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히다찌 '내꿈 가꾸기',노키아 '사랑의 공부방' 장기 프로젝트로 운영
초콜릿이나 콜라처럼 먹을 것이나 캐릭터 장난감 같은 선물로는 더 이상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걸 기업들은 잘 알고 있다. 미래고객인 어린이에게 호소하려면 보다 고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아동기는 가치관이 형성되는 민감하고 중요한 시기인 만큼 자극적이고 직접적인 홍보마케팅보단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채워주는 간접적이지만, 끈끈하게 다가서는 움직임이 몇몇 기업들에서 엿보인다.대표적인 곳이 바로 아이들에게 꿈을 설계해 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LG히다찌와 ‘사랑의 공부방’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노키아다.한·일 합작 벤처기업 LG히다찌는 2년 전 ‘드림포에버(www.dream4ever.co.kr)’란 사내벤처를 만들어 국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내 꿈 가꾸기’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이 사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대의명분과 함께 20~30년 후의 잠재고객을 미리 확보해 두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현재 서울시와 경기도 안산, 시흥 지역의 13개 초등학교의 전교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단체로 참여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꿈을 주제로 한 여러 행사를 지원한다. 어린이날, 민속놀이, 체육대회 때 꿈을 주제로 가장행렬 이벤트를 진행하는가 하면 꿈 전시관도 열고 있다.어린이들이 디지털 문화에 보다 친숙해질 수 있도록 자신의 꿈과 장래 희망을 인터넷을 통해 선언해 둠으로써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꿈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자는 취지였다. 자기 꿈에 대한 자긍심과 책임감을 갖게 하는 동시에 그 실천과정을 인터넷에서 확인하고, 진로를 다시 설정하도록 계속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이다.우선 어린이 스스로 자신의 꿈을 사이트에 올려놓고, 같은 꿈을 가진 친구들끼리 커뮤니티를 만들도록 했다. 서로 미래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LG히다찌는 이 커뮤니티별로 어린이들이 실제로 자신들의 관심 분야와 목적에 맞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을 하게 된다. 현재 모두 50여개의 동아리가 만들어져 있다.가정에서도 자녀의 관심 분야와 소질을 일찍부터 찾아내 키울 수 있도록 학교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꿈 프로그램에 대해 인터넷으로 교사와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게끔 했다. 인터넷 사이트에 ‘꿈 일기’ 쓰기, 가족이나 친구, 선생님에게 ‘꿈 엽서’ 보내기 같은 프로그램도 있고, ‘꿈 주간’을 정해 한 주 동안 가슴에 꿈 배지를 달고 다니게 해 항상 자신과 가까이 있는 꿈으로 생각하도록 했다.참가한 학생들의 호응도 꽤 좋은 편이다. 석달 전 이 사이트에 지신의 꿈을 등록한 초등학교 5학년인 정민재군은 “예전엔 내 꿈이 자꾸 바뀌었어요. 그래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선생님과 엄마, 아빠랑 함께 내 꿈인 ‘파일럿’을 계속 가꾸고 있죠”라고 말했다.LG히다찌는 어린이들이 자신의 꿈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와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각 분야의 전문가 또는 조언가 그룹을 동원해 참여해 왔다. 학교 안에서는 물론 학교끼리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도록 했다.이 프로젝트를 개발해, 추진하면서 LG히다찌는 2년 동안 8억원이 넘는 비용을 쏟아부었다.노키아, 세계를 무대로 봉사활동이 사업을 주도해온 LG히다찌 서태진 차장은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꿈이 실현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며 “자신의 꿈이 실현돼 가는 과정 하나하나를 인터넷을 통해 기록해둘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실질적이고 생생한 체험교육의 효과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현재 ‘내 꿈 가꾸기’ 프로젝트는 보다 폭넓은 학생층으로 확대하기 위해 세계인터넷청소년연맹(총재 서정욱 박사)에 사업권을 넘겨 준 상태다.이동통신 단말기와 시스템 개발 공급전문업체인 노키아는 브라질 중국 독일 멕시코 필리핀 폴란드 남아프리카 영국에 이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봉사활동을 선언했다. 핀란드 기업이 한국 땅에서 ‘사랑의 공부방’ 운동을 지원키로 한것. 그렇다고 영리 추구 기업이 봉사단체로 변한 것이 아니다. 봉사활동은 유럽 기업들이 구사하는 고도의 상술이다.내용은 ‘메이크 어 커넥션(Make A Connection)’이란 이름의 프로젝트다. 통신전문 기업에 걸맞게 ‘연결’을 주제로 했다. 특히 시장이 될 법한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노키아의 이름과 기술을 알리는 봉사 마케팅의 일종이다.그러나 이 프로젝트의 최고 책임자인 마틴 샌들린(Martin Sandlin) 노키아 수석 부사장은 “이 프로젝트는 마케팅 차원에서 진행하지 않는다”며 “전세계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순수한 봉사활동인 만큼 기업의 영리 추구의 일환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봉사활동 그 자체로서 이해해 달라는 얘기다.하지만 자연스럽게 ‘노키아’란 브랜드는 봉사단체 활동과 어린이들의 입을 통해 전달된다. 그리고 그 이미지가 이들의 뇌리에 박히게 된다.노키아가 국내에서 벌이는 사랑의 공부방 지원사업은 이렇다. 노키아가 지원하는 국제청소년재단(IYF)이 국내 파트너인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이사장 손봉호 서울대 교수)’와 손잡고 전국 250여개 공부방 가운데 25개를 선정해 다양한 교육 및 지원프로그램을 펼치게 된다. 4월 27일까지 공부방 신청을 받고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공부방에는 결손가정과 맞벌이 부부의 가정의 어린아이들로 평균 30여명의 이용하고 있다. 아이들과미래는 노키아의 지원으로 학습능력, 컴퓨터, 놀이를 통한 협동력, 창의력 및 적응력 등을 중점적으로 배양하는 한편 정서 활동까지 돕는다. 마케팅이 아닌 봉사활동으로 미래의 고객들과 아이들의 가정에 노키아의 이미지를 심고 있는 셈이다.노키아가 이 봉사활동에 투자하는 돈은 연간 약 1,000만달러. 2000년 브라질을 시작으로 현재 9개국에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브라질에선 ‘역사바꾸기’라는 프로그램으로 장애아와 청소년들에게 독서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있다. 중국에선 15세 이하 청소년들이 직접 제작하는 리틀매스터신문을 발행한다.독일에선 ‘청소년들의 친구’란 슬로건을 내걸고, 10~16세의 청소년들과 어른 자원봉사자들이 자매결연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멕시코 필리핀 폴란드 등 나머지 국가들에서도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봉사와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이 모든 행사가 노키아의 단말기를 팔고 브랜드를 알리는 마케팅은 아니다. 그렇지만 미래의 고객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가족 지역사회와 단단한 커넥션(연결)을 만들고 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핀란드 이동통신 기업이 단말기로 연결하기에 앞서 봉사정신으로 세계를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