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우리 경제에서 신3고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일반적으로 최근처럼 대외환경이 불안할 경우 자주 거론되는 3저니 3고니 하는 용어는 학술적으로 정의된 용어는 아니다. 언론의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편리하게 사용하는 저널리즘 용어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정의된 것은 없다.종전에 3고라는 것은 국제유가와 금리 그리고 우리나라 돈인 원화가 동시에 오르는 현상을 말했다. 반면 최근 들어 진행되고 있는 신3고 현상은 국제유가와 금리가 오르는 것은 예전과 같지만, 이번에는 원화 대신에 물가가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아무튼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저물가·저금리·저유가 등 이른바 신3저 현상이 지속돼 우리 경제와 세계 경제 회복에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고유가·고금리·고물가 등 신3고 현상으로 우리 경제와 세계 경제 모두에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아무래도 최근 진행되고 있는 신3고 현상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것이다. 이미 국제상품시장에서는 국제유가는 서부 텍사스 중질류(WTI) 기준으로 배럴당 28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이같은 수준은 지난해 12월에 비해서는 무려 60%나 급등한 것이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상승속도가 빠른 점이 우려되는 대목이다.문제는 이번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사태가 악화돼 중동전으로 비화될 경우 국제유가는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미국 싱크탱크의 하나인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만약에 이번 사태가 중동전으로 비화될 경우 배럴당 75달러 선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해 전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현 시점에서 브루킹스 연구소가 전망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유가전문 예측기관들은 배럴당 30달러대는 무난히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양대 민간 예측기관의 하나인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는 올해 세계경기 회복세와 중동사태의 불안으로 배럴당 35달러 선까지 국제유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우리 경제구조로 볼 때 국제유가가 1달러 상승할 경우 무역수지가 8억 5,000만 달러가 악화되고 소비자물가가 0.07%포인트 상승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회복 초기 단계에 무역수지와 물가가 악화되는 것은 우리 경제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이같은 효과는 대외가격변수 중 우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국제유가의 급등세에 이어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시중금리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는 점이다. 이달 들어 국고채 수익률(3년 만기)은 6.5%를 넘어섰다.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해 10월 초에 비해서는 무려 200bp(2.0%포인트)가 올라간 수준이다. 아마도 단기간에 가장 빨리 올라간 것으로 여겨진다.현재 우리 경기는 당초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 국내 전망기관들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최소한 5%대 이상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국은 수요측이든 공급측이든 간에 인플레 요인도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이런 점을 감안하면 최근에 시중금리의 상승세는 선제적인 차원에서 정책당국의 금리안정 노력이 없을 경우 쉽게 꺾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기업들이 금리가 더 올라가기 전에 자금을 미리 확보해 둔다는 차원에서 회사채 발행이 줄을 잇고 있다. 올 하반기 이후 재정수요에 대비해 정책당국도 국채발행을 늘릴 계획이어서 시중금리가 현 수준보다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급증하는 가계부채 부실화 우려최근처럼 시중금리가 상승할 경우 예상되는 여러 부작용 가운데 지난해 저금리 상태에서 급증한 가계부채가 빠르게 부실화될 가능성이 가장 우려된다. 그 결과 이제는 기업부실이 아니라 가계부실 때문에 금융기관이 부실화되고 경기적인 측면에서는 민간소비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재둔화(Double-Dip)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아직까지 국제유가와 시중금리의 급등세만큼 뚜렷하지 않지만 인플레 문제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는 전월에 비해 0.6% 상승해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특히 한번 발생하면 지속 가능성이 높고 우리 국민들의 실생활과 관련된 품목을 중심으로 최근의 인플레 문제가 주도되고 있는 점이 주목되는 현상이다. 바로 이 점이 지표물가와 체감물 가간의 괴리를 심화시키면서 정책당국이 발표하는 물가통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높게 하는 요인이다.현재 우리 경제는 당초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세를 감안하면 일단은 수요 측면에서 인플레 요인이 만만치 않은 상태다. 더욱이 최근처럼 국제유가와 시중금리가 오를 경우 공급측 인플레 요인도 가세되기 때문에 인플레 기대심리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이런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를 3% 기준으로 상하 1%포인트 범위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야심에 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인플레 타기팅 정책이 지켜질 수 있을지 의심을 갖는 시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일부 전망기관들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 이상 기록할 것으로 예상해 정책당국과 대조적인 시각을 이루고 있다.아무튼 요즘과 같이 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의 숨통이 조인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우리 경제와 정책운용 여지가 좁아지면서 콜금리 인상과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4월 금융통화운용위원회 회의에서는 콜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시킨다 하더라도 5월 이후에는 콜금리 인상을 점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최근까지만 하더라도 콜금리가 인상될 경우 올 하반기 들어서야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었고, 올해 말까지 0.5%포인트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문가들이 내다봤다. 결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전쟁상태와 같은 갑작스런 불안요인으로 우리 경제에서 신3고 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우리 경제운영과 기업경영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정책당국이 시장에 맡긴다는 명목 하에 손놓고 있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인가. 정책당국의 시장에 대한 입장은 최소간섭의 원칙만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우리 경제가 놓여 있는 환경에 따라 정책당국의 위상이 바뀌어야 한다. 지난해 9·11 테러 이후에는 정책당국의 시장에 대한 개입을 어느 정도 용인하고 있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다.특히 현재 정책당국이 구상하고 있는 여러 정책목적을 달성하고 지금처럼 국내 외환시장을 중심으로 시장이 무기력한 상황에서는 가격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정책당국이 나서야 한다. 다시 말해 위로든 아래로든 시장의 균형을 깰 수 있는 확실한 모멘텀을 정책당국에서 제공할 필요가 있다.물론 일시적인 요인으로 시장균형 상태가 깨진다 하더라도 시장 자정기능에 따라 균형으로 수렴되는 속성이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너무 오랫동안 현재와 같은 시장상황이 지속돼왔다. 이러한 경우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schan@hankyung. 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