 안 되는 국가다.따라서 북한은 국제금융기구 가입 이전이라도 국제사회의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을 남한의 협조 하에 우선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 가장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북한에 대한 특별신탁기금(Trust Fund for DRPK)을 설립하는 방안이다.이미 이 방안은 팔레스타인, 동티모르, 보스니아, 코소보 지역의 경제재건을 위해 지원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이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기금 또한 미국과 일본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으나 미국의 태도가 부정적인 것으로 국제사회에 비쳐지고 있는 상태다.주요국들이 국제금융기구에 예탁해 놓은 신탁기금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특히 이 기금은 신탁국의 동의만 있으면 언제든지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이밖에 비정부기구(NGO)들이 북한개발과 빈곤퇴치를 위해 필요한 재원을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로부터 조달해 지원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분명한 것은 이 모든 것이 남북한간의 화해무드가 조성될 때에만 가능하다는 점이다.특히 북한이 좀더 개방적으로 국제사회에 동참해야 한다. 그런 만큼 이번 특사 파견을 계기로 남북한간의 대화재개 등에 주요 현안들이 타결돼 다시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