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남쪽, 금강변에 서천군이 자리한다. 서해안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서천은 당일 나들이 코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서해 바닷가로 나가면 동백꽃이 피는 동백정과 서해안에서도 일출 감상이 가능한 마량포구, 춘장대해수욕장, 선도리 갯벌체험장이 있고 내륙으로 눈을 돌리면 비인면에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을 빼닮은 오층석탑, 한산면에 한산모시관과 신성리 갈대밭, 종천면에 희리산자연휴양림 등이 있다.우선 봄철에는 동백정부터 감상한다. 동백나무숲 한가운데에는 정자가 하나 서 있어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이를 동백정이라 한다. 동백정 바로 아래 바닷가에 떠 있는 한 점 섬의 이름은 오열도이다. 동백정에서 서남쪽으로 수평선 위에 희끄무레하게 보이는 섬은 군산시 소속의 연도.동백정에서 아무 말 없이 잔잔한 파도가 밀려드는 서해를 보고 있자면 무심의 경지에 들어서는 기분이다. 더구나 동백꽃이 활짝 핀 봄날에 보는 푸른 서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여기에 동백숲이 이루어진 데에는 전설이 전한다. 300년 전에 마량의 수군첨사가 꿈을 꾸었는데 바닷가에 꽃이 떠 있는 것이었다. 그는 꿈에 본 이 꽃을 찾아내 잘 기른다면 마을이 번성하리라는 생각에 꿈에 본 곳으로 가보니 정말 꽃이 있어 그 꽃뭉치를 번식시켰다고 한다. 그 꽃이 바로 동백꽃이다.이것은 전설이고, 전하는 말은 중종 35년인 1540년에 수군첨사가 험난한 바다를 진정시키려고 이곳에 제단을 만들라는 계시를 받은 후에 심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백정 누각은 제단에 붙여졌던 이름으로 건물은 1965년 옛 한산군청 청사의 건물을 옮겨다놓은 것이다. 풍어제를 올리기 위한 신당은 동백정 옆에 조그맣게 몸을 숨기듯 자리하고 있다.서천화력발전소가 들어서기 전인 지난 70년대만 해도 동백정 바로 옆에는 동백해수욕장이 있었다. 해변 가운데가 약간 튀어나온 듯, 아라비아 숫자 3자처럼 생긴 극히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동백섬은 동백해수욕장 북쪽 자락에 자리해 해변 전경을 감상하기에 딱 좋은 포인트였다. 그러나 발전소가 들어서면서 해수욕장은 사라졌고 그 대신 개발된 것이 춘장대해수욕장이다.동백정 남쪽의 마량리 마량포구는 바다 쪽으로 낫 모양처럼 비죽이 뻗어 있는 특이한 지형으로 이뤄져 있다. 이래서 일몰과 일출을 한 장소에서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마량포구는 주꾸미 산지이기도 하다. 오후 두세시쯤이면 앞바다로 출어했던 소형 어선 50여 척이 기다란 방파제를 따라 형성된 포구로 속속 돌아온다. 방파제 한쪽에선 따가운 봄햇살을 받으며 주꾸미 바비큐 파티가 한창이다. 방파제를 따라 늘어선 10여채의 포장마차촌에서도 어디서나 싱싱한 주꾸미 요리를 시식할 수 있다.마량포구는 180여 가구, 700여 명의 주민들이 사는 전형적인 어촌이다. 주꾸미철이 지나면 곧이어 봄 대하가 올라온다. 4월 말부터는 서서히 꽃게어장이 형성되고 연도 앞바다까지 광어와 도다리, 도미가 풍성하게 잡힌다.7∼8월의 여름은 휴어기. 다시 8월 말부터 백조기가 잡히고 9월부터 꽃게가 붙는다. 가을 대하도 유명하다. 겨울에는 김과 바지락도 난다. 맛조개는 사시사철 잡힌다. 이곳 바지락은 짙은 고동색을 띤다.서천에 갔다면 한산모시관(043-951-4100)에 들러봐야 한다. 매표소를 지나 모시관 경내로 들어서면 행랑채 비슷한 방마다 전통 농기구들이 전시돼있고 전통공방에는 모시를 짜는 베틀도 볼 수 있어 경주 양동마을이나 아산 외암리 민속마을, 순천 낙안읍성 같은 민속마을을 찾아간 기분에 푹 젖어든다.비인이라는, 이름에서 어딘가 모르게 이국적인 냄새를 풍기는 면소재지. 이 비인에는 일제강점기에 비인해수욕장이라는 이름으로 각광받다가 이제는 그 이름 대신, 선도리해수욕장으로 그저 아는 이들에만 찾는 곳이 된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 해변의 길이는 무려 2.5km, 폭은 700m에 이르는 이 선도리해수욕장은 쭉쭉 뻗은 소나무가 방풍림으로 처져 있고 쌍둥이섬, 할미섬이 바다 앞에 떠 있어 풍치 또한 뛰어나다.비인해수욕장이라는 이름을 잃어버린 것은 이곳이 청정해역이라 양식장으로 개발이 되면서였다. 덕분에 춘장대해수욕장이 유명해지고 이곳은 우리나라 최대의 해태양식장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 근방에 군장공단이 들어선다는 계획이 발표되고 대대적인 보상이 실시된 이후 해수욕장의 기능이 되살아나게 되었다.선도리해수욕장의 해변은 아주 고운 모래로 유명하다. 물이 빠지면 그 끝이 가물거릴 정도이고 근처의 작은 섬 3곳을 모두 걸어서 갈 수 있다.“수심이 얕아 익사 사고가 한 번도 없는 곳이여.”마을 노인의 설명이 실감날 만큼 바다로 뻗은 개펄은 경사가 완만하다. 비인이라는 옛 지명과 선도리라는 현 지명이 모두 어울릴 만큼 송림과 바다, 작은 섬들이 조화를 멋지게 이룬 곳이다. 이 선도리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는 쌍섬까지도 승용차가 들어갈 수 있으나 현재는 통제 중이다. 쓰레기를 함부로 해변에 버리는 이들 때문이다.◆여행메모(지역번호 043) : 서천군청 관광진흥담당 950-4224. 서울에서 장항선 열차를 타면 무궁화호로 약 3시간 30분 걸린다. 서천역 953-7799. 서초동 남부터미널에서는 서천행 직행버스가 하루 13회 운행된다. 승용차로는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춘장대나들목이나 서천나들목으로 빠져나간다. 숙박시설은 서천읍에 한일장(951-7911), VIP장(952-1220), 서면 도둔리에 화신모텔(951-8828), 백이모텔(952-4812) 등.맛집 / 마량포구 유덕호횟집주꾸미 샤브샤브 먹음직주꾸미는 낙지과에 속하며 모양새는 낙지 같지만 크기는 훨씬 작다. 고작 큰놈이라고 해봤자 빨판이 달린 다리까지 길게 잡아 늘어뜨려서 최장 30cm가 최고다. 그러나 쫄깃쫄깃 씹히는 맛은 낙지 못지않다. 화덕에 굽거나 끓는 물에 데쳐내 먹물이 든 채 통째로 초장에 찍어 한입 베어 물면 단맛이 입안에 가득 밴다.밤에 주로 활동하는 주꾸미는 바위굴이나 바위틈, 소라껍데기 등에 산란을 하는 습성을 지녔다. 어부들은 이 습성을 이용, 여러 개의 커다란 소라껍데기를 그물처럼 줄로 묶어 바다 바닥에 넣는다. 그리고 하루나 이틀이 지나면 다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잡아올리고 있다. 주꾸미는 이른 봄철의 산란기에 잡힌 것이 가장 맛이 좋다.마량포구 방파제로 가는 길에는 포장마차 스타일의 간이음식점들이 주욱 늘어서 있다. 유덕호횟집도 그중 하나. 주인 유유식씨는 배를 갖고 있어 바다낚시도 안내한다. 이 집에서는 주꾸미볶음과 샤브샤브가 주 메뉴이다. 양파와 미나리 등 여러 야채를 넣어 매콤하게 볶은 주꾸미볶음은 술안주로 그만이고 남은 양념으로 볶음밥을 해먹어도 맛있다.샤브샤브는 물을 한 차례 끓여낸 뒤 다시 된장을 풀고 10분쯤 더 끓여서 주꾸미를 살짝 데쳐내 초장에 찍어먹는 요리. 유씨는 먹물이 든 통째로 먹어야 회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043-952-3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