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Convergence)은 전자 산업계의 최대 화두이다. 융합이란 서로 다른 기능을 하나의 제품에 통합적으로 갖추는 것을 말한다. 휴대폰과 개인정보단말(PDA)을 합친 PDA폰이나 케이블TV 셋톱박스에 컴퓨터기능을 추가한 디지털 셋톱박스 등 그 사례를 이루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이다.융합의 흐름은 방송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방송기술의 디지털화가 진전되면서 정보기술과의 접목이 방송 산업의 핵심 이슈로 자리잡고 있다.이같은 현상은 미국 방송협회(NAB) 주최로 지난 3월 6~1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등에서 열린 ‘NAB2002’에서도 잘 나타났다. ‘융합은 미래를 변화시키는 동인(動因)’이란 주제에 걸맞게 방송 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융합 현상을 보여줬다.그중에서도 방송과 통신, 방송과 정보기술의 융합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번 전시회에 정보기술 및 통신 관련 기업들이 대거 참가한 사실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이 행사의 중심은 방송이다. 방송 기술이나 산업에 대한 컨퍼런스가 열리고 방송에 필요한 장비나 TV 등을 비롯한 방송 관련 제품 등이 전시된다.그러나 이 행사를 TV 따위가 선보이는 방송 관련 행사로 생각하면 잘못이다. 컨퍼런스 내용이나 전시제품들을 뜯어보면 정보기술(IT) 분야가 주류를 이룬다.1,400여개의 참가 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IT 기업들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IBM, HP, 컴팩 등 IT 전시회 단골 기업들이 대거 출동했다. NAB측은 이번 행사를 ‘세계 최대의 전자 미디어 쇼’라고 내세울 정도이다.특히 올해 전시회에서는 방송의 디지털화와 고속 네트워크 보급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제품들이 많이 소개됐다. 글로벌스토어의 DVD영상전송시스템, 필립스의 인터넷망을 이용한 비디오 전송(Video-over-IP)시스템 등이 눈길을 끌었다.또 콘텐츠를 디지털 형태로 제작해 저장하고 관리, 전송하는 데 관련된 솔루션들이 대거 선보였다. 맥스터, IBM 등은 디지털 콘텐츠를 저장하는 데 필수적인 대용량 저장장치나 미디어 라이브러리 솔루션들을 출품했으며 인터넷과의 결합에 관련된 스트리밍 소프트웨어와 MPEG 기반의 솔루션들도 관심을 끌었다.방송 장비의 디지털화도 빠르게 진전되고 있었다. 소니, 파나소닉, 해리스 등 주요 장비업체들이 보다 진전된 디지털방송시스템 구축장비와 차세대 방송서비스 장비를 내놨다. 또 LVCC 중앙로비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디지털TV 전문전시장인 ‘DTV 스토어’가 마련돼 다양한 디지털TV가 소개됐다.한국 기업은 삼성전자, LG전자, 알티캐스트, 이론테크놀로지, 맥스웨이브, 사람과 셈틀, 디지털퓨전 등 1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특히 다림비전의 3차원 가상스튜디오 시스템(VS-2000)은 미국방송기술자협회로부터 10개의 우수제품(Pick Hit 2002)으로 선정됐다.NAB는 그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올해는 LVCC(새로 개관한 사우스 홀 포함 57만평방피트)와 샌즈엑스포(41만평방피트), 힐튼 호텔 등 모두 100만평방피트의 전시 공간에서 열렸다.세계 최대의 전자전시회인 CES가 LVCC와 힐튼 호텔, 최대 정보기술(IT) 전문 전시회로 평가되는 컴덱스는 사우스 홀이 문을 열기 전의 LVCC에서만 열린 것에 비하면 거의 2배 규모이다.