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O 코팅유리’ ‘VTR용 로터리 트랜스포머’ 세계시장 점유율 45% 점유

지난 4월 2일 구미 3공단에 위치한 삼성코닝 구미공장. 깨끗한 공장 건물과 잘 정리돼 있는 잔디밭이 첫눈에 들어왔다.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식당에 들어서니 서울 대기업의 구내식당 못지않게 잘 꾸며져 있었다.무엇보다 직원들의 표정이 무척 밝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휴대폰용 ‘ITO(국제적으로 공인된 제품명) 코팅유리’와 ‘VTR용 로터리 트랜스포머’ 등 ‘1등 제품’을 두 개나 보유한 직원들의 여유가 느껴졌다.그도 그럴 것이 최근 IT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노키아, 소니 등 세계적인 휴대폰 업체들의 수주가 밀려들고 있다고 한다. 오응교 홍보팀장은 “특히 대만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물량 공급을 요청해와 조립라인을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하고 있지만 제때에 (물량을) 대기 힘든 실정”이라고 밝혔다.‘1등 제품을 가진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가깝다.이는 인터넷과 디지털의 영향으로 세계시장이 하나로 통합되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말이다. 상위 3개사가 살아남는다는‘3강의 법칙’이나 상위 20%의 업체가 80%의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는‘2080의 법칙’이 유행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등 제품’을 가진 기업은 경쟁업체의 추격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1등 제품’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재투자해 또 다른‘1등 제품’을 가질 기회를 먼저 잡을 수 있는 까닭이다.삼성코닝은 두 품목으로 올 1분기에 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20%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한 것.삼성코닝이 자랑하는 ‘ITO 코팅유리’는 지난 98년 이후 4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시장점유율이 45%로 전세계 휴대폰 2개 중 1개는 삼성코닝 제품을 쓰고 있는 셈이다.게다가 주요 경쟁사인 일본과 대만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10%대에 머물고 있어 앞으로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킬 것으로 보인다.ITO 코팅유리에 이어 또 하나의 세계 1위 제품인 로터리 트랜스포머는 VTR 및 캠코더의 헤드드럼 내에 내장돼 헤드와 본체 사이에 영상신호를 전송하는 핵심 부품이다. 이 제품 또한 지난 98년부터 현재까지 4년 연속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ITO 코팅유리 연간생산량 200만 m2‘ITO 사업장’을 둘러봤다. 그러나 사업장은 영화에서나 나오는 비밀회담 장소처럼 봉쇄돼 있었다. 사진촬영도 할 수 없었다. 아쉽지만 유리창 너머로 볼 수밖에 없었다. 동행한 한영수 관리부장은 “보안을 위한 것도 있지만 작업 자체가 반도체 사업장처럼 미세한 먼지 하나라도 들어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ITO 코팅유리’는 일반 종이보다 더 얇다(보통 0.3∼10mm). 그래서 직원들이 손에 들고 다니는 유리원판이 파도 마냥 흔들리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제조공정은 여러 단계를 거친다. 일본에서 수입한 웬만한 유리의 4기둥을 잘라서 물로 씻는다. 이어서 유리 표면을 곱게 갈아 포장상태로 내보낸다. 여기까지는 아웃소싱을 통해 해결한다.삼성코닝에서는 이렇게 들어온 제품을 정수기보다 더 깨끗한 물로 씻은 뒤 코팅기계에 집어넣어 코팅을 한다. 마지막으로 검사 과정을 거친 뒤 포장해 출하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하는 ITO 코팅유리는 연간 200만 m2다.라인을 돌다가 곳곳에 빨간색 페인트를 칠한 동그란 상자가 눈에 들어온다. 직원들은 그 상자를 ‘빨간 상자’로 부른다고 한다. 한부장은 “불량률을 줄이기 위한 의식개혁운동”이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사연이 있는 상자였다.‘ITO 사업팀’은 지난 91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3년간 240억원의 적자를 낼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94년엔 ‘ITO 사업팀’ 해체설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다.‘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팀원 사이에 조성됐다. 따라서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식개혁 운동의 일환으로 ‘빨간 상자’를 활용했다는 것이다.이 운동을 처음 시작한 강태수 사업부장은 “불량제품을 버리지 않고 모아둬 불량이 발생하는 현황을 한눈에 파악하고, 불량을 숨기려는 의식구조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식을 고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요즘은 불량률이 어느 정도냐고 물었더니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래도 ‘빨간 상자’를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은 “그 상자를 보면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려는 의도”라고 강사업부장이 설명했다.결국 이런 노력들이 있었기에 ‘1등 제품’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이것뿐이 아니다.삼성코닝이 ‘1등 제품’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품질 기준이 까다로울뿐더러 LCD 시장의 본 고장인 일본 시장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졌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1등’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 예상대로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면서 ‘1등 제품’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고 한다.91년 일본 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후 98년 23%, 2001년 30%를 차지했다. 강사업부장은 “현재 일본의 23개 LCD 업체 중 한두 곳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업체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고 밝혔다.삼성코닝이 일본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떻게든 고객을 감동시킨다’는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가령 일본 거래업체가 100장 미만 등 소량으로 주문했을 때도 손해를 감수하고 영업사원이 직접 일본에 건너가 납품하는 정성을 보였다. 사실 ITO 코팅 유리의 경우 한 번에 500장 이상을 납품해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다 납품기간을 대폭 줄인 것도 일본 업체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보통 경쟁사는 한 달이 걸렸지만 삼성코닝은 10∼14일 내에 고객의 손에 제품을 쥐어줬다.삼성코닝의 설비는 모두 국산이다.삼성코닝 구미공장은 692명의 직원이 3교대로 일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35세. 지금대로라면 이들은 적어도 향후 몇 년간은 구조조정이나 감원 같은 어두운 그림자에서 비켜서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변수는 많다. 무엇보다 회사측이 의욕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신수종 육성사업의 성공여부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돋보기 미래 비전NT(나노기술)·IT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지금은 잘 나가는 삼성코닝이지만 문제가 없는 것만은 아니다.공장을 둘러보면서 두 제품이 경기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1등 제품’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매출 규모가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사실 지난해 이맘때 공장을 방문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업장에서 여유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는 모두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였다고 한다. 회사측은 “당시 1,000만개의 재고를 갖고 있었다”고 회고했다.IT 경기가 침체하면서 수주물량이 줄고, 수요가 줄어드니 당연히 경쟁업체간의 가격경쟁이 극심해진 것. 이는 IT 경기가 나빠지면 지난해와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또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작다. 지난해 삼성코닝의 국내외 사업장의 총 매출은 1조 2,200억원. 이 중 두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1,711억원으로 14%에 지나지 않았다.따라서 삼성코닝은 NT(나노기술)와 IT 전자재료 분야를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이같은 계획에 따라 나노, 파우더, 광 소재 등 NT, IT 전자재료 분야에 5년간 총 5,000억원을 투자해 2006년 1조 2,5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미 관련분야 선진 업체들과 각종 제휴를 맺고 제품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