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을 이끌어온 양대 로열패밀리 구씨가와 허씨가가 55년 동안의 동업 관계를 차분하게 청산해 가고 있다. 그뿐 아니라 구씨가의 핵분열도 착착 진행되고 있어 향후 LG의 모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구씨와 허씨의 동업관계는 1947년 창업 때부터 시작됐다. 구인회 창업회장이 부산에 락히화학공업사를 설립했을 때 허만정씨 지원 아래 셋째 아들인 허준구씨가 상무로 참여했다. 두 집안은 친척 사이로 경남 진양군에서 함께 살았다.지난 4월 3일 LG는 LG전선, 극동도시가스, LG칼텍스가스, LG니꼬동제련 등 4개 계열사를 구씨측 창업고문 일가에 넘기기로 발표해 그룹내 친족간 계열분리 작업을 일단 마무리했다. 이와 함께 전자, 화학, 건설, 유통 등 주력 사업의 경영권에 대해서도 동업 관계인 구씨와 허씨 두 가문 오너 경영진 간의 자리이동도 병행했다.LG는 지난 99년부터 그룹분리를 추진해 지금까지 7개사를 독립시켰다. 이들 계열사는 고 구인회 창업회장의 형제와 아들 등 구씨 일가 몫으로 떨어져 나갔다. 4월 3일 계열 분리된 4개사도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창업고문 등 창업회장의 동생 3명이 공동으로 주식을 사들여 분가했다.LG측은 이들 4개사가 2003년까지 계열 분리를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LG화재해상보험은 지난 99년 구 창업회장의 첫째 동생인 고 구철회씨의 장남인 구자원씨가 회장직을 맡아 일찌감치 그룹에서 떨어져 나갔다.또 구 창업회장의 3남인 구자학씨는 2000년 아워홈(단체급식업)을 맡아 나갔으며, 4남인 구자두씨는 LG벤처투자와 함께 분리돼 나갔다.LG 관계자는 “구자경 명예회장이 95년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허준구, 허신구,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씨와 경영일선에서 동반 퇴진해 그동안 불협화음 없이 경영권을 3대로 넘기고 친족간 계열 분리를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고 귀띔했다..구씨·허씨 간 자리이동이 활발하기 시작한 때는 올해초.먼저 구본준 LG필립스 LCD 사장이 전자 지주회사인 LGEI의 공동 대표이사로 옮겼고, LG전선 구자열 부사장은 지난 3월 이 회사의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계열 분리를 위한 수순을 밟았다.허씨측에선 허창수 회장이 LG건설로 자리를 옮겼고, 허명수 LG전자 상무가 LG건설로, 허태수 LG투자증권 상무가 LG홈쇼핑으로 이동했다. 허동수 LG칼텍스 정유 회장은 LG에너지 회장을 겸임하면서 건설 정유 부문에 허씨의 입김이 크게 강화됐다.재계에서는 구씨와 허씨 가문이 그룹 내에서 느슨한 결합형태를 유지하면서 전자·통신·화학·금융 계열사는 구씨 일가 쪽에서, 건설·유통·정유 부문은 허씨 쪽에서 경영하는 ‘책임경영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