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행, 동원증권 등 금융기관 앞다퉈 설치

비즈니스를 유지하기 위한 재난복구 시스템 구축은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국내 은행과 증권가도 2000년 동원증권 전산실 침수 이후 원격지 백업센터 구축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해에 따른 손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정보기술(IT) 분야 관계자들은 ‘미션크리티컬(Mission Critical)’이란 용어를 입버릇처럼 사용한다. ‘지대한 사명’이란 의미지만 한 번 실패하면 살아날 수 없다는 절체절명의 비즈니스를 뜻한다. 컴퓨터,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데이터 등은 전쟁이나 지진 등 어떤 재난이 닥치더라도 즉각 복구해야 기업의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사명감에서다.예컨대 ‘급여는 반드시 25일 입금돼야 한다’는 업무(급여는 모두 전산으로 처리된다)는 그르쳐서는 안 될 미션크리티컬 비즈니스다.이와 관련해 국내 기업 가운데 비즈니스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국내 금융가와 기업들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대표적인 사례가 주택은행. 지금은 국민은행으로 통합됐지만, 주택은행은 통합 전에 비즈니스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2001년 재해복구 시스템을 구축했다. 파트너 기업은 한국EMC.이 회사가 구축한 재해복구 시스템은 주택은행의 계정 원장을 실시간으로 이중화해 재해시점의 최종거래 내역까지 완벽하게 복구하는 것이 특징이다.한국EMC 관계자는 “업계 최단시간내 복구가 가능해 실제 테스트 결과, 재해 발생시 백업센터의 재해복구 시스템 가동까지 1시간 정도 소요됐다”며 “계정 원장의 데이터 양을 감안할 때 지금까지 구축된 재해복구 시스템 중에서 가장 빠른 성능을 선보였다”고 소개했다.재해복구 시스템의 핵심인 데이터 이중화는 서울 강서구 염창동 주전산센터에서 강남구 도곡동 백업센터로 접속(로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원장 데이터는 1일 1회 백업센터로 복제한 후 온라인 가동 중에 주기적으로 로그를 적용하는 방식이 사용돼 완벽한 데이터 일치와 신속한 복구가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효율적 운영과 빠른 복구를 위해 평상시 운영 및 재해시 복구 절차 모두를 자동화했다.주택은행 재해복구 시스템은 지난해 4월 착수해 4개월간의 기본 조사, 핵심기술 검증, 재해복구 시스템 구축 및 종합 테스트 등을 거쳐 그해 8월 가동됐다. 협력사로는 GNG네트웍스가 DWDM(고밀도 파장 다중분할 전송) 광통신망을, 한국IBM이 백업센터 시설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거래소 분당 백업센터와 실시간 동기화증권시장의 허브인 증권거래소도 만약을 대비해 시메트릭스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시스템을 이용한 재해복구 시스템을 갖췄다. 재해복구 시스템은 현 주식매매 온라인 시스템의 거래 정보를 실시간으로 이중화해 재해 발생시 최종 거래 내역까지 2시간 내에 복구하도록 한 것.또 원격지 데이터 실시간 이중화 과정에서 현 주식매매 시스템의 성능을 저하시키지 않는 동시에 모든 종류의 장애를 복구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혹시 있을지 모를 사태에 대비한 것이다.재해복구 시스템을 구축한 증권거래소는 여의도와 경기도 분당을 연결한 것이 특징. 주식매매의 모든 주문 및 거래 데이터와 로그 데이터를 여의도 주전산 센터에서 분당 백업센터로 실시간 동기식으로 이중화해 재해 발생시 전체 데이터베이스 복구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화했다.특히 분당 백업센터에서는 이중화된 모든 접속(로그)데이터를 ‘타임파인더’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생성된 별도의 복제본으로 또다시 이중화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증권거래소 재해복구 시스템 구축은 한국증권전산 백업시스템 사업팀 주관 아래 여러 차례의 가상 모의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시스템 운영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증권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거래소는 국가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핵심 금융기관이기 때문에 선진국에서 검증된 사례를 참고했다”고 밝혔다.사이버거래 비중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동양증권도 재해복구 시스템을 구축했다. 초당 거래 건수가 몇천 개인 증권업무의 특성상 몇 분, 몇 시간의 서비스 중단은 고객에 막대한 손실을 줄 수 있다.고객 데이터의 완벽한 복구, 신속한 업무 재개를 목표로 구축된 동양증권의 재해복구 시스템은 고객 원장 데이터를 동기 방식으로 실시간 이중화해, 재해 발생시 데이터 유실 없이 최종 거래 내역까지 복구 가능하도록 했다.전산 관계자는 “재해 발생시에는 10분 이내에 백업센터에서 모든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켜 업무를 개시한다”고 설명했다.이밖에 신한은행은 계정계와 정보계를 통합적으로 이중화해 운영함으로써 재해에 대한 만반의 대책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남대문의 데이터센터를 일산으로 이전하고 남대문 본점의 전산센터를 백업센터로 활용하고 있다.백업센터에 주센터와 동일한 시스템 환경을 구축한 상태에서 2시간의 시차를 두고 컴퓨터 처리결과를 백업센터로 전송해 주센터와 백업센터의 시스템을 이중화했다.구축된 백업센터와 주센터 간에는 전용선인 T3라인 3개 회선으로 구축한 것이 특징. 2회선은 실시간 로그전송 용도와 테이프 백업라인으로, 제3의 회선은 센터간 업무운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 대법원, 관세청, 특허청, 국세청 등이 재해복구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추진하고 있다.한편 지난해 10월 금융감독위원회는 은행, 증권, 카드사는 테러나 재난시 3시간 이내 원상태로 복구가 가능한 재해복구센터를 올해 말까지 구축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는 9·11테러 이후 재해의 심각성을 체험한 데 따른 것이다.권고안은 복구시간을 기준으로 은행과 증권사, 신용카드사, 증권거래소, 선물거래소, 코스닥시장, 증권예탁원, 금고연합회는 신뢰성 확보와 고객손실 최소화 등을 감안해 3시간 이내에 재개가 가능한 재해복구센터를 구축토록 했다. 비즈니스 연속성을 위해 금감위도 나선 것이다.이러한 재해복구를 포함한 비즈니스 연속성의 유지라는 개념이 시작된 것은 90년대 초반부터. 정보기술 발전으로 인력에 의존하기보다는 컴퓨터 처리가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허리케인, 지진, 홍수에 대한 대비책들이 개발되기 시작했다.이 시기는 주로 테이프 백업 형태였다. 즉, 야간에 정보 인프라를 중단시키고 하루 동안 생성된 부요 데이터를 테이프로 백업받아서 자동차에 싣고 다른 장소로 이동해 보관하는 형태였다.해외선 뱅크원, 포드 등 성공사례로 꼽혀90년대 중반 인터넷과 사이버 거래의 증가는 실시간으로 이중화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 EMC가 실시간 데이터 이중화 시스템을 선보였다.특히 Y2K, e비즈니스 바람으로 IT에 대한 의존도가 늘어나고 실시간 서비스가 증폭됨에 따라 즉각 복구의 요구가 증대된 것이다.시장조사기관인 IDC는 백업 시장의 규모가 해마다 성장일로를 걷고 있어 2000년의 경우 총 27억달러, 오는 2005년쯤에는 47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그룹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정보기술(IT) 예산의 평균 4% 정도를 ‘업무 연속성(BC)’에 할애하고 있다. 또 2003년까지 <포천 designtimesp=22181> 1,000대 기업들 가운데 50% 정도가 이런 인프라를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BC의 중요성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여러 기업들에서 성공 사례들이 나왔다.대표적인 모델로 미국의 대형 소매금융회사인 뱅크원을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90년대 중반까진 1,000억달러가 넘는 자산과 2,500만명의 고객 데이터를 테이프 백업 방식으로 관리해 왔다.때문에 당시엔 재해 발생시 1∼2일분의 데이터 손실과 5∼16일의 복구 시간이 걸렸다. 그러다 미국 은행감독기관인 통화관리부(OCC)의 ‘24시간내 업무 재개 기준’ 발표 후, 실시간 데이터 이중화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재난시 데이터 손실 없이 재해 발생 후 24시간 안에 업무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다.또 16테라바이트(TB) 규모의 데이터를 1차 백업센터에 이어 2차 백업센터까지 실시간으로 보내 저장한다. 이를 위해 주 센터는 오하이오주에 두고 약 25km 떨어진 1차 백업센터에 똑같은 데이터를 저장한 후, 다시 약 250km 떨어진 뉴저지주에 2차 백업센터를 두었다.포드자동차는 지난해 본사에 260TB 규모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재해복구 시스템을 구축했다. 2개의 원격지 데이터센터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이중 저장한 다음, 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한다. 여기에선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복제본까지 생성한다.그 결과 데이터 복구 시간을 단축하고, 6개월마다 실시하던 시스템 테스트를 매달 시행할 수 있게 됐다. 관리 인력이나 소프트웨어의 오류로 발생하던 데이터 손실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게 됐다.미국 대형 통신회사인 MCI는 주 센터와 백업센터 간의 거리 한계를 뛰어넘어 공중망이나 광통신망 대신 기존 IP 네트워크를 이용해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둔 경우다. 주 센터는 메릴랜드주에 있고 백업센터는 오하이오주에 있어 거리가 약 700km나 되고, 실시간 이중화되는 데이터 양이 80TB 정도나 되기 때문에 유선망이 아닌 IP 네트워크를 활용한 것이다.재해복구 분야 선진 국가인 미국에선 BC 시스템 구축뿐 아니라, 실제 재난시 데이터 복구 및 업무 재개에 대한 연습과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업무 무중단 시스템을 구축한 업체들은 1년에 2∼4번 실행 연습을 하고 있다.현재 미국에선 BC 전문 업체들인 EMC를 비롯해 선가드, 콤디스크 등이 다양한 제품과 비상출동 시스템 복구 서비스를 선보여 기업들이 복구 범위나 시간 등 자사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EMC는 지난 94년부터 재해복구 시스템을 개발해 세계 시장을 장악해 왔다. SRDF가 주력 제품이다.EMC 마케팅부 유상모 과장은 “재해복구 시스템은 그 특성상 안정성과 신뢰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SRDF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1만 5,000 라이선스 이상 판매됐고, 전세계 400여개 주요 은행에서 재해복구 솔루션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돋보기 BC로 뜨는 기업국내외 7개사, 1조원 시장 놓고 각축국내에서 중단없는 업무 환경 구축을 위해 뛰는 기업들은 크게 두 부류다. 삼성SDS, 현대정보기술 등 시스템통합(SI) 사업자와 이들에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있다.이 가운데 재해복구 시스템과 연속성 구축 사업의 핵심을 담당하는 솔루션 공급업체들은 대부분 외국계. 한국EMC, 한국베리타스, 한국HP, 레가토코리아, 한국IBM, 스토리지텍, 컴퓨터어쏘시에이트 7개사다.국내외 BC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기업들은 올해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1조원대의 시장을 놓고 협력과 경쟁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이 중 한국EMC는 스토리지(저장장치)를 무기로 한 대표 기업. 재해복구 시스템으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9·11 테러 직후 무역센터빌딩 입주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발 빠른 서비스로 화제를 모았다.레가토코리아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이다. 만약을 대비해 기업데이터를 이중화하는 레가토 네트워커, 클러스터 램이라는 2가지 소프트웨어를 공급한다.한국HP는 컨설팅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HP의 무기는 고가용성 서버를 기반으로 한 컨설팅과 소프트웨어 사업. 제조업체의 특성을 살려 서버용 컴퓨터를 공급하며 컨설팅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한국컴퓨터어쏘시에이트는 올해를 비즈니스 연속성 구축 시장 공략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자체 브랜드인 ‘비즈니스 컨티뉴이티@CA’를 기반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한국베리타스는 소프트웨어인 ‘베리타스 볼륨 리플리케이터’, ‘베리타스 클러스터 서버’ 등 다양한 플랫폼 환경에서 실행 가능한 무기로 시장진출에 대비하고 있다.네트워크 장비 회사들인 노텔 네트웍스, 알카텔, 시스코시스템즈, ONI 시스템즈 등도 따라서 재미를 보게 된다.노텔네트웍스, 시스코시스템즈 등 보안업체들도 수혜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